[자주의길] (2) 한미 워킹그룹 종료의 진실

외교부는 22일 한미 워킹그룹을 종료하는 방향으로 검토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2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한미 워킹그룹을 종료하는 배경에 대해 “한미 워킹그룹은 곧 제재라는 인식이 있었다”며, 워킹그룹 종료가 마치 남북교류에 대한 미국의 제재 중단처럼 설명했다.

2018년 ‘판문점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으로 남과 북은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평화와 번영의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에 미국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고삐를 채워 남북관계를 좌지우지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국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압력을 가한 후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급파해 한미 워킹그룹을 만들었다.

한미 워킹그룹은 한국 외교부의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통일부, 국방부, 국정원, 청와대 관계자가 참여하고, 미국에서는 국무부 부차관보,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등이 참여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철저하게 통제했다. 워킹그룹이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남북 도로 및 철도연결, 방역·보건·의료 협력, 이산가족 상봉, 한강 하구 공동이용 등 모든 남북협력사업을 가로막았다는 사실은 이제 비밀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 워킹그룹이 남북협력사업에 대한 미국의 대북제재 면제를 일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며 마치 워킹그룹에 선 기능이 있는 것처럼 설명해왔다. 그런데 이제와서 갑자기 남북관계에 걸림돌이 된다며 워킹그룹을 종료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될 때도 건재하던 한미 워킹그룹이 갑자기 종료된 이유는 무엇일까?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려는 정부의 입장을 바이든 정부가 고려해 종료 결정에 합의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 지난 20일 방한한 성김 대북특별대표 [사진 : 뉴시스]
▲ 지난 20일 방한한 성김 대북특별대표 [사진 : 뉴시스]

미국은 한미 워킹그룹이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혔다. 성김 대북특별대표는 간담회에서 “워킹그룹이 종료된(terminated) 뒤 한미 간 대북 정책은 어떻게 조율되느냐”라는 물음에 "워킹그룹은 종료되는 것(terminated)이 아니라 재조정되는 것(readjusted)"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성김 대표가 말한 ‘재조정’이란 과연 무엇일까? 미 국무부가 이에 대한 해석을 내 놓았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이 지난 23일 “우리는 관여(engagement)를 계속할 것이고 확실히 여기서 끝나진 않을 것”이라면서, “워킹그룹이 종료되더라도 대북정책에 대해 한미일 협력으로 관여하겠다”라고 밝힌 것이다.

한미 워킹그룹 종료와 관련한 미 당국자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한미 워킹그룹이 수행하던 남북 협력사업 관여에 이제부터 일본을 끼워 넣겠다는 뜻이 된다.

미국이 이를 위해 기존의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활용할지, 아니면 또 다른 협의 틀을 마련할지 아직은 예측하기 힘들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제재를 언급하면서 매번 한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애써 강조한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과거 6자회담 이후 비핵화 문제와 관련 완전히 배제돼왔던 일본이 철 지난 ‘일본인 납치 문제’를 바이든 대통령에게 들고 간 것도 대북 제재에 조금이라도 관여하고 싶은 일본의 욕망 표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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