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가석방 추진에 대한 단상

1.

지난 1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86억 뇌물을 건넨 혐의로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었다. 그런데,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문제를 거론한 데 이어 지난 6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가석방을 언급했고, 7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이에 호응하면서 이 부회장의 사면‧가석방에 이목이 쏠린다.

2.

지난 1월 A씨는 고시원에 침입해 5000원 상당의 훈제계란 18개를 훔쳐 달아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형을 선고 받았다. 건설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중 코로나19 사태로 일거리가 없어지고 여기에 무료급식소까지 문을 닫자 이런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생계형 범죄인 데다 이 부회장과의 형평성 논란이 일자, 2심 재판부가 형량을 감축해 A씨는 출소를 앞두고 있다.

3.

한미 정상회담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4대 그룹이 총 44조 원이 넘는 미국 투자를 결정했다. 때를 같이해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부회장 사면을 촉구했다. 제임스 김 AMCHAM 회장은 “삼성에서 가장 중요한 임원인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은 미국과 한국 모두에 최고의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3일 경제 5단체장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요청을 재차 건의하자 김부겸 국무총리는 "경제계의 목소리와 뜻을 대통령에게 충실히 전달하겠다"고 언급했다.

4.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돈을 횡령해 뇌물을 건넸기 때문에 뇌물액(86억 원)이 곧 횡령액이었다. 횡령액이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돼 있다. 이 법대로라면 이 부회장은 5년 이상의 실형을 살아야 하지만, 재판부는 절반인 2년6개월이라는 초법적인 선고를 내렸다. 이 부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5.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고 배가 고파 계란을 훔친 A씨에게 1년형을 선고한 사법부는 86억을 횡령한 이 부회장에 특혜 선고를 내렸다. 코로나 여파로 국내 경제는 불황과 일자리 문제로 몸살을 앓는데, 대통령은 삼성을 부추겨 미국에 수 조원을 투자, 미국 경기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함으로써 국격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 대통령, 국무총리, 법무부 장관에 이어 여당 대표까지 나섰으니 이 부회장의 출소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8.15광복절엔 특별 사면도 고려된다. 한편,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었던 A씨는 오는 27일 출소 한다. 이 부회장과 A씨의 출소 장면이 묘하게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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