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다루는 유튜브는 수백만이 구독 중이다. 출근길 직장인들은 주식 앱을 살핀다. TV에선 교양처럼 주식을 다루는 프로그램도 생겼다. 동네에서 만나는 학부모들은 모이면 부동산 이야기다. 부동산값 폭등에 푸념하면서도 나름의 정보를 공유한다. 전 국민이 재테크 박사인 세상이지만, 그래도 사모펀드는 좀 다른 영역이다.

조국 사태로 사모펀드가 유명해졌을 때, 국민의힘의 프레임은 ‘조국과 그들이 사는 세상’이었다. 일반인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소수의 이름 모를 투자자로 구성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아름아름 투자자를 모은다. 최소 투자금액도 3억 이상이니 범인이 접근하기 어렵다.

라임 사태, 옵티머스 사태 이후 정부는 일반인(?)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며 규제 강화 조치를 내놓았다. 진입장벽이 점점 낮아지고 있지만, 필자 기준에서 아직 일반인이 사모펀드에 투자할 일은 없다. 일반인 보호가 아니라 그냥 규제가 필요할 뿐이다.

노동자가 사모펀드를 만나는 일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물론 노동자는 반대의 경우로 만난다. 론스타, MBK와 같은 PEF(기업참여형 사모펀드)는 기업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고 구조조정 후 되파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일자리도, 회사도 없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투쟁을 벌인다. 노동자들의 투쟁은 녹록지 않다. 최소한 상대가 있어야 싸움을 할 수 있을 텐데, 사모펀드의 특성상 투자자를 특정할 수 없다.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을 물을 대상도 찾기 힘드니 노사관계로는 한계가 있다.

사모펀드에 대한 사회적 규제책을 마련해야 한다.

▲ 홈플러스 여성노동자들이 지난달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디타워 MBK 앞에서 운영사 MBK파트너스의 주요 점포 폐점 매각을 규탄하며 집단삭발했다. [사진 : 뉴시스]
▲ 홈플러스 여성노동자들이 지난달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디타워 MBK 앞에서 운영사 MBK파트너스의 주요 점포 폐점 매각을 규탄하며 집단삭발했다. [사진 : 뉴시스]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하고 매장을 하나씩 팔며 원금을 상환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 ‘그들만의 세상’에서 돈을 버는 것이 얼마나 쉽고 간편한 일인지 금방 알 수 있다.

MBK는 2조 원의 돈으로 7조 원 규모의 홈플러스를 인수할 수 있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 사지도 않은 기업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LBO(차입매수) 제도 때문이다. LBO는 대상기업에 위험부담을 떠넘겨 이는 배임행위에 해당해 제도 자체의 위법성 논란이 있다. 하지만, 사모펀드가 적은 자본으로 큰 기업을 인수하는 일반적 방법으로 통용된다.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하며 투자와 고용안정을 약속했다. 하지만 약속은 이행되지 않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 매각과 배당금을 통해서 가져간 돈은 투자금을 넘어섰다. 이미 챙길 대로 챙긴 셈이다. 그사이 업계 2위 홈플러스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기업이 되었다. 하지만, 누구도 MBK에 약속이행을 강제할 수단이 없다.

지금의 사모펀드를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은 ‘그들만의 투자’에는 막대한 특혜를 주고, 노동자의 투쟁과 고용문제 등의 비용은 고스란히 우리 사회가 떠안는 구조를 내버려 두는 것이다. 론스타, MBK의 기업사냥, 라임 사태 등 투자 사기가 발생할 때마다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사모펀드의 규제는 계속 완화되어왔고 규모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이율배반을 반복할 것인가.

홈플러스 대전 동구 둔산점 매각 투쟁은 사모펀드, 투기자본 규제의 좋은 사례가 된다. 홈플러스는 자본 회수를 위해 둔산점에 대한 부동산 개발을 추진했다. 노동자들의 투쟁과 고용위기를 보다 못한 지방정부가 나서서 조례를 개정하며 MBK의 부동산 투기를 규제하고 나섰다. 결국, 홈플러스는 신축건물에 대형마트를 입점시키기로 하고 전 직원 재고용, 협력업체까지 우선 입점할 것을 약속했다. 재건축이 이뤄지는 2년간은 노동자들에게 월 100만 원씩 생계비도 지원하기로 했다. 노동자들의 투쟁과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으로 투기자본의 개발이익을 사회로 환수하는 사례가 만들어진 것이다.

코로나 위기는 우리 사회의 방향 전환 모색의 계기가 되었다. 산업변화가 빨라지면서 산업, 고용에 있어서 정부의 정책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불평등의 시대, 정부의 역할은 더 중요해진다. 정부가 투기자본을 규제하고 이익을 나누는 역할을 자처해야 한다. 투기자본 규제법, 기업 인수 합병에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하고, 투자 약속을 강제하는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홈플러스 여성 노동자들의 삭발투쟁 등으로 홈플러스 사태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노사관계에 정부가 무슨 역할을 하겠냐고 말해서는 안 된다. 둔산점의 사례처럼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투쟁에 정부의 행정적 노력, 법제도 개선 노력이 더해진다면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가 충분히 가능하다. 아니 의지가 있다면 이번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