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협력’ 약속 어기고 노점 강제단속한 마포구청
“마차 돌려달라”는 노점상들에 ‘퇴거 명령’, ‘고발’까지

지난해 9월, 마포구청은 마포역 인근 한국전력공사(한전) 마포용산지사 앞에 있는 포장마차들을 기습단속해 끌고 갔다. 수도권 코로나2.5단계 방역지침을 준수하기 위해 휴무 중이던 마차였다. 단속 이유는, 초등학교 근처 마차에서 술을 판매한다며 주민 민원이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노점상들은 초등학교 수업이 모두 끝나고 지장을 받지 않은 시간에 장사를 이어왔다. 30년 이상을 별 탈 없이 장사를 해오던 곳에서 한순간에 생계수단을 잃은 노점상들은 마포구청 앞에서 다양한 투쟁을 벌였다.

▲ 2020년 9월부터 서울 마포구청 앞 투쟁에 나선 노점상들. 방역수칙을 준수하기 위해 노점에서 판매하는 인형들로 준비한 일명 ‘아바타집회’.
▲ 2020년 9월부터 서울 마포구청 앞 투쟁에 나선 노점상들. 방역수칙을 준수하기 위해 노점에서 판매하는 인형들로 준비한 일명 ‘아바타집회’.

코로나19로 다수의 집회가 제한되면서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인형을 활용한 아바타집회, 차량시위, 민원접수 등의 방법으로 싸워온 이들에게 마포구청은 “청사에서 나가라”는 퇴거 명령으로 답했다. 뿐만아니라, 민원인에게 퇴거 불응과 감염병 예방 관리법 위반을 씌워 고발까지 했다.

서울 서부지역노점상연합(서부노련)은 마포구청과 행정대집행 등을 이용한 ‘강제적 단속’이 아닌 ‘대화’를 통해 노점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하며 전문가, 공무원, 시민, 노점상이 참가하는 ‘상생자문단’을 구성했다. 그러나 구청은 약속을 깨고 기습단속을 강행, 상생자문단에 참가하고 있는 서부노련 회원의 마차도 끌고 갔다. 기가 찰 노릇이었다.

▲ 5일 마포구청 앞. 마차 탈취, 노점상 고발한 마포구청을 규탄하는 시민대책위 기자회견. [사진 : 서부지역노점상연합]
▲ 5일 마포구청 앞. 마차 탈취, 노점상 고발한 마포구청을 규탄하는 시민대책위 기자회견. [사진 : 서부지역노점상연합]

기습단속 후 5개월. ‘대화’ 또는 ‘단속’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집행하는 것도 모자라 퇴거명령에 고발까지 이어지자 마포구 한전 포장마차를 지키기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대책위)는 5일 마포구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서부노련은 마포구청과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한전전력공사 부근 노점상 문제를 풀고 싶다고 호소했고 구청과의 면담에 성실히 응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도시빈민들은 사회적 안전망에서 모두 비켜나 있어 피해를 개인이 전부 감당해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런 노점상들에게 고발까지 하는 자체가 충격적”이라고 규탄했다.

마차 5대를 끌고 갈 당시에도 노점상들은 코로나 방역지침 2.5단계 격상에 따라 구청에 방역지침이 완화되기 전까지는 오후9시 이후 장사를 하지 않겠다고 먼저 약속했다. 코로나로 인해 한달 째 장사를 못 해 안정적인 생계활동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다.

▲ 서울 마포역 인근 한국전력공사 마포용산지사 앞에 걸린 규탄 현수막.
▲ 서울 마포역 인근 한국전력공사 마포용산지사 앞에 걸린 규탄 현수막.

대책위는 마포구가 상생협약을 휴짓조각 만들고 방역지침을 지킨 마차를 기습단속해 끌고 가 고발까지 한 것에 반해 “마포구의회 현직 채우진 구의원이 심야 술 파티를 벌이며 집합금지를 위반한 사건에 대해선 어떠한 조치를 취했는가”라고 따져 묻기도 했다.

그러면서 “마포구청은 사회적으로 질타를 받아야 마땅하다”면서 “서민들의 생존권 따위는 안위에도 없고 본인들의 입맛대로 행정을 처리하며, 생존의 기로에 놓인 노점상에게 고발까지 한 마포구청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했다.

회견에 참가한 서부노련 노점상 회원들은 “우리는 구걸해 생존권을 쟁취할 생각이 없다. 마포구청의 악랄한 행태에 맞서 강력히 투쟁해 나갈 것”이라는 결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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