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은 들어라 월요행동
▲ 미국은 들어라 월요행동

2020년 한 해가 저물어간다.
2020년은  우리 국민이 “<자주>만이 살 길이다”를 온몸으로 깨달은 한 해가 아닐까 싶다. 

2020년은 북녘에서 들려온 <정면돌파전>의 함성으로 시작했다. 북의 형제들은 조선로동당 제7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원회의를 통해 “정면돌파전” 결정서를 채택하고 신년사를 대신했다. 자강력만이 승리의 길이라는 울림은 컸다. 미국의 리비아식 선비핵화라는 강도적 요구를 거부하고 봉쇄와 제재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단호한 결심을 분명하게 확인하는 새해 벽두였다.

2020년 봄은 꽃망울 대신 코로나19의 급습으로 타 번졌다. 코로나19는 “재난의 세계화”를 불러온 미국 중심의 현대제국주의 체제를 밑뿌리부터 흔들어놓았다. 코로나19 펜데믹 앞에서 500년 세계사를 지배했던 개인주의에 뿌리를 둔 서구민주주의 문명이 무너졌다. 반면 공동체주의에 뿌리를 둔 동양 민주주의 문명은 코로나19위기극복에 우월성을 보였고 대한민국은 그 최대의 수혜자가 되었다. 서구유럽의 민주국가 시민들은 한국민들이 공동체주의에 기반하면서도 민주주의적인 방식으로 코로나19재난을 극복해가는 모습을 감동스럽게 지켜보면서도 그 사상과 문화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한국 국민들은 코로나19재난을 겪으며 오히려 그 자존감은 한없이 높아져 갔다. 

이와 더불어 미국과 유럽 등 제국주의 진영 본진이 코로나19로 초토화된 반면 중국, 쿠바 등의 사회주의 진영은 방역 뿐만 아니라 도덕적 측면에서도 뚜렷한 우위를 보여주었다. 중국과 쿠바는 자국의 이익을 희생하며 국제적 연대와 지원의 모습을 보여 주었지만 미 제국은 남의 나라로 배달되는 마스크를 탈취하고, 반중선동에 기대는 부도덕성을 보여주었고, 봉쇄와 폭동으로 점철되는 체제 붕괴양상을 드러냈다.

2020년은 코로나19 재난 이후 어떤 정치, 어떤 정치세력, 어떤 정치를 하는 국가들이 세계를 이끌어가야 하며, 어떤 새로운 국제질서가 세워져야 하는가를 심각하게 제기한 해로 되었다. 또한 미 제국의 몰락 이후 자주의 세계를 앞당기는 각종 징후들을 더욱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2020년 한국 민중은 코로나19를 세계적 모범으로 이겨낸 자존감으로 총선투쟁 역시 위대한 승리로 장식했다. 
무엇보다 한국 민중들은 높아진 재난극복의 자존감을 바탕으로, 친일세력을 청산하는 투쟁으로 총선을 치렀다. 한국민중은 총선투쟁을 촛불혁명과 반일불매운동의 연장선상에서 뼈속까지 친일친미세력인 자유한국당을 준엄하게 심판하였다.

진보진영은 총선에서 자유한국당 청산과 함께 민중 직접정치의 씨를 널리 뿌렸다.  특히 진보진영은 원내의석 확대에 목을 매는 정치공학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오직 민중을 하늘로 여기고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가야한다는 교훈을 더욱 깊게 간직하게 되었으며, 향후 새로운 진보정치를 개척하는 튼튼한 밑천을 마련하게 되었다.

한편 국민들은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 주었으나 개혁을 가속화해야 할 집권여당의 리더쉽이 과연 내로남불이나 어설픈 타협정치 수준을 뛰어넘을 수 있겠는지에 대해서 깊은 우려 속에 지켜본 한 해였다.

총선 압승의 힘으로 집권당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문제제기는 북으로부터 먼저 나왔다.
표면적 쟁점은 탈북자들의 전단살포문제였으나 본질은 한미동맹의 울타리 안에 갇혀 4.27판문점 선언, 9.19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 등 온 겨레와 세계를 진감시킨 남북정상간의 합의가 단 하나도 이행되고 있지 못한 현실에 대한 규탄이었다.

개성 남북연락사무소가 폭파하고 남북관계가 파탄일로에 빠지게 되는 위기 속에서 한국 민중은 해결의 길은 자주의 길에 있음을 자각하고, 코로나19 위기속에서도 8.15까지 전국적인 비상시국선언을 국민적 운동으로 만들어 내었다. 

2020년은 모든 방면에서 미 제국주의에 대한 전면적 문제제기가 이루어진 한 해였다.
날강도적인 방위비분담금 요구 앞에서 한국 민중은 “방 빼라”는 요구로 맞선 것을 비롯하여, 한미워킹그룹 해체, 세균부대 해체와 철수, 전시작전권 즉각 반환과 한미연합훈련 중단, 유엔사 해체, 성주사드 추가배치 반대 등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졌다.
2020년처럼 미국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렇게 다발적이고 전면적으로 제기된 적은 없었다.

이러한 심각한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의 대미정책과 남북정책은 관련 인사들을 일부 개편한 것 말고는 어느 것도 이루어진 것이 없었다.
코로나19로 여지없이 무너지는 미국의 실상을 온 국민이 보고 있음에도 문재인 정부의 대미추종, 한미동맹 우선정책은 바뀌지 않았다. 심지어는 전시작전권 반환과정과 군비강화사업에서 보여주듯이 허황된 친미자주노선에 입각하여 오히려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기반한 한미일 군사동맹의 강화와 한국역할 강화론에 복무하고 있었다.

한편 2020년 하반기 코로나19위기와 연속 수해재난 속에서도 북은 조선로동당 창건 75돌 행사를 통해 코로나19 감염제로 상태를 과시하고, 드높은 일심단결력과 신형전략 무기들을 시위함으로써 차기 미 행정부가 누가 들어서더라도 상대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8차 당대회를 예고하고 80일 전투에 돌입하며 2020년 연말을 보내고 있다. 북은 더욱더 대미압박전략을 고강도로 진행할 태세를 높여가는 모양새다.
반면 미국은 대선에서 온갖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이며 당선자도 확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심각한 분열과 대결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런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유리한 조건 속에서도 문재인 정부는 친미노예정책을 탈피하지 못하고 다시 2020년을 보내고 있다. 자주적 입장의 취약성으로 한미동맹에 끌려다니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는 개혁 정책에도 혼선을 주고 있다. 민중이 가져다 준 총선승리의 결과를 2020년 해도 넘어가기 전에 친미수구세력의 부활로 헌납하고 있는 실정이다.

2020년 최대 개혁사안이라고 할 수 있는 공수처 신설, 검찰개혁은 그 명분의 우위성에도 불구하고 원만하게 돌파하지 못하면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은 양상을 빚고 있다. 겉으로 어떻게 표현되든 검찰개혁을 윤석렬의 수사봉쇄라는 협소한 타격점에 맞추어 진행하다보니, 내로남불 수준을 극복할 수 없었고 윤석열 제거도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개혁을 위한 투쟁은 연장전에 들어갔다. 
부동산 정책 역시 원칙적인 토지공개념 강화, 보유세 강화라는 기조를 확고히 견지하지 못하고 핀셋규제, 단기조절정책에 매달리다가 시장과의 심리전에서 밀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총장과의 대결로 쌓인 피로도가 부동산 정책의 실패와 겹치고, 코로나19재난상태가 장기화되면서 위기요소들이 확대되고 있다. 검찰개혁이든, 부동산 개혁이든 문재인 정부가 명운을 걸고 진행하는 정책들이 왜 이리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문재인 정부 3년차 2020년은 이것을 묻고 있다.

해답은 다른데 있지 않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기조가 여전히 미국이 설정해놓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정책, 시장제일주의 정책, 미국에 종속된 수출중심 경제구조, 재벌중심 경제구조를 손 댈 엄두를 못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문재인 정부의 남북화해정책, 개혁정책의 한계는 미 제국주의가 쳐 놓은 울타리 안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2020년의 개혁정책의 실패와 지지율의 하락은 이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개혁실패는 민심과 괴리된 개혁 역주행정책들을 추진함으로써 레임덕을 가속화하고 있다.
최저임금은 역대 최저 인상률을 기록했고, 한국판 뉴딜정책은 이명박근혜시대 정책을 짜깁기한 것에 불과하다. 민주노총의 강력한 투쟁에 의해 극도의 노동개악법은 저지되었지만, 그나마 비정규노동자들, 택배노동자들의 연이은 과로사를 갈아넣어 만든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미 걸레쪼가리가 되어 버렸다. 

2020년  문재인 정부와 여당발 개혁정책의 동력은 고갈 소진되어 가고 있다. 이것은 앞으로 다가올 대선, 총선에서 중대한 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다시 자신감을 가지고 친미수구세력의 부활전략, 집권전략을 추진할 것이고, 더불어민주당 세력에게는 차기 집권을 담보로 더욱더 노골적인 친미굴종정책을 강요할 것이다.

2020년은 개혁도, 통일도 모두 자주의 문제에 운명이 달려 있음을 보여준 한 해였다.올해 민중운동은 코로나 재난 속에서도 투쟁과 전진을 이룩하였다.
민중운동은 총선 비례정당 사태, 정의연 사건, 민주노총 노사정 사태 등을 겪으며 상처를 입기도 하였다. 
그러나 소녀상 촛불은 굳건하게 이어가고 있고, 베를린 소녀상도 사수하였고, 강제징용 재판은 집행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진보당은 새로운 지도체계를 세우고 단결력을 높여가고 있다, 정의당은 지도부가 교체되는 이변을 겪었다.
민주노총은 노사정 문제를 극복하고 변혁적 노동운동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민주노총은 노동법 개악을 투쟁으로 막았다. 노동계급은 코로나19재난을 극복하는 길은 재축적의 기회로 활용하는 자본에 투항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투쟁의 길에 있음을 보여주었다.
농민들 역시 코로나19재난 앞에서 식량주권확립의 의미를 더욱 곧추세우고 농민기본권 쟁취투쟁을 확대해 가고 있다. 빈민들 역시 코로나19에 굴하지 않고 물대포와 맞서고 아바타 집회를 창조하며 투쟁하고 있다. 시민들은 “들어라 미국을” 외치며 연일 미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이어갔고, 국제사회는 미국의 전쟁범죄를 국제재판정에 올리겠다고 기염을 토했으며, 국가보안법 폐지, 양심수 석방, 장기수 송환을 외치며 달려왔다.

자주의 길을 개척하는 힘은 역시 민중 속에 있었다. 2020년은 소실되어 가는 개혁동력을 되살려내는 힘도 민중속에 있으며, 굳건하게 자주의 길로 전진하는 힘도 민중 속에 있음을 보여주었다. 

2020년 민중은 외쳤다.
“자주만이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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