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3차 청문회 오전 세션 CCTV 훼손·과적 문제 등 다뤄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제3차 청문회가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청문회 1세션은 ‘세월호 CCTV(폐쇄회로 티브이) 관련 정부 조치 부실 및 의혹사항’을 주제로 류희인 특조위 선행신문위원이 진행했다. 1세션에서 DVR(디지털영상저장장치·digital video recording)의 수거 및 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증인과 참고인을 통해 알아본 결과,  은밀한 수거에 대한 의혹과 더불어 저장된 자료의 훼손 가능성 또한 거론됐다.

세월호 선내엔 모두 64개 CCTV 채널이 있었다. 이들 CCTV를 통해 찍힌 영상은 DVR 하드디스크에 저장된다. 세월호의 경우 DVR은 3층 안내데스크에 뒤편에 설치돼 있었다. 류 신문위원은 특조위 조사결과 해경과 해군은 참사 뒤 두 달이 지난 6월22일 DVR을 수거하려는 첫 시도를 했다고 밝혔다.

류 신문위원은 증인으로 이춘재 해양경찰청 경비안전국장과 장진홍 해군 해난구조대장이 참석하지 않아 특조위에서 확보한 진술 자료로 갈음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장진홍 대장의 진술내용을 대독 형식으로 진행한 청문회에서 장 대장은 2014년 6월22일 DVR장치를 인양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며 “이춘재 해경 경비안전국장이 찾아와서 ‘선실 내 CCTV를 저장하는 장치가 안내데스크 쪽에 있을 것이다. 형체는 사각 모양이다. 그 장치를 인양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진술했다.

첫 번째 잠수 시도에서 노트북만 찾아냈지만 두 번째 잠수조가 안내데스크 근처에서 DVR을 찾을 수 있었다. 류 신문위원은 "해경이 DVR 수색과 인양에 매우 적극적이었음을 유추할 수 있는데 이렇게 중요한 DVR 수거 내용이 정작 해경의 ‘선내 구조작업 실적 및 계획’이란 보고서에는 누락돼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수거 실적 중엔 노트북, 카메라 등 모두 8점이 있었지만 DVR에 대한 기록은 없었다. 해경은 (세월호)가족들에게도 DVR수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두 번째로 류 신문위원은 선내 CCTV 작동 시간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수거한 DVR에 기록된 영상 시간과 생존 증인들이 선내에서 본 CCTV 작동 시간 사이에 많은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DVR에는 8시48분 정도까지 영상 기록만 존재하는 데 반해 증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대략 9시30분 이후까지도 선내 CCTV 영상이 작동하고 있었다고 밝혀졌다.

이 문제에 대해 세월호 생존자인 강병기 증인이 채택됐다. 강씨는 “배가 기울 때 선수쪽에 있다가 장인을 찾기 위해 3층 안내데스크 CCTV 화면 앞으로 기어갔다”고 말했다. 해경123정에 의해 구출된 강씨는 “(자신이)구출되기 전(약 9시30-40분)까지 CCTV 상당 채널이 나오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다른 한 명의 증인은 안내데스크 영업부 직원으로 비공개로 증언했다. 그는 “처음 양태홍 사무장과 통화하기 위해 CCTV를 보며 양 사무장의 위치를 파악하려 했다”며 “배가 기울고 10-15분 후 (8시55분경)에도 CCTV 화면은 나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

세월호 CCTV 프로그램 개발자로서 참고인으로 참석한 신현철 엔에스뷰 대표는 “CCTV카메라 영상이 본체 DVR에 연결돼 폴더 안에 1분 단위로 저장되는 형태다. 용량이 다 차면 맨 앞 데이터가 지워지고 자동으로 최근 것이 기록된다“고 저장방식을 설명했다.

CCTV 모니터 화면엔 나오고 있지만 DVR장치가 꺼져 영상데이터가 저장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 그는 “본체(DVR)가 켜져 있어야 한다. 화면이 나왔단 얘기는 DVR도 작동됐다는 말이다”고 밝혔다.

이 문제에 대해 그는 “저장 복구 시점에서 100% 복구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데이터를 삭제하거나 편집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배가 기울며 DVR장치로 들어가는 케이블선이 빠졌을 수도 있지만 그럼 전원이 꺼지고 화면도 안 나온다”고 말했다.

황민구 영상분석 전문가(법영상분석 연구서)는 “증거 영상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본 결과 영상을 잘라냈다는 증거는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저장된 파일명 또한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idxtmp'라는 이름을 달고 저장된 파일은 비정상적으로 꺼졌을 때 저장되는 이름이다. 따라서 이 파일명을 달고 저장된 ‘8번 파일’은 전면 혹은 후면 스위치를 강제 종료시켰거나 플러그를 뺐을 가능성 혹은 정전의 가능성을 추론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1세션에 증인으로 출석이 요구된 이춘재 해양경찰청 경비안전국장은 출석여부 사유를 제출하지 않은 채 불참했고 장진홍 해군 해난구조대장은 직무수행 중이란 사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앞서 청문회를 열며 이석태 특조위 위원장은 지난 8월23일 해수부가 ‘세월호 특조회 조사활동은 지난 6월30일로 끝났기 때문에 청문회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에 대해 “특별법 어디에도 조사활동 기간에만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며 해수부의 의도를 “합법적인 세월호 특조위 제3차 청문회를 불법적인 것으로 낙인찍어 증인들의 청문회 불출석을 선도하려는 시도”라고 규탄했다.

“세월호 철근 과적·고박 복원성 상실에 영향 미쳤다”

청문회에선 또 철근 등 화물 과적과 고박(화물을 고정시키는 것)상태가 세월호 침몰 당시 복원력 상실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2세션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상갑 한국해양대 교수는 “FSI 해석기법을 적용한 고도 정밀 M&S 시스템을 통해 재현한 세월호 침몰 당시 시뮬레이션 분석결과에 따라 그런 결론이 나왔다”고 증언했다.

특조위의 용역을 받은 이 교수 연구실은 세월호 침몰이 일어난 당시 화물배치 상황과 연료량등 세월호 선체내부의 상황은 물론 사고해역의 파도와 바람 등 기상상태를 여러 자료를 토대로 최대한 실제와 동일하게 복원했다.

이 상태에서 세월호 침몰 당시 운항궤적과 속도를 그대로 따라 배가 운행하게 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수행함으로써 세월호 침몰 당시 화물과적이 미친 영향을 측정한 것이다. 화물과적이 미친 영향은 다른 환경이 동일한 상황에서 세월호에 실린 화물의 무게나 배치상황 및 고박여부를 다르게 대입한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뒤 결과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교수는 여러 시뮬레이션 비교결과를 설명하면서 “똑같은 화물적재량이라도 배치 상황이나 고박 여부에 따라 복원력에 미치는 차이가 매우 크다”며 “만일 화물이 과적됐더라도 고박만 확실히 했더라면 세월호가 전복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조위는 “이번 실험은 세월호가 급선회할 당시 과적이 복원성 상실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것이고 애초에 배를 기울게 만든 급선회가 왜 이뤄졌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사진출처: 4.16TV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