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아동센터 노조 준비위, “개인·법인시설 차별도 모자라… 갑질, 무시” 규탄

서울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은 서울시에 “‘지역아동센터 종사자 인건비를 서울시의 단일호봉제에 맞추겠다’는 약속을 지켜라”, “지역아동센터 차별 아닌 동일노동에 동일임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하며 열 두 차례 서울시청 앞 기자회견과 150일간의 1인시위를 이어왔다.

지역아동센터는 ‘아동복지법’에 따른 아동복지시설로,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 관내 총 435개가 운영 중이며,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는 총 1068명, 이용 아동 수는 1만2955명으로 집계된다.

서울시는 올해 예산안을 수립하며 국비 지원시설의 인건비를 공무원 대비 95% 수준에 맞추는 ‘서울시 사회복지시설 단일임금체계’를 단계적(2020년 95%, 2021년 100% 적용)으로 시행하기로 했고, 지역아동센터도 적용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개인시설과 법인시설에 차별을 뒀다. 법인시설에 대해서만 우선 적용하기로 하면서 법인, 공·구립, 사회적 협동조합 시설은 우선 적용 대상이 됐지만 개인·단체 시설은 단일임금체계를 적용하지 않고 처우개선비로 추가 지원하도록 했다. 서울시 관할 지역아동센터 현황에 따르면 개인이 운영하는 아동센터 비율이 59.2%로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시에서 개인·법인시설을 구별해 지역아동센터 신고증을 준 것이 아님에도, 인건비에선 차별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 지역아동센터 노동조합 준비위원회가 서울시의 차별, 독선, 일방통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 지역아동센터 노동조합 준비위]
▲ 지역아동센터 노동조합 준비위원회가 서울시의 차별, 독선, 일방통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 지역아동센터 노동조합 준비위]

더욱이 서울시는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에게 ‘차별시정’ 대신 “갑질과 몽니”를 부렸다.

지역아동센터 노동조합 준비위원회(준비위)는 지난달 27일 서울시와 지역아동센터 구별대표자 간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참가자 자격 여부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서울시는 송파구 대표자로 참여한 김현종 노동조합 준비위원장이 지역아동센터 종사자가 아니라 지역아동센터 대표 신분이기 때문에 참석 자격이 없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는 한 시간 동안 개최되지 못하고 공전되다 참석자들이 참석 여부를 다수결로 결정하고 나서야 겨우 열렸다. 김 준비위원장 참석에 대부분이 찬성했다.

자치구 대표자들의 현장질의 및 의견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이를 모두 묵살하는 답변문서를 보내왔다고 준비위는 전했다. 준비위는 “단일임금제 적용방식 및 직급부여, 키움센터 설치 등의 문제는 ‘모두 서울시의 재량사항이므로 시가 알아서 결정할 문제’라는 독단적인 입장 만을 반복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준비위를 분노하게 한 것은 또 있다. 협의체 대표 선정과 관련해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입장 발표를 한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간담회에서 25개 자치구 대표가 모두 참여하는 현재의 협의체 방식이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할 때 적절하지 않으므로, 25개 자치구를 대표할 수 있는 소수의 ‘협의회 대표’를 선정하여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간담회에 참여할 수 있는 협의회 대표는 ‘지역아동센터 법정 종사자’여야 하며, ‘435개 전체 센터의 명시적 동의를 득한 자’여야 한다는 기준을 내세웠다. 또, 지난 간담회의 자격 논란을 언급하며, 앞으로 서울시가 ‘인정’하는 협의체 대표가 아니면 간담회를 진행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놨다.

준비위는 “협의회에 참여 할 대표는 지역아동센터가 알아서 결정할 일이지 서울시가 자격요건에 대해 관여할 어떠한 권한도 없”으며, “특히 435개 지역아동센터 전체의 명시적 동의를 받아오라는 말은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으며, 지역아동센터 종사자에 대한 무시와 갑질 행태”라고 꼬집었다.

“435개 지역아동센터 100%의 동의라는 군사독재시절 체육관 선거에서도 불가능한 수치를 협의체 대표의 기준으로 세워놓고 대화를 회피하거나, 협의체 대표를 통해 모인 의견을 전체의 의견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할 명분을 쌓으려는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준비위는 11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에 항의하고, 서울시에 공식 사과를 받기 위한 항의 행동을 펼쳤다.

▲ 서울시 규탄 발언하고 있는 김현종 지역아동센터 노동조합 준비위원장.
▲ 서울시 규탄 발언하고 있는 김현종 지역아동센터 노동조합 준비위원장.

이들은 서울시의 행태에 대해 “서울시에서 일하는 지역아동센터 종사자에 대한 노골적인 무시이자, 공공돌봄의 사각지대에서 수십 년간 헌신해온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의 노고에 대한 무시이며, 지난 수개월 간 계속돼왔던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의 단일임금제·공정임금 쟁취를 위한 활동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시민과 함께 하겠다, 시민의 의견을 경청하겠다던 서울시는 온데간데없고, 시민 위에 군림한 상전만이 존재하는 형국”이라고 규탄하곤, “서울시가 이러한 태도라면 서울시의 지역아동센터 종사자 전부의 동의를 받은 협의체 대표가 뽑힌다 해도 서울시에 어떠한 소통과 변화도 기대할 수 없음이 명백하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를 향해 ▲서울시가 고압적이고 일방적인 입장표명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협의체 대표 선정 기준에 대한 기존 입장 철회 및 지역아동센터 종사자 스스로 선출한 대표 인정, 그리고 ▲개인시설을 제외하는 차별적인 단일임금제 전면 재검토, 지역아동센터 종사자 공정임금 도입을 위한 논의를 시작할 것을 요구했다.

엄미경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회견에 참석해 “서울시의 모습은 마치 질 나쁜 사용자가 보이는 행태”라고 비유하곤 “민주노총도 지역아동센터 노동자들의 노조 할 권리를 포함해 모든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를 위해 함께 싸우겠다”고 힘을 보탰다.

▲ 서울시 행정부시장을 면담해 항의서한을 전달하려는 참가자들을 경찰이 막고 있다.
▲ 서울시 행정부시장을 면담해 항의서한을 전달하려는 참가자들을 경찰이 막고 있다.

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은 항의서한 전달을 위해 ‘독선적 일방통행 서울시를 규탄한다’, ‘구별 대표자는 서울시인증?! 서울시 갑질 말라’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시청 출입문으로 향했다. 시청공무원과 경찰이 이들을 막아섰다. 사전에 공문을 발송해 서울시 행정1부시장 및 담당 부서장(여성가족정책실)과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항의에 돌봄사업 팀장이 직접 나와 준비위의 항의서한을 수령했다.

▲ 항의서한을 받기 위해 나온 서울시 돌봄담당자가 김현종 준비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 항의서한을 받기 위해 나온 서울시 돌봄담당자가 김현종 준비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김지혜 노동조합 준비위원은 “코로나19 비상상황에서도 지역아동센터 현장엔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현장에서 종사자들은 코로나19 방역과 긴급돌봄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도대체 서울시는 차별적인 단일임금제 정책시정에 있어 지난 7개월 동안 현장과 어떤 소통을 했고,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김현종 준비위원장은 “독선적 일방통행으로 치닫고 있는 서울시 지역아동센터 돌봄정책에 노동조합이 조합원들과 함께, 서울지역 내 전체 종사자들과 함께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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