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칼럼]

우린 선조 대신, 이순신 장군을. 이승만 대신, 김구선생을 더 좋아하고 존경한다. 

제도적 최고지도자라고 해서 무조건 다 존경받고, 정신적·도덕적 최고지도자로 인정받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 중심에는 시대적 소명을 다했는가, 즉 시대적 소명을 어떻게 대했는가에 대한 태도와 자세, 책무에 대한 책임문제가 있다. 

그 관점에서 이 글은 간단한 비교를 통해 문 대통령에게는 ‘없는 것’과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있는 것’을 대비적으로 들여다본다. 그리고는 왜 남북관계가 이렇게 악화일로까지 와 닿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리더십정치학적 관점에서 성찰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19일 9·19 평양공동선언 2주년을 맞아 SNS에 “남북의 시계가 다시 돌아가길 바라는 소회가 가득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평창의 경기장에서, 판문점에서, 평양에서 심은 씨앗을 아름드리 나무로 키워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끄는 조선로동당은 지난 전원회의(제7기 6차, 2020.8.19.)에서 “혹독한 대내외 정세가 지속되고 예상치 않았던 도전들이 겹쳐드는데 맞게 경제사업을 개선하지 못하여 계획됐던 국가경제의 장성(성장) 목표들이 심히 미진되고 인민생활이 뚜렷하게 향상되지 못하는 결과도 빚어졌다"는 결정서를 채택했다. 

두 발언에서 우린 최고지도자의 리더십에 어떤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SNS글에는 '나'가 없다. 즉, 유체이탈화법만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지금의 남북관계는 대통령이 한가하게 소회나 밝히고 호소할 타이밍이 아니다. 국정최고 책임자인 당신이 직접 총대를 메고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밝혀져야 한다. 

그런데도 진작, 우리 대통령께서는 자기 자신의 문제를 국민들께 호소하는 것으로 문제를 객관화시켜 버린다. ‘남북의 시계가 다시 돌아가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앞장서서 ‘돌아가게끔’ 해야 하는 누구보다 책임있는 주체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당신이 져야될 책무를 국민들에게 전가시켜 버린다. 위임된 최고권력으로 약속이행 당사자인 당신 본인이 주체·주인의식을 갖고 파탄직전의 남북관계를 이러저러하게 해결해 나갈 테니 성원해주고, 힘을 모아 달라고 해야 하는데, 그냥 호소하고, 토로만 한다. 

반면, 북의 김정은 위원장은(조선로동당은) 우리 대통령과는 확실히 다른 인식의 한 단면구조를 보여준다. 

주어가 있다. 즉, 계획을 세웠고, 그 계획달성에 뭐가 잘못되어 목표미달이라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원인진단을 내린다. 그래놓고, 다음 계획 때는 반드시 개선책을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를 당의 최고의사결정단위인 당 대회에서 의결하고자 한다. 

예는 이렇다. “혹독한 대내외 정세가 지속되고 예상치 않았던 도전들이 겹쳐드는”는 의미에 그 답이 있다. 두 가지이다. 

하나는, 미국과 협상을 통해 경제제재해제가 가능하다고 봤던 오류의 인정이다. 그러다 보니 이후 대책은 ‘미국의 제제를 상수’로 하는 국가발전계획 수립이다. ‘자강력제일주의’와 ‘정면돌파전’이 그 전략노선이다. 

또 다른 하나는, ‘경제사업을 개선하지 못하여’에서 확인받듯이 코로나와 자연재해, 미국의 제재 등 예상하지 못했던 것까지 다 반영하고, 거기다가 목표달성 미달에 그러한 객관적 변수와 함께, 개선해야 될 낡은 경제사업방식까지 개선하여 내년에 수립될 5개년 국가발전계획을 성공시켜 내겠다는 방침마련이다. 

이렇듯 한 사물을, 어떤 문제를 어떻게 대하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만들어짐을 알 수 있다. 

제발 우리 대통령께서도 1인칭 접근법과, 책무에 대한 무게를 깊이 수용해주길 바란다.     

김광수 약력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현재는 부경대 기초교양교육원 외래교수로 출강한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자문위원/6.15부산본부 자문위원/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사)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 자문위원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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