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법외노조 투쟁 승리한 전교조 권정오 위원장
- “노동기본권, 국민기본권 확장… 역사적인 판결”
- 정부 진정성 있는 사과, 해고자 원직복직 등 촉구
- 하반기, ‘참교육’ 실현 위한 고삐 죈다

지난 3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판결하는 날. ‘법외노조 무효’ 선고 소식을 들은 조합원들과 전교조를 응원하는 많은 사람들의 기쁨을 한껏 담아, 승리의 ‘만세’를 외치며 법원을 걸어나온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

권 위원장을 만나 법외노조 무효 판결의 의미와 ‘법외노조’ 7년 투쟁의 소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 봤다.[편집자]

▲ 8일 전교조 본부 사무실에서 만난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 전교조 법적 지위 회복으로 인한 기쁨이 얼굴에 가득하다. [사진 : 선현희 기자]
▲ 8일 전교조 본부 사무실에서 만난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 전교조 법적 지위 회복으로 인한 기쁨이 얼굴에 가득하다. [사진 : 선현희 기자]

“7:5 정도 예상했는데, 10:2로 이겼어요. 교원․공무원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있어서 상당히 의미 있는 판결이었다고 봅니다.” 본격적인 인터뷰가 시작되기도 전에, 권 위원장은 무효 판결에 대한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세상 어디에도 이런 조합원 없습니다”

“엄청 기쁩니다. 엄청.”
연신 기뻐하던 권 위원장은 6만 전교조 조합원들에게 먼저 고마움을 표했다. “3일 날, 6만 조합원들 모두 울었을 거예요. 저 역시 대법정 나서면서 눈물이 났습니다. 지난 7년간 긴 싸움을 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뭘까 생각해보니, 가장 먼저 조합원이 떠오르더군요. 해직 조합원과 함께 하겠다고 이 싸움을 스스로 결정했고, 긴 시간 동안 조직을 지키면서 법외노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싸움을 함께 해왔던 자랑스러운 조합원들이었습니다. 세상에 이런 조합원 없습니다.”

대법원 선고가 있던 그 날을 떠올려보면 긴장의 하루였다.
코로나19 때문에 대법정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20명 정도였다. “가장 앞자리에 앉아있어서 법정 분위기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는 권 위원장. 오로지 대법원장 입에서 나오는 판결문, 어느 시점에 결론이 날 것인가 기다리고 있던 중, 판결문 낭독이 시작되고 10분 정도가 흘렀을 즈음 ‘아 우리가 이겼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헌법상 노동3권, ‘단결권’의 의미와 취지에 비추어, 조합원으로 활동하다가 해고된 노동자의 조합원 자격을 부정하고 이를 이유로 해당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것은 헌법 규범에 반하며,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보는 것 자체에 잘못이 있다는 것,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또, 헌법상의 권리를 보장할 때엔 국회가 입법을 통해 규율해야 하는데, 모(母)법인 노조법에 법외노조 통보에 대한 규정을 두지 않았고,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가 된 노조법 하위 법령(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은 법률의 위임을 받지 않았으므로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에 따른 법외노조 통보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 판결의 의미는 적지 않다.

역사적인 판결… 그 의미는?

“1989년 전교조 결성 후 10년 동안 싸워 99년에 합법화됐어요. 교원과 공무원도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권리, 단결권을 확보한 거죠. 그리고, 이번 법외노조 무효 판결은 단결권의 기초 아래 해직자까지 노동조합 범위에 포함시킬 수 있고, 그 결정은 노동조합이 스스로 할 일이라는, 어쩌면 평범한 상식을 확인하는 일이었습니다.” 그 뿐만 아니다.

권 위원장은 “국민의 기본권을 확대해석한 판결”이라며 ‘역사적인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정한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이며, 국민의 기본권, 노동기본권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가를 다시한번 확인해준 판결”이며, “이후 한국노동운동사에서 노동기본권을 해석하는 데 있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팩스 한 장으로 인한 고통… “빨리 되돌릴 것”

2013년 10월 24일, 박근혜 정부 고용노동부는 해직교사 9명이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전교조에 팩스 한 장을 보내 ‘노조 아님’을 통보했다. 팩스 한 장으로 시작된 고통과 피해는 컸다.

가장 큰 고통은 “2016년 1월~4월까지 전교조 전임자 34명이 직권 면직”당한 것. 4년 5개월이 흘렀다. 전교조는 또, 노동조합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했다.

“노조의 꽃은 단체교섭입니다. 조합원들의 요구, 교사들의 요구를 모아 교섭안을 만들고 사용자와 교섭을 통해 협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전교조 본부와 교육부와의 관계에서 이것이 완전히 봉쇄돼 있었습니다. 6만 명의 조합원들이 참교육을 위해 쏟아야 할 소중한 시간을 거리에서 보내야 했던 7년은 우리사회에서 큰 손실이기도 했지요.” 권 위원장은 법외노조의 시간이 아니었더라면 대한민국 교육이 더 많이 발전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표했다.

대법원 판결이 나자, 고용노동부는 ‘노조 아님’ 통보를 취소하는 또 한 장의 팩스를 준비했다. 7년 간의 고통이었는데, ‘노조 아님 통보 취소’ 공문 한 장으로 위로받을 수 없었다. 대법원 판결 다음 날인 4일,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이 전교조 본부 사무실로 찾아오게 했다. 그들은 먼저 유감을 표했다.

판결이 있은 후 단 하루 만에 전광석화처럼 이뤄진 일이다. “이렇게 가능한 일을 문재인 정부는 3년 반 동안 하지 못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대단히 안타까운 일입니다.” 전교조는 “노동조합과 한국사회에 손실을 만든 국가를 대신해 문재인 정부가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7년 동안 고통받아온 6만 조합원들을 진심으로 위로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법외노조 통보 취소에 따른 후속조치를 위한 논의는 이미 시작됐다. 교육부가 판결 당일, 보도자료를 통해 단체교섭, 직권면직자 복직 등의 조치에 신속히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7일 교육부 담당 부서장 역시 회복 조치에 빠르게 나서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힌 바 있다. 실무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권 위원장은 “판결 내용 자체가 명확하기 때문에 교육부로서도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며 “해직 교사 복직문제 등 빠르게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 고용노동부에게 받은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 통보’ 취소 알림 문서를 들어 보이고 있는 권정오 위원장. [사진 : 뉴시스]
▲ 고용노동부에게 받은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 통보’ 취소 알림 문서를 들어 보이고 있는 권정오 위원장. [사진 : 뉴시스]

전교조, ‘교육혁신’ 위한 고삐 죈다

법외노조 취소 후속조치와 함께, 전교조는 교육혁신을 위한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결심이다. 권 위원장은 남은 하반기 전교조가 중점을 둘 핵심사업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낮추는 운동이다. 교육 재정을 확보해야 하는 문제로, 이 운동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과 대면 수업을 반복하고 있어요. 격주나 격일로 학교에 나오고 있지만, 대도시 과밀 학급의 경우 실제 학교 안에선 물리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합니다. 학급당 학생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죠. 한 교실의 규모가 20평 정도 되는데, 학급당 학생 수가 20명 이하라면 한 교실에 1인이 차지하는 공간이 1평 정도, 이렇게 돼야 물리적 거리두기가 가능합니다.” 교육의 질 향상, 그리고 감염병에 대한 대비태세를 갖추기 위해 전교조는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낮추는 운동에 집중할 예정이다.

또, ‘학교 자치 역량 강화’에도 나선다. 코로나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학교 교육주체 간의 소통과 논의가 잘 되는 학교일수록 학교의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대응해 왔던 결과를 설명하며, “우리 교육이 ‘교육부-교육청-학교’ 수직적인 관계로 돼 있어요. 위에서 지시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관계를 탈피해야 합니다. 교육영역의 자치를 학교까지 확장할 수 있도록 학교 자치를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게 두 번째 과제”라고 했다.

한국교육을 지배하는 입시경쟁교육의 틀을 깨고 대학 입시제도를 개혁하기 위한 사업에도 집중할 예정이다.

권 위원장도 2016년 법외노조 건으로 인해 해고된 해직교사다. 하반기 하루빨리 해직자들이 복직하고, 자신은 “올해 연말 위원장 임기가 끝난 후 내년 1월1일 복직할 예정”이다.

“위원장 당선될 때 교사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약속했어요. 작년 전교조 결성 30주년을 기점으로 법외노조 문제를 풀고 남은 기간 교사의 일상, 학생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는데, 법외노조 문제 해결하다보니 많이 부족했어요.” 안타까움이 남는다면 이 것이었다.

권 위원장은 1989년 3월 교직생활을 시작해 전교조 결성을 이유로 4개월 만에 해고됐다. 첫 번째 해고 후 복직, 노조 전임 활동, 그리고 법외노조 건으로 인한 또한번의 해고 등으로 평범한 교직생활이 그립다는 그. “남은 정년까지 학생들을 가르치는 보람을 느끼며 학교현장에 복무하고 싶다”는 바람도 있다.

“지난해 5월 전교조 결성 30주년을 앞두고 아픈 노구를 이끌고 청와대 앞에서 시민사회 원로 선생님들을 다 불러모아 270여 명이 이름을 올려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하라’며 사자후를 토하던 백기완 선생님과,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모든 시민, 학부모, 학생들까지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를 위해 나서준 많은 분들의 응원에 고마움”을 표하며 이들의 응원에 힘입어 새로운 비상을 준비하겠다는 전교조.

“50만 교원들과 함께 대한민국 제1 교원노조로 다시 우뚝 서는 전교조, ‘숨을 쉬는 학교’, ‘쉼이 있는 배움’, ‘삶을 위한 교육’을 위한 대한민국 교육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가겠다는 전교조, 더욱 낮은 자세로 학생들 속으로, 학부모와 국민들 속으로 다가가는 노동조합으로 보답하겠다”는 전교조의 앞날을 기대해 본다.

▲ 전교조가 7일 ‘전교조 법적 지위 회복! 다시 참교육 한길! 기자회견’을 열어 각계각층의 지지와 노력에 감사 인사를 전하며 참교육 실천의 각오를 밝혔다. [사진 : 뉴시스]
▲ 전교조가 7일 ‘전교조 법적 지위 회복! 다시 참교육 한길! 기자회견’을 열어 각계각층의 지지와 노력에 감사 인사를 전하며 참교육 실천의 각오를 밝혔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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