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28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쿄 소재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사임을 표명했다. [사진 : 뉴시스]
▲ 지난 8월 28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쿄 소재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사임을 표명했다. [사진 : 뉴시스]

아베총리가 사임했다. 각종 부패스캔들, 코로나19대응 실패와 도쿄올림픽 연기 등의 실정으로  최악의 지지율에 차기 총선에서 승산이 없어지자 사임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사임방식 역시 아베답다. 한달 이상이나 궤양성 대장염에 대해 요란을 떨더니 결국 병을 핑계로 사임하였다.

아베 사임 이후 한일관계가 잘 풀리기를 바란다는 의견들이 언론에서 주종을 이룬다. 심지어 모 신문은 ‘혐한정치’, ‘반일정치’를 동시에 극복하는 계기로 삼자고 고창한다. 크게 보아 일본도 조금 양보하고, 한국도 조금씩 양보해서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자는 취지이다. 앞으로도 함께 살아야 할 옆 나라와 관계를 잘 풀어보자는데 무슨 이견이 있겠나 싶어서 막 지르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극우정치가 살아있는 한 너도 좋고 나도 좋다는 식으로는 한일관계가 절대 풀릴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베총리 시절 한일관계는 최악이었다. 그것은 전적으로 아베의 극우혐한정치 때문이었다. 
급격히 우경화된 일본은 군사대국화와 집단적 자위권 법제화를 강행하고, 미-일 동맹을 강화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상 필요시 언제나 일본은 군대를 해외로 출동시킬 수 있게 되었는데, 얼마 전 일본정부는 한국정부와 무관하게 북을 선제공격할 수 있다고까지 하였다. 이것으로 한미일 군사동맹라는게 한국에게는 빛좋은 개살구이고 한반도를 지배하기 위한 미일간의 협잡의 산물이라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아베는 총리직을 움켜쥐고 평화헌법 9조에 대한 개헌을 집요하게 추진했다. 9조개정을 안하면 일본은 전범국가로서 일본 열도방어전쟁만 가능한데, 9조를 개정하면 외국에 대한 침략전쟁도 가능해지게 된다. 이럴 경우 그 첫 대상은 어디일까. 당연히 한반도이다. 임진왜란, 일제 식민지 침략 모두 일본의 ‘정한론’의 산물이고, 한국전쟁 때도 일본은 미군의 길 안내자가 되었다. 아베가 사임발표 회견에서 가장 아쉬운 것 3가지가 “개헌‘, ’납치자 문제 해결‘, ’러시아와 북방 4개섬 문제 해결‘을 들었다고 하는데, 러시아쪽은 안전하게 하고 북과 중국을 향해 창끝을 겨누는 침략정책을 완성하지 못해 아쉽다는 이야기이다. 이러니 코로나19위기가 없었고, 아베의 집권이 지속되었더라면 결국 일본 헌법이 개정되는 참혹한 사태가 벌어졌을 것이다. 

일본국민의 혐한감정을 이용하여 국내기반을 강화하는 일본식 우익정치는 아베에 이르러 극에 달했다. 한편으로는 북이 일본인을 납치했다는 이른 바 납치범 소동을 일으켜 끊임없이 대북적대감정을 부추기고 조선학교를 탄압하는 혐오정치를 강화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판결을 ‘국제법 위반’이라며 수출규제로 보복하는 야비한 혐한정치를 일으켜 일본 우익세력이 정치적 위기를 타개해 왔다. 일본 최장기 집권한 총리라는 아베는 일제침략전쟁을 정당화하면서 총리직을 시작했고,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중국인과 미국·영국·호주·네덜란드 포로들에 대해서는 사과했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절대 사과하지 않았다. 이런 일본의 혐한 정치는 단순한 국내용이 아니라 북미간 핵협상을 방해파탄내고,  남북통일을 방해하며 한반도 분단으로 이익을 영구화하려는 우리 민족에 대한 적대정책과 연결된다.

상황이 이런데 아베 사임 이후 후계구도와 관련하여 아무런 영혼없이 중계방송식으로 보도하는 한국언론의 구태 역시 여전하다. 후임 총리로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의 경우 그래도 친한 정책을 쓰려고 하고 국민 지지는 높은데 의원내 기반이 약해 어렵다는 것,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이자 현재 외무장관은 아베와 친해서 가능성은 높은데 정치력이 떨어진다는 것,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파벌은 약하나 아베와 친하고 이곳저곳 나름 지지가 있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그래봐야 사실 모두 정한론의 후예들이고 혐한정치를 기반으로 하는 자민당내 정치인들에 불과하다.

이런 일본 극우세력과 관계에서 앞으로 어떻게 응대해야 하겠는가 하는 것은 민족적 관점에서 깊게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
한일관계의 핵심은 일본정부가 조선에 대한 식민지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저런 사과를 했다는 역대의 어느 수상도 이 선을 넘지는 않았다. 이걸 그대로 두고 새로운 한일관계는 불가능하다.
특히 앞으로 평화로운 동북아 질서를 항구적으로 구축하려면 한미일군사동맹에서 탈피해야 한다. 그리고 한일 식민지 배상문제를 의도적으로 삭제한 52년 샌프란시스코 체제를 극복해야 한다. 샌프란시스코 미일강화조약을 근거로 만들어진 65년 한일협약을 재검토 해야한다.
일본 극우정치세력이 강제징용문제나 위안부 문제를 극도로 반발하는 것은 바로 이런 문제들이 그 동안 왜곡해 온 한일관계의 근본문제로 연결될까봐 우려해서이다. 
한국에서 민주항쟁의 결과로 민족자주의의식이 높아지면서 친일파 군사독재가 저질러 놓은 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을 일본 극우파가 거부하면서 한일관계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 일본 극우정치의 반발을 뚫고 식민지 불법침략에 대한 인정과 사과를 받아내는 것이 한일관계의 근본문제이다. 
아베 사임 이후 한일관계의 근본문제를 풀어내는 길로 좀 더 접근하자면 국내적으로도 친일파 청산에 더욱 힘을 넣어야 한다. 내부의 친일파를 극복하지 않고 과거청산과 함께 현재와 미래의 일본우익의 군사대국화전략, 군국주의 정책, 한반도 재침략 의도로부터 민족의 이익을 지키는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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