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군사독재를 굴복시키고 민주주의 이행기를 연 87년 6월항쟁 33주년이 되었다.
오늘 우리는 지난 33년을 20세기와 21세기를 넘어온 위대한 민중의 자랑찬 항쟁의 역사로 추억하게 된다.

돌아보면 33년의 연대기는 전진과 반동의 10년, 국민참여정부 10년, 이명박근혜정부 10년에 이어 문재인 정부 3년의 고개마루를 넘어가고 있다.

6월 그날의 국민적 민주함성은 7,8,9노동자 대투쟁의 불길로 타올라 87항쟁의 쌍봉우리로 거대하게 솟아있다. 이러한 힘이 있었기에 비록 6월항쟁의 성과를 민주정부수립으로 완결짓지 못하고 친미군사독재의 안전한 퇴각을 허용하였지만, 88년 총선에서 여소야대국면을 창출하고 5공청산, 노동법개정의 포문을 열 수 있었고, 북방정책의 공간을 거대한 거족적 조국통일운동의 공간으로 전변시키고 90년대 범민족대회운동으로까지 발전시켜 나갈 수 있었다.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친미군사독재세력은 3당합당을 통해 민주화의 성지 영남권을 분리해내고 호남을 포위하는 전략을 통해 친미보수대연합정권을 세우는 의회쿠데타로 오늘날까지 그 명맥을 유지해 왔다. 참으로 이 전진과 반동의 시기에 공안정국을 거치며 우리 민중은 얼마나 많은 민주통일열사들을 가슴에 묻었는가.

친미보수대연합정권 반동의 결말은 97년 외환위기였다. 미 제국은 한국경제를 초토화시킨 후 알짜은행과 기업을 집어삼키고, 금융착취체계를 구조화했으며, 농업을 파탄시키고 노동자들을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으로 내몰았다. 국민의 정부가 추진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전략은 일정하게 민주주의의 성장을 가져왔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주의가 신자유주의 시장화, 자유화로 포섭되면서 대미예속, 재벌확대를 가져오고 친미반동세력의 복원력을 강화시켜주기까지 하였다.
이러한 반동의 역류를 타고 넘을 수 있었던 것은 6.15공동선언이었다. ‘우리민족끼리’, ‘연합연방제 통일’의 염원은 활화산처럼 타올라 남북 화해와 협력, 자주와 민족대단결운동으로 솟구쳐 올랐고, 노동자들의 산별노조건설, 진보정당건설운동, 386민주시민운동의 성장과 상승작용을 일으켰으며, 마침내 효순미선양 반미촛불시위로 타올랐다. 이 힘은 극적인 노무현 정권 탄생으로 이어졌다.
친미보수세력은 졸속으로 노무현정권에 대한 탄핵을 추진했지만 오히려 민중의 저항만 초래하고 민주세력이 국회다수를 차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준비가 부족한 민주세력이 국가보안법 폐지, 언론개혁 등 4대개혁입법을 관철하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네오콘이 장악한 미 제국은 더욱 반동화되어 반테러전으로 세계를 내몰고 한국에 이라크파병을 요구함과 동시에 주한미군 유연화전략과 평택미군기지 이전, 제주도 강정기지 건설을 요구해 나섰다. 나아가 경제자유구역 확대, 한미FTA추진으로 한국사회는 경제식민지, 양극화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정점으로 치닫고 있던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테러전, 대북적대정책에 대한 한국민중의 저항은 유례없이 완강하게 전개되었다. 우리 민중들이 전개한 비정규직 투쟁, 공공부문민영화반대투쟁, 이라크파병반대투쟁, 평택미군기지반대투쟁, WTO세계화반대투쟁, 한미FTA반대노농빈총궐기 투쟁 등은 진보정당 원내진출시대 개척, 6.15선언관철, 반미자주, 반전평화, 애국통일 공조운동과 연결되면서 6.15공동위원회건설, 10.4선언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이 시기 얼마나 많은 노동자, 농민, 빈민들이 현장에서, 거리에서, 골리앗에서, 칸쿤에서 목숨을 잃었는가. 
참으로 국민참여정부의 시기는 미 제국의 신자유주의 세계화전략, 대북적대전략에 맞서 6.15공동선언, 10.4공동선언으로 민족의 힘을 키우고, 집단지성과 민주주의 이행을 심화시키며, 진보정당운동, 민중연대운동을 개척해간 위대하고도 가열찬 항쟁의 시기였다.

2기 이명박 친미보수연합정권의 시작은 광우병 쇠고기 촛불항쟁이었다. 그 촛불의 끝에 2008년 금융공황이 도래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붕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한때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환상을 가졌던 중간층은 침을 뱉고 돌아섰고, 통합진보당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진보진영과 중간층은 잘 단결하여 이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이명박정권은 747 헛공약 속에 토건경제의 실패, 자원외교의 실패, 남북관계의 파탄이라는 참혹한 결과만 남겼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경제민주화와 생애주기 복지정책을 공약에 내걸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민중의 저항과 분노는 커져만 갔다.
그러나 선거의 여왕은 정치무능자의 유신부활, 헬조선 본격화의 길로 들어섰다. 댓글공작으로 시작한 임기는 통합진보당 해산, 교과서 역사전쟁, 친일위안부합의, 세월호사건은폐, 개성공단폐쇄, 쉬운 해고추진, 불통무능국정운영이라는 유신부활반동으로 이어졌고 결국 재벌과 야합한 엽기적 국정농단 사건으로 비화하고 말았다. 민중들은 역사반동, 유신부활, 경제파탄, 생명무시 등 모든 사안에 맞서 저항과 투쟁의 밤과 낮을 보냈다. 마침내 한국민중은 2015년 노농빈총궐기 투쟁에 이어 2016년 위대한 촛불항쟁으로 박근혜정권을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역사적 위업을 이루었다.

촛불항쟁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 3년.
민주개혁세력은 대통령선거, 지방선거에 이어 총선에서 압도적 다수의석을 획득하고, 친미수구세력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고 대구경북, 강남밸트로 왜소화되고 있다.
4.27판문점 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으로 민족의 통일열망과 북미관계전환에 대한 기대가 하늘에 닿았던 지난 2년간의 세월이 있었다.
코로나19 방역의 모범국가로 등장하며 역대급 국격상승의 기회도 맞고 있다. 다른 한편 미국과 유럽이 어이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이 모든 징표들은 지난 33년을 관통했던 87년체제가 끝나고, 2020년체제가 들어서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33년전 6월항쟁의 주역들이 이제는 집권세력이 되었고, 진보운동의 지도층이 되었으며, 사회 곳곳에서 이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다. 이 주역들이 지난 촛불에서도 자녀들과 손잡고 광장에 나와 박근혜를 끌어내렸다.

그러나 다른 한편 후대에 대한 부채의식도 크다. 
87년의 함성은 완성되어 가고 있는데, 빈부격차, 청년실업과 노인빈곤은 더 커져가고 있다. 6월항쟁의 주역들이 이 사회의 주류가 되어 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건들에 대한 적폐세력들의 공격에 대해서 방어력을 높이면서도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에 대한 성찰력 역시 더 높여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하늘을 찌르던 남북정상의 평화번영에 대한 약속이 엊그제 같은데, 오늘은 왜 탈북자들이 국회에 입성하고 6.15 20주년을 눈앞에 두고 전단지가 뿌려지며, 남북관계는 더 냉랭해지는 결과가 초래된 것인지에 대해서도 매우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한번 항쟁의 주역은 영원한 항쟁의 주역이다. 오히려 권한이 더 커진 만큼 책임감도 더 높아져야 한다. 2020년체제도 그렇게 만들어 가야 한다.

2020년체제는 탈미, 탈세계화로 시작해보자.
코로나 재난과 경제위기는 미국, 유럽에 목을 맬 것이 아니라 내수와 한반도, 유라시아대륙과 동아시아에 눈을 돌릴 것을 요구한다. 그렇다면 한국판 뉴딜은 이러한 방향전환의 디딤돌을 놓는 토대구축, 제도전환에 투여되어야 한다.

2020년체제는 자주, 평등, 통일의 길로 가야 한다.
33년의 민주화 이행기를 돌아볼 때 이 정도의 민주주의를 하는데 왜 그렇게 33년이라는 오랜 세월이 걸렸고, 민중의 지난한 투쟁이 필요했는가 하는 점을 생각해보게 된다. 미국의 간섭과 방해, 이를 등에 업은 친미수구세력의 저항 때문이다. 미국의 지배와 간섭에서 벗어나야 분단적폐세력을 보다 효과적으로 청산할 수 있고, 촛불항쟁이 요구하는 민주주의도 더 잘 완성할 수 있다. 복잡한 판단을 요구하는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 경제위기 시대에 경제위기도 극복하고 빈부격차도 극복해야 한다. 무엇이 이를 가로막고 있는가? 미국자본과 재벌이다. 미국의 금융착취와 재벌의 사유화라는 이중착취구조를 청산하지 않고 분배와 복지를 늘릴 방법은 없다. 수출로 외화를 벌어오는 것은 더욱 어렵게 될 것이고, 반면 미국과 재벌이 더 많은 것을 가져가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탈미자주, 탈세계화는 남쪽 힘만으로는 힘들다. 남북이 힘을 합쳐야 한다. 이것을 가장 방해하는 세력은 미국과 그 앞잡이 친미수구세력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불순한 탈북자들까지 나섰다. 그들은 남과 북이 힘을 합치는 것이 가장 두렵기 때문이다. 남과 북이 힘을 합치는 데서 두려움은 그들의 몫이지 항쟁주역들의 몫이 아니다. 33년을 헤쳐온 것처럼, 이제 본격적인 자주, 평등, 통일의 길로 민중의 힘을 믿고 전진하자.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