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사태가 드러낸 콜센터 노동현장, 하도급의 문제를 바라보다

324일 정부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전 국민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자는 내용을 발표했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외출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며 종교, 유흥, 체육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운영 중단과 직장에서 증상 발병 시 즉각 귀가 조처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고 대부분은 이를 잘 지켰고 높은 시민의식의 표본이란 찬사가 뒤따랐다.

하지만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수칙을 따르는 지금, 이를 지키고자 해도 지킬 수 없는 이들이 있었다. 지난 3월 서울 구로 콜센터에서 대규모 확진 사례가 발생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이어지는 와중 칸막이도 없이 서로 밀착되어 환기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사무실에서 수 시간 말을 이어가야 하는 콜센터 현장은 그렇게 사회에 알려졌다.

언론이 관심을 가지고 여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콜센터와 관련한 여러 조치가 이어졌지만, 아직도 현장에서는 체감하는 변화를 느끼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렇다면 실제 현장의 이야기는 어떠할까.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한국고용정보 노조 부산분회 이경아 분회장의 인터뷰를 통해 들어보자.

Q.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현재 한국고용정보 노조 부산분회 분회장을 맡은 이경아라고 합니다. 근무는 부산 롯데홈쇼핑에서 하고 있고 한국고용정보라는 회사에 고용되어 있습니다. 도급인 거죠.

 

Q. 콜센터 업무에 대해 우선 설명해 주신다면?

A. 콜센터 업무는 크게 인바운드 업무와 아웃바운드 업무로 나뉩니다. 아웃바운드는 고객들이 경품이 당첨되는 경우 고객에게 안내한다던가 저희가 전화를 거는 업무죠. 그리고 인바운드는 말 그대로 들어오는 콜을 받는 것입니다. 민원이든 주문이든 고객이 직접 전화를 걸고 받는 거고 정말 쉴 틈이 없죠.

 

Q. 고용노동부의 정책자료에 따르면 콜센터 평균 근속 월수가 3~4개월 정도인 것으로 나오는데 이렇게 짧게 근무하고 이직하게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A. 임금이 매우 낮은 것이 문제입니다. 최저시급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거죠. 제가 알기로 근속 수당을 주는 콜센터가 없어서 어느 콜센터나 1년을 일하든 10년을 일하든 급여가 같습니다. 13년을 다닌 직원도 계시는데 그분이랑 저랑 월급이 똑같거든요. 콜센터 다니다가 퇴직금 한번 받고 다른 곳으로 가도 동일한 임금을 받기 때문에 굳이 오래 다닐 이유가 없는 거죠. 이직이 잦은 만큼 채용도 많이 이루어지는데요, 경력 단절된 여성도 제한 없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콜센터다 보니 여성 비율이 높아지는 결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우리 회사만 하더라도 직원이 142명인데 남성 직원이 4명뿐이거든요. 회사에서 남성 직원이 들어오려고 하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뽑으려고는 하는데도 말이죠.

 

Q. 노동조건이 개선되지 않는 상태에서 사람만 유목민처럼 이곳저곳으로 돌아다니게 되는 것이군요?

네 맞습니다.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는 거죠. 저만하더라도 이제 3년 정도 되었는데 동기가 한명도 없거든요. 보통 뉴스에 나올 때에는 감정노동이 어렵고 힘들다는 게 크게 부각되는데 감정노동이 어렵고 힘든 것은 있죠. 하지만 그런 부분 만큼이나 급여라는 현실적인 조건이 좀 더 문제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Q. 구로 콜센터 확진 사례 이후 콜센터 업체에 대한 방역 대책들이 나오고 있는데 마스크 지급과 관련해서 회사 차원의 대책이나 지침이 있는지?

A. 마스크 지급과 관련해서는 업체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저희 같은 경우 물류 쪽 업무와 관련되다 보니 마스크가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지급되었습니다. 하지만 마스크가 지급되더라도 하지만 막상 업무를 하다 보면 마스크를 쓰고 하루 8시간 근무를 할 수가 없어요. 회사에서는 당연히 사용하라고는 하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쉽지 않죠. 사실 근본적으로는 재택근무가 필요한 게 맞아요. 홈쇼핑 원청 직원들은 구로 콜센터 사건이 나기 전부터 대부분 재택으로 들어갔거든요. 저희는 구로콜센터 일이 있기 전까지 재택이야기조차 없었어요. 건강과 관련된 문제와 관련해서 정직원과 도급사 직원 간에 차이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Q. 마스크 착용이 어려운 만큼 방역대책이 시급해 보이는데 별도의 조치는 없었나요?

A. 일단 주 3회 정도 업체를 불러서 방역하고 회사 차원의 방역도 시행하고는 있는데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죠. 방역하는데 방역을 하는 15분 동안 콜을 받아야 해서 다른 층에 가서 콜을 받고 있거든요. 저희가 사용하는 사무실에 방역하면 다른 층, 다른 사람 컴퓨터로 콜을 받고 다시 올라와서 콜을 받는 식인데 방역의 의미가 없는 거 아니냐고 했죠. 회사 측에서도 롯데홈쇼핑에 5개 도급사가 있는데 처리율로 도급사를 줄 세우다 보니 방역을 하는 이 15분조차도 실적 압박에 양보할 수 없다고 하고 있죠. 근로감독관이 왔을 때 차라리 업체 공통으로 방역을 위해 15분씩 함께 뺄 수는 없는 것인지 문의를 해봤지만, 법적으로 제지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식이죠. 결국, 원청이 나서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입니다.

 

Q. 코로나 19사태 이후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 또는 유급휴가를 제공하고 있고 정부에서는 가족돌봄휴가를 장려하고 있는데 콜센터는 어떠한지?

A. 가족돌봄휴가의 경우 쓴 사람이 이때까지 1명뿐이었습니다. 코로나 사건 이전에 애가 초등학교 입학을 하게 돼서 쓴 것이거든요. 전체 직원 142명 중에 여성직원이 138명이고 기혼자 비율이 70% 이상 넘는 회사에 애들이 학교를 못가는 상황에서 가족 돌봄 휴가를 1명밖에 못 쓴 건 말이 되는 상황이죠.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휴가를 막는 건 아닌데 이런 걸 알리지도 않고 또 암암리에 휴가를 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도 하고요. 저희가 연차를 자유롭게 쓰기 시작한 지도 1년 남짓입니다. 실적 때문에 콜센터는 연차를 잘 못 쓰게 하거든요. 그나마 노조가 생기고 나서 가능했죠. 노조 활동하면서 가장 많이 싸운 부분이기도 한데 노동법은 최소한의 권리인데 왜 법에 있는 연차를 못 쓰게 하냐고 했더니 콜센터 특성상 그렇다, 관례가 그렇다는 식이니 답답하죠.

 

Q. 회사가 먼저 바뀌는 것이 아니라 노조가 생기고 요구가 있고 난 뒤에 변화가 생기는 것 같은데 노조 활동은 어떻게 하시게 되었는지?

A. 제가 민주노총에 노조 문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제가 속한 한국고용정보에 노조가 설립되어 있고 분회로 가입하면 된다고 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콜센터 문제가 전국에 회사가 있는 거에요. 다 도급사다 보니 각 파트, 부서별로 흩어져 있는데 저희 한국고용정보만 하더라도 직원이 4,000명에서 5,000명인데 서로 다 몰라요. 그렇다 보니 현장에서 뭉치기도 어렵고 본사에 노조가 있다는 사실도 같은 회사 소속인데도 잘 모르는 경우가 있어요.

실적을 채우기 위한 정말 많은 악습이 있었는데 노조가 생기고 나서 그래도 조금씩 바뀌고 있거든요. 가령 단체 창에 화장실 가는 걸 쓰게 하지 말라고 한 게 있어요. 이게 뭐냐면 저희가 처음에는 화장실 가는 것도 함부로 가지 못했어요. 콜을 받아야 한다고 같은 팀 내에 동시에 화장실을 못 가게 해서 카카오톡 단체방에 화출, 화착 그러니까 화장실 출발, 도착 이렇게 보고를 하고 한 명씩 가게 했거든요. 이런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는 문제들 같은 것부터 해서 이것저것 변화가 생겼죠. 노조 활동하면서 회사가 도급이다 보니 원청과의 계약에 눈치를 봐야 하고 여기서 노조가 계약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많이 들었어요. 같은 직원들한테. 사실 노동자가 기업의 입장도 봐주면서 정당한 권리를 포기해야 하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노동자끼리 싸우게 프레임을 짜는 것도 문제죠.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신다면?

A. 아직도 굉장히 열악하고 낮은 급여를 받으면서 일하는데 저희 없이는 회사도 돌아가기 힘들거든요. 상담원들이 정말 광범위하게 하는 일이 많아요. 문제는 아직도 상담원들에 대한 인식이 낮아서 상담원을 아무렇게 대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인식변화가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노동법. 노동법만큼은 지켰으면 좋겠어요.

‘콜센터 텔레마케터 중 여성의 비중이 약 89.2%, 비정규직 비중은 약 66.1%. 콜센터 상담원의 월평균 임금은 134.2만원으로 전 산업 평균의 70%에 불과했으며, 근속기간은 전산업 평균의 1/3에 불과한 3.1년이다.’

위 내용은 국가인권위원회가 2009년 실시한 ‘콜센터 텔레마케터 여성비정규직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정책토론회’에서 발표된 내용이다. 11년이 지난 지금 구로 콜센터를 통해 터져 나온 현장의 상황은 당시의 상황과 크게 달라지지 못했음을 보여주었다. 낮은 임금과 고객 전화에 묶여 화장실과 같은 기본적인 인간의 생리 활동조차 제약되는 상황, 코로나19 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콜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 변함없이 남아 있는 것이다. 2016년 한국노동연구원의 정책자료에서도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은 여실히 드러난다. 해당 자료는 통계청 자료 분석을 통해 2007년 연봉이 1,919만 원가량이었는데 7년이 지난 2014년에는 2,023만 원으로 104만 원밖에 오르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반면 같은 기간 산업 종사자 수는 2.12배 증가하였고 기업체 수도 300개가량 증가하는 등 산업의 규모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기업은 성장하고 산업은 커지는데 왜 노동자의 삶은 점차로 하락하는 것일까. 한국고용연구원은 연구자료에서 저임금의 원인으로 위탁으로 운영되는 도급구조, 여성 노동자 위주의 구성, 상담업무에 대한 사회적 저평가 등의 영향을 주목했다. 이경아 지부장과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듯 도급문제와 사회적 인식의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산별노조가 아닌 기업 노조 형태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어렵게 노조가 생기더라도 원청과 협상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한다면 결국 도급의 문제가 가장 근본적일 수밖에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해서 연장되고 학교에서는 온라인 개학 등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대책을 이어가는 오늘날, 눈앞의 방역을 위한 단기적인 대책이 아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장기적 대책 마련을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