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는 주요 이슈는 뭐니 뭐니 해도 ‘코로나19’와 ‘4.15총선’이다.

코로나19 종결을 쉬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감염병 예방과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이 한창인 가운데, 대구·경북지역 의료활동을 자처하고 나선 의료진, “저는 괜찮습니다” 마스크 양보 운동 등 재난을 희생과 연대로 극복하기 위한 민중들의 힘이 곳곳에서 발휘되고 있다.

▲ 약국 앞에서 마스크 공적구매 기다리는 시민들. [사진 : 뉴시스]
▲ 약국 앞에서 마스크 공적구매 기다리는 시민들. [사진 : 뉴시스]

“부자들만 하는 게 기부라고 생각했는데 뉴스를 보니 저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용기를 내서 줍니다. 너무 작아서 죄송합니다.”

얼마 전, 부산의 한 지체 장애인이 11장의 마스크가 담긴 봉투를 파출소 앞에 놓고 가며 전한 말이다. 그는 회사에서 받은 마스크가 많아서 나눠 쓰기로 마음먹고 “위험할 때 가장 먼저 와 주는” 경찰을 위해 마스크를 기부했다. 대표적인 일화 중 하나다.

또, 재난 속에 생존권이 위협받고, 건강권이 위협받는 노동자들도 자신들처럼 재난 앞에 희생당하고 자신보다 더 위험한 상황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연대의 손길을 보냈다.

코로나19에 따른 개학연기로 무급휴직 중인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온라인 쇼핑 증가로 살인적 노동강도에 시달리며 마스크도 없이 배달일을 하고 있는 배송노동자 등. 그들이 가입된 서비스연맹은 대구·경북지역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특수고용, 하청노동자들을 위해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마스크를 기부했다. “노동조건 차별도 서러운데 안전에서 차별받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어선 안 된다”는 마음이었다.

전교조는 지난 3일부터 선생님과 시민들의 마음을 모아 성금 1억 3천여만 원을 대구·경북지역 등에 전달했다. “재난은 사회 취약계층에 더 큰 고통을 준다”면서 “아동·청소년 건강권 보장을 위해 사용해 달라”고 했다. 성금은 관내 소외 계층 아동 청소년과 비정규직 자녀를 대상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다른 노동조합들도 모금운동에 나서고 있다.

▲ 서비스연맹 노동자들이 대구·경북지역 하청, 파견, 특수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마스크를 기부했다. [사진 : 서비스연맹]
▲ 서비스연맹 노동자들이 대구·경북지역 하청, 파견, 특수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마스크를 기부했다. [사진 : 서비스연맹]

국민들은 국난을 헤쳐나가는 데에 자신을 희생하고 연대하는 것 만이 아닌, 적극적인 행동으로 자신의 힘을 표출하기도 한다. 마스크가 꼭 필요한 곳에 마스크가 없거나, 마스크를 살 수 없는 문제를 스스로 나서 해결한다. 서울 노원구가 대표적인 사례다.

“길에서 만난 80대 할머니께서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보풀이 일고 낡고 헤지다 못해 심하게 오염된 마스크를 하고 계셨어요.”

2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주민의 일상에서 마스크 품귀현상이 일었고 주민들의 큰 고충이 되었다. 마스크 대란이 시작되자 “마스크 사는 게 너무 어려워요”,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마스크 사려면 줄을 서야 하는데…”, “조퇴하고 사러 갔는데도 못 샀어요”, “줄 서다가 오히려 코로나에 걸릴 것 같아요” 등 수 많은 주민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여기저기 터져 나왔다. 노원구 주민들은 이내 해결 방법을 찾았다.

아이와 함께 놀이터에 있던 한 엄마의 말이 문제해결의 단초가 됐다. “마스크 때문에 주민들 줄 서게 하지 마세요. 구청이 일괄 구매해서 주민들에게 일일이 나눠줄 수 있는 대책을 세웠으면 좋겠어요.”

▲ 사진 : 민중당 노원구위원회 코로나19대책본부
▲ 사진 : 민중당 노원구위원회 코로나19대책본부

주민들은 집단 민원운동을 벌였고 구청은 주민들의 정책 제안을 받아들여 마스크를 구해 53만여 구민들에게 1인당 2장의 마스크를 일괄배부했다. 주민센터를 거쳐 통반장이 배부에 나섰다. 마스크 구매에 대한 정보력이 없는 주민도, 이동과 줄서기가 어려운 주민도, 돈이 없어 마스크를 구매할 수 없었던 주민도 차별없이 마스크를 지급받았다. 주민들이 뜻을 모아 제안한 정책이 행정기관을 움직이게 한 노원구 마스크 배부는 전국 최초의 사례다. 재난 극복의 힘과 원동력이 민중 속에서 확인된 순간이다.

앞서 노원 주민들은 수도권 지하철 1호선 월계역 배차 간격 문제를 주민들의 힘으로 해결한 경험이 있다. 출근시간 30분 가까이 열차를 기다리게 만든 월계역 배차시간 변경의 원인을 알게 된 순간부터 주민들은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집단민원운동을 시작했다. 온라인 주민소통방을 통해 함께 할 주민을 조직하고, 집단행동에 이어 주민 뜻대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주민회의까지 열었다. 2개월여 시간 동안 주민들의 힘으로 1호선 배차 간격을 변경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었다.

당시 주민과 함께, 주민의 의지대로 월계역 문제 해결에 함께 나섰던 민중당 노원 주민직접정치운동본부(본부장 최나영). 2월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코로나19 대책본부’를 자임했다. 마스크 문제 역시 월계역 문제처럼 주민 속에서 답을 찾고, 주민의 힘을 모아 해결했다. 월계역 문제를 해결한 귀중한 경험은 주민 직접정치로 문제를 해결하는 시간을 훨씬 단축시켰다.

▲ 사진 : 뉴시스
▲ 사진 : 뉴시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는 코로나19라는 국가적 난국 상황에서 취약층의 마스크 지원 예산 삭감, 검역인력 충원 예산 삭감도 모자라 국가 재난 극복대책에 시비 걸고 자신들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정쟁을 유발하는 정치인, 국민의 뜻을 받들기는커녕 국회 의석수 한자리를 더 차지하기 위해 오합지졸 묶이는 기성 정치와는 대변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재난 극복보다 당선이 중요한 정치인들의 오합지졸 연대는 노동자와 주민, 민중들의 연대와 비길 바가 아니며, 주민과 민중 속에 튼튼한 뿌리를 만들려는 주민 직접정치의 힘은 그들의 정치방식과 비교할 수 없다.

재난 속에서도 주민의 힘은 더욱 크게 빛나며 주민과 함께 주민 직접정치도 발전하고 성장하는 중이다. 재난 극복의 원천엔, 직접정치의 길엔 ‘민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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