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적 노조 점령, 작업권 강탈’ 서경항운노조 규탄

노동조합 위원장이 조합비로 고급승용차를 끌고 다니고, 노조 간부를 친인척으로 채우며, 노동조합 대의원도 조합원 직접투표가 아닌 집행부가 지명한 사람들을 놓고 찬반투표를 벌였던 노조, ‘가락항운노조’.

이를 비판하며 ‘노조 위원장 퇴진’과 ‘직선제’ 등을 요구하는 등 노조의 민주화를 외쳤던 조합원들. 가락시장 내 도매법인인 동화청과와 중앙청과에서 진행되는 농산물경매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하역 및 배송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노동자들이다.

민주화 여론에 밀려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위원장은 돌연 입장을 바꿔 ‘조합의 합병·분할 또는 해산에 관한 사항’을 안건으로 하는 임시대의원대회를 일방적으로 소집했다. 결국 가락항운노조는 해산됐다. 지난 2월의 일이다.

조합원들은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의 노조가 타 노조로 흡수되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위장 해산된 가락항운노조는 서울경기항운노조(서경항운노조)에 흡수됐고, 서경항운노조가 노조를 장악했다. 그리고 ‘노조 민주화’를 요구했던 노동자들에게 다시 노조에 들어오라고 강요했다.

▲ 지난달 27일, 서경항운노조 위원장 명의로 공고된 ‘작업배제’ 관련 공고문. 서경항운노조 조합원 외엔 작업할 수 없다고 쓰여있다. [사진 : 가락시장 대책위]
▲ 지난달 27일, 서경항운노조 위원장 명의로 공고된 ‘작업배제’ 관련 공고문. 서경항운노조 조합원 외엔 작업할 수 없다고 쓰여있다. [사진 : 가락시장 대책위]

“지난달 11일 가락항운노조 해산을 위한 임시대의원대회에 용역 깡패를 동원했던 그들이 이젠 조합원들을 작업에서 배제하는 등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서경항운노조는 6일 정오를 기해 노조에 가입하지 않는 조합원들을 작업에서 배제하겠다고 공고했다.

“위원장을 우리 손으로 뽑자고 외쳤던 죄밖에 없습니다.” 가락시장의 하역노동자들은 노동권과 생존권이 강탈당할 위기에 처해 졌다.

▲ 가락시장 부정비리 척결과 하역노동자 생존권 보장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가 서경항운노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 가락시장 대책위]
▲ 가락시장 부정비리 척결과 하역노동자 생존권 보장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가 서경항운노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 가락시장 대책위]

‘가락시장 부정비리 척결과 하역노동자 생존권 보장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대책위)’는 이날 오전 가락시장 과일경매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적 노조 점령, 작업권 강탈’ 서경항운노조를 규탄했다.

“노조를 위장해산 시키기 위해 40명의 용역 깡패를 동원하고, 조합원들을 이용해 연막작전을 편 뒤, 창문을 타고 넘어 회의장으로 잠입했던 그들이 또 어떤 일을 꾸밀지….” 노동자들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 서울 곳곳의 진보·시민단체들이 연대했고, 150여 명이 기자회견장에 섰다.

이들은 “서경항운노조는 대체 무슨 권리로 이곳에 들어왔는가?”라고 따져 물었고, “고용노동부로부터 근로자공급사업권에 대한 허가도 받지 않은 채 근로자공급사업을 하고 있는 서경항운노조가 하역노동자들의 작업권을 강탈하고, 불법적으로 노조를 점령한 행위를 지켜볼 수 없다”면서 가락항운노조에서 떠날 것을 요구했다.

고용노동부의 허가 없이 ‘직업안정법’ 위반이 적발돼 실형 또는 집행유예 선고가 나면 근로자공급권이 박탈되는 등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생존권은 큰 위협에 처하게 된다.

뿐만 아니다. 지난 35년간, 가락시장 일터를 지켜온 하역노동자에 대한 ‘작업배제’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는 가락시장의 물류를 멈추는 상황을 낳는다.

하역노동자들은 “가락시장의 물류가 멈추게 된다면, 그에 대한 책임 또한 서경항운노조와 위원장에게 있음”을 분명히 했다.
“단 한 명의 작업배제라도 현실화되는 순간,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커질 것이며, 그 책임은 모두 서경항운노조에 있다. 하역노동자들과 시민사회대책위는 모든 것을 걸고 생존권 보장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회견을 마친 뒤 참가자들은 가락시장 과일경매장과 야채경매장을 돌며 “서경항운노조 물러가라”, “민주노조 쟁취하자”라고 외쳤다. 이 과정에서 청과 법인직원이 회견을 방해하면서 잠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회견을 시작으로 150여 하역노동자들은 “작업배제에 따른 노동권 박탈에 대항해 물러서지 않는 싸움을 각오”했다. 이날 12시로 예정됐던 작업배제는 결국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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