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다. 북한측에게는 영변 플러스 알파를 설득하고 미국측에게는 포괄적 비핵화 합의와 이를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방안을 설득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4월 11일 한미 정상회담은 중재자 역할론의 비현실성이 확인되었다.우리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4월 22일 해리 해리스 주한미대사의 기자회견은 미국의 인식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해리스 대사는 ‘굿 이너프 딜’과 관련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면서 “미국과 공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데서 ‘남북 협력’과 ‘북미 신뢰’라는 두 개의 동력을 확보하게 된 배경에 판문점 선언이 존재한다. 지난 해 4월의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은 북미 대화가 진행되지 않은 조건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양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 역시 남과 북이 주도하는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의 길을 제시했다. 판문점 선언은 ‘남북 관계 발전 → 한반도 긴장 완화 →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완전한 비핵화’라는 시퀀스를 합의했다.판문점 선언이 가능했던 데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
지난 해 9월 평양에서 진행되었던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정의되었다.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나가”기로 합의한 9월 평양공동선언 5항이 그것이다. 즉 남북 정상이 합의한 비핵화의 정의는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이다. 또한 남북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비핵화 협상에서 남측을 배제하는 전략을 취해왔던 기존의 북측 전략과 비교하면 이는 파격적 변화이다. 북측은 문재인 정부를 한반도 비핵화의 당사자로 인정하고, 남북 협력 하에서 한반도 비핵화
북미 최초의 정상회담이 지난 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되었다. 북미 양 정상이 합의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두 차원에서 큰 의미를 갖는 것이었다.첫째, 군사적 대결을 종식하고 외교적 해법을 통해 북미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했다. 북미 양측은 세 가지 핵심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북미 관계, 한반도 평화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가 그것이다. (미군 유해 송환 역시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이나 현 정세에서 쟁점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논외로 한다.) 한반도 군사적 긴장 고조의 핵심 당사자였던 북미 양 정상이 긴장을 완화하고 외
합의서 초안이 존재했었다는 것은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국측이 북한의 ‘빅딜’ 제안을 수용하기로 했음을 의미한다. 그걸 수용하지 않았다면 정상회담 자체가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거부 의사는 정상회담 직전에 결정되었고, 정상회담 테이블에서 북측에 전달되었다.하노이 회담의 결렬은 북미 관계의 속성을 드러낸 정치적 사건이었다. 영변 핵시설을 둘러본 유일한 외부인인 미국의 핵전문가 헤커 박사가 이미 지적했다시피, 영변의 모든 핵시설을 폐기하겠다는 북한의 제안은 그 자체로 ‘빅딜’이었다. 일각에서는 하노이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