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성 계엄은 없다’...계엄령 요건 위반 명확히 지적
입법부 침탈도 헌정 파괴로 판단
‘국가긴급권’이라는 이름의 내란
헌법은 권력자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사진공동취재단 =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기일에서 결정문을 낭독하고 있다. 2025.04.04. photo@newsis.com
▲사진공동취재단 =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기일에서 결정문을 낭독하고 있다. 2025.04.04. photo@newsis.com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윤석열 탄핵심판에서 전원일치로 파면 결정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비상계엄을 통한 대통령의 권력 남용이 헌법질서를 정면으로 위배한 중대한 위헌 행위였다고 판단하며, 군경 투입, 국회 탄압, 선거관리 침해 등 총체적인 권력 오용의 민낯을 낱낱이 밝혔다.

본 판결은 단지 윤석열의 정치적 종말을 선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제주도민을 학살했던 이승만의 불법계엄 이후 박정희, 전두환, 박근혜 등으로 이어져 온 ‘계엄령 정치’의 시도에 대해 헌법기관으로서의 사법부가 얼마나 단호하게 민주주의의 선을 지킬 수 있는지를 확인시켜주는 역사적 장면이었다.

‘경고성 계엄은 없다’...계엄령 요건 위반 명확히 지적

헌법재판소는 윤석열이 선포한 계엄령이 실체적 요건과 절차적 요건 모두를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헌법에 명시되어 있듯 계엄은 “적과 교전하거나 행정·사법 기능의 현저한 마비”라는 비상상황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탄핵소추와 예산안 감액 등 국회의 활동은 ‘정상적인 권력작동’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이를 이유로 병력을 동원해 국회를 포위한 것은 명백한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윤석열이 주장했듯 계엄령은 ‘정치적 경고’나 ‘국민 호소용’으로 발동할 수 없으며, 엄격한 요건 하에서만 행사되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한 판결이다.

경고성 계엄이라는 주장조차, 군경이 물리적으로 국회를 침입한 행위 앞에서는 그 설득력을 잃는다고 본 것이다.

입법부 침탈도 헌정 파괴로 판단

윤석열은 계엄령을 근거로 군경을 국회에 투입했다.

일부 군인들은 본관 유리창을 깨고 진입했고, 경찰은 국회 출입을 전면 차단했다.

윤석열은 육군특전사령관에게 문을 부수고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내렸으며, 국회의원과 정당대표의 위치를 확인하려는 첩보 지시도 있었다.

이 같은 행동은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계엄해제요구권을 무력화시켰으며, 의회의 독립성과 권력분립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이러한 조치들이 헌법상 국회의 권한, 정당의 자유, 그리고 시민의 기본권을 동시에 침해했다고 판시했다.

‘국가긴급권’이라는 이름의 내란

헌재는 윤석열의 행위가 단순한 위헌을 넘어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뒤흔든 행위라고 보았다.

그의 행태는 정치적 갈등에 대한 법적 대응이 아니라, 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고 군을 활용해 정치적 반대 세력을 반민주적으로 제압하려 한 시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투입하고 전산자료를 압수·촬영하는 등 선거 중립성을 침해하는 중대한 법 위반도 발생했다.

헌재는 윤석열이 국가의 비상권한을 동원해 입법부를 무력화하고 군대를 정치 도구로 활용하려 했다는 사실을, 민주주의를 방어해야 할 대통령이 오히려 그것을 전복의 대상으로 삼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간주했다.

헌법은 권력자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헌재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어야 할 윤석열이 정치적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고, 오히려 민주주의 제도들을 '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사회통합의 책임을 저버렸다고 간주했다.

그의 행위가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중대한 위헌적 행위이며, 이를 용납한다면 헌법질서의 근간이 무너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민주주의가 단지 선거로 대표되지 않으며,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 그 핵심이라는 점을 다시금 일깨운다.

또한 계엄 등 국가긴급권으로 이뤄지는 비상조치도 헌법 테두리 내에서만 이뤄질 수 있으며, 군의 역할은 국민의 보호에 한정된다는 사실도 재확인했다.

헌법은 권력자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시민을 위한 방패다.

윤석열의 파면은 바로 이 헌법 정신을 지키기 위한 결단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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