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억제: 한국 방어용 아닌 미국 전쟁용
NCG의 과업: 미국의 핵전쟁에 한국을 동원하는 것
한반도 핵위기의 본질 : 미국의 한반도 핵전쟁 vs 북의 미 본토 핵전쟁

한미 양국은 12월 15일 워싱턴에서 열린 2차 핵협의그룹(NCG)에서 공동언론 성명을 발표하고, “핵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역량으로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를 제공하는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했다. 미국은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한국에 대한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에 직면”할 것임을 강조했다.

▲ 12월 15일 워싱턴에서 한미 핵협의그룹(NCG) 2차 회의가 열렸다.
▲ 12월 15일 워싱턴에서 한미 핵협의그룹(NCG) 2차 회의가 열렸다.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미국의 전략핵잠수함의 부산항 기항과 10월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전개 등을 “억제력 강화의 현시”라고 평가하고, “향후 전략자산 전개 계획”을 논의하기도 했다. 한국 측 대표로 참석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역시 “올해 미국 전략자산은 한반도 인근에 총 17회 전개됐다. 이는 작년의 5회에 비하면 획기적으로 증가한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런데 2차 NCG 성명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NCG는 한반도와 역내에서의 확장억제를 제고하기 위한 협의체”라는 대목이 그것이다. 확장억제는 핵우산을 의미한다. 즉 한국이 공격받는 것을 억제하고, 공격받았을 경우 이를 격퇴하기 위해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NCG는 ‘한반도에서의 확장억제를 제고하기 위한 협의체’라고 표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성명에는 “한반도와 역내”라고 표기되어 있다. 즉 미국의 확장억제가 제공되는 지리적 범위는 ‘한반도’를 넘는다. ‘역내’는 미국이 즐겨 사용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의미한다. 따라서 성명에서 언급한 “한반도와 역내”는 사실은 “인도-태평양 지역”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맞다.

확장억제: 한국 방어용 아닌 미국 전쟁용

한국 사회에서 확장억제는 ‘안보 공약의 최고 표현’으로 평가된다. 즉 미국이 한국의 안보를 지켜주는 최고 수위의 약속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이런 해석은 ‘신화’에 불과하다. 확장억제의 지리적 범위가 ‘한반도’가 아닌 ‘한반도와 역내’로 표기되었다는 것은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이 한국 방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해석이 도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확장억제는 미국이 한국을 방어하는 개념이 아니다. NCG 성명에서 “모든 범주의 미국 역량으로 뒷받침되는 대한민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이라는 언급은 큰 의미가 없다. 바로 다음 문장에 “미국 및 동맹국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한국은 1/N일 뿐이다. 다른 모든 동맹국도 1/N의 비중을 갖는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미국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이다.

“한국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 역시 비슷한 논의가 가능하다. 한국에는 주한미군이 존재한다. “한국에 대한 공격”은 주한미군에 대한 공격이 포함된다. 주한미군에 대한 공격을 격퇴하는 것은 한국 방어가 아니라 미국 방어이다. 따라서 “한국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 역시 미국 전쟁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단지 한국 방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 2022년 3월 3일 한미 국방부 장관이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를 방문하여 미 공군 폭격기 B-52와 B-1 폭격기를 시찰하고 있다. ‘확장억제’라는 미명 아래 미국의 이런 전략무기가 수시로 한반도에 전개되고 있다. ⓒ미국방부 사진
▲ 2022년 3월 3일 한미 국방부 장관이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를 방문하여 미 공군 폭격기 B-52와 B-1 폭격기를 시찰하고 있다. ‘확장억제’라는 미명 아래 미국의 이런 전략무기가 수시로 한반도에 전개되고 있다. ⓒ미국방부 사진

결국 확장억제라는 개념은 한국을 억제하고 방어하는 개념보다는 미국의 전쟁을 다루는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미국이 되었건, 한국이 되었건 혹은 다른 나라가 되었건 ‘북한의 핵공격’에 따른 미국의 전쟁을 다루는 개념이다. 또한 확장억제는 지역 범위가 ‘인도-태평양 지역’이라는 점에서 ‘대북 확장억제’만이 아닌 ‘대중국(그리고 대러시아) 확장억제’의 의미를 갖는다.

어느 경우가 되었건 확장억제는 한국 방어 개념이 아닌 미국 전쟁 개념이다. 따라서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는 한국 방어용이 아니다. 미국의 전쟁 능력을 확보하는 목적을 갖는다.

NCG의 과업: 미국의 핵전쟁에 한국을 동원하는 것

NCG는 자기의 과업을 갖는다. 과업의 내용을 보면 NCG 역시, 확장억제 개념처럼, 미국의 전쟁을 핵심으로 하여 설정되어 있다.

이번 NCG 성명은 ▶ 위기시 및 전시 핵 협의절차 ▶ 핵 및 전략기획 ▶ 한미 핵 및 재래식 통합 ▶ 연습·시뮬레이션·훈련·투자 등을 NCG의 과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과업이 NCG 회의를 통해 심화하고 있음을 평가했다.

“위기시 및 전시 핵 협의절차”는 위기가 발생하거나 전시 상황에서 미국의 핵무기를 한반도와 역내에 전개하는 협의절차를 의미한다. “핵 및 전략기획”은 핵무기를 포함한 전략무기(폭격기와 잠수함 등)에 관한 작전계획에 관한 사항을 의미한다. 어떤 종류의 전략무기가 어느 지역의 어느 대상을 향해 출격하고 공격할 것인가 하는 사항을 다룬다.

확장억제가 한국 방어용이 아닌 미국 전쟁용이라는 맥락에서 본다면 “핵 협의절차”는 한국과 역내 지역에서 사용할 미국의 전략무기를 한반도에서 어떻게 수용하고, 어떻게 배치하고, 어떻게 출동시킬 것인가를 협의한다. “핵 및 전략기획”은 한국과 역내 지역에 대한 세부적인 작전계획(즉 공격 계획)을 다룬다.

“한미 핵 및 재래식 통합”은 더 심각한 내용을 갖는다. 미국의 핵무기와 한국의 재래식 무기를 어떻게 어떻게 통합한 것인가를 다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핵과 한국의 무기가 통합되는 것은 미국의 핵작전에 한국이 편입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통합이 완료되면 한반도와 역내 지역에서 벌어지는 미국의 전쟁에 한국은 자동으로 연루된다.

이와 관련하여 7월 1차 NCG 회의에서는 “미국의 핵 작전에 대한 한국의 비핵 지원의 공동기획과 실행”이라고 표현했다. 11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는 “유사시 미국의 핵 작전에 대한 한국 측의 재래식 지원”이라고 표현했다. 모두 “한미 핵 및 재래식 통합”을 지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연습·시뮬레이션·훈련·투자”는 비교적 간단하다. 위의 세 가지(핵 협의절차, 핵 및 전략기획, 핵 및 재래식 통합)를 완성해 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많은 연습과 시뮬레이션, 훈련 그리고 시설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이것이 NCG의 과업이다.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벌어지는 미국의 핵전쟁에 한국 지역과 한국군 그리고 한국 자원을 동원하는 것이 NCG의 과업이다.

한반도 핵위기의 본질 : 미국의 한반도 핵전쟁 vs 북의 미 본토 핵전쟁

결국 NCG는 미국의 적대국에 대한 핵작전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한미 협의체이다. 그 일차적 대상은 북이 될 것이며, 대만 상황 등에 따라 중국으로 확대될 것이다. 2차 NCG 회의가 끝나고, 미국의 핵잠수함인 미주리호가 부산항에 입항한 것은 한국에 대한 억제력 시현 차원이 아닌 미국의 전쟁 무기를 한반도에 빠르게 보내는 절차에 숙달하려는 것이다.

 

▲ 미 해군 핵추진잠수함 미주리함이 12월 17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 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 미 해군 핵추진잠수함 미주리함이 12월 17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 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뉴시스

북은 미국의 구상을 정확히 꿰뚫어 본 듯하다. 12월 17일 북 국방성은 한미 양국의 일련의 움직임을 “로골적인 핵대결선언”으로 간주하고, “적대세력의 그 어떤 무력 사용 기도도 선제적이고 괴멸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성 성명에서 천명된 입장은 18일 ICBM 발사라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북은 “의도적이며 계획적인 적들의 대결적 군사 위협 행위들을 무력화시킬” 목적으로 화성포-18 발사 훈련을 실시했다. 우리 합참도 인정했듯이 화성포-18형은 “1만 5,000km의 사정거리를 갖는 미사일을 고각 발사”한 것으로 “미 본토 전역을 사정권으로 두고 타격할 수 있는” 무기이다.

훈련을 참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적대 세력들에게 명백한 신호를 보냈다”라면서, “워싱톤이 우리를 상대로 잘못된 결심을 내릴 때는 우리가 어떤 행동에 신속히 준비되여 있으며 어떤 선택을 할지를 뚜렷이 보여준 계기로 되었다”라고 평가했다. 즉 미 본토를 향한 핵선제 타격을 목표로 하는 훈련이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미제의 대결야망은 저절로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며 “적들이 잘못된 선택을 이어갈 때는 <중략> 더더욱 공세적인 행동으로 강력하게 맞대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일련의 상황 전개는 두 가지를 함축한다.

첫째, 현재 한반도 전쟁 위기의 본질이다. 미국은 한반도에서 핵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북은 미 본토를 핵공격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즉 미국의 한반도 핵전쟁과 북의 미 본토 핵타격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 현 정세의 본질이다. 윤석열 정부는 NCG의 과업 달성에 충실하다. 즉 미국의 한반도 전쟁론에 편승하고 있다.

둘째, 2024년 정세는 올해보다 더 격화될 것을 예고한다. 한미 양국은 NCG 과업 달성을 위해 미국의 군사력을 한반도에 더욱 빈번히 전개할 것이며, 그 강도를 높일 것이다. 이에 따라 북의 미 본토 핵타격 능력 역시 더욱 과시될 것이다. 이제 한반도의 핵전쟁 위기는 상수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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