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동원한 미군 훈련, 주민에게 잔인해”
시도때도 없는 전투기 훈련...청력 장애 유발하는 폭음의 일상화
“미군 훈련 정보 공개 되어야”
미군 의존 지역에 내려진 토사구팽 주의보
통합 아카이브에서 전국 대책위까지...전국 조직 필요해

미군기지와 미군범죄는 늘 한국사회의 문제였다. 이는 현재진행형으로, 사드가 배치된 성주, 세균무기실험이 이뤄진 부산, 주한미군 사격장과 탄약고로 몸살을 앓는 창원, 중금속과 오염물질로 범벅이 된 용산, 기지 이전으로 경제가 붕괴된 동두천, 전투기 소음으로 고통받는 평택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각각 시민의 생존권, 이동권, 안전권, 행복추구권, 자유권, 환경권 등 기본권을 현저하게 침해하는 사태로 자리매김해왔으며, 불평등한 국가관계라는 쟁점을 환기한다.
미군 문제는 한국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보편적인 화두이지만, 이에 대한 투쟁은 지역을 거점으로 개별적인 수준에서 이뤄져 왔다. 이에 각 지역에서 수년째 미군기지 투쟁을 이어오고 있는 활동가들이 모여 미군 문제를 상대하는 전국 단위조직의 필요성을 논의했다.
21일 오후, 6.15 남측위원회 사무실에서 ‘미군기지 활동가들과의 좌담회-전국 미군기지 네트워크의 필요성’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불평등한 한미SOFA개정 국민연대’가 주최했다.

“경찰 동원한 미군 훈련, 주민에게 잔인해”
전국 각지 8개 지역의 활동가들은 각자의 활동 현황을 발표하며 논의의 물꼬를 텄다.
‘원불교 성주 성지수호 비대위’에서 활동하는 강현욱 교무는 사드 배치 이후 성주 일대에서 벌어진 훈련의 잔혹함에 관해 증언했다.
지역주민들과 마을 회관 앞에 모여있었을 뿐이었는데, 경찰 봉고 4대가 들이닥쳐 주민들을 무릎 꿇리고 결박하며 큰 부상이 있었다는 것. 이는 지난 3월 사드 원격발사 전개 훈련이 있었을 당시의 일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몰랐던 주민들은 나중에 뉴스를 보고서야 미군 훈련에 경찰이 동원되어 자신들을 진압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강현욱 교무는 “보는 눈도 없고 어두운지라, 야간 작전에는 경찰의 행동이 완전히 달라진다”며 “미군 훈련이 지역사회에 협조를 구하지 않아 벌어지는 폭력의 문제가 극심하다”고 밝혔다.

시도때도 없는 전투기 훈련...청력 장애 유발하는 폭음의 일상화
이는 평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평택평화시민행동’ 임윤경 활동가는 최근 F16 전투기 추락사고로 주민 33명이 피해를 입어 피해지원으로 올 하반기를 보냈다고 전했다. 특히 평택 미군기지는 규모가 커 수시로 전투기들이 드나드는데, 이에 따른 소음피해가 어마어마하다. 이는 밤낮을 가리지 않아 심지어 밤 11시에도 평택 시내 상공이 굉음으로 뒤덮힐 정도다.
임 활동가는 “실제로 평택 주민의 절반가량이 전투기 소음에 노출됨에도 불구, 피해보상은 평택 인구 10퍼센트인 5만 7천여 명에 대해서만 이뤄진다”고 전했다.
소음 보상 구간 또한 문제였다. 소음 보상은 85dB(데시벨)부터 이뤄지는데, 이는 철로변 소음을 초과하는 규모로 청력장애를 유발하는 구간이다. 구형 유선 전화기의 소음에 상당하는 70dB 구간은 보상조차 받지 못한다는 것.

“미군 훈련 정보 공개해야”
동두천도 사정은 비슷했다. 캠프모빌은 동두천 미군기지 캠프케이시 앞 6만평에 달하는 미군헬기장이다. 이중 4만 5천 평 가량이 최근 무인정찰기 활주로로 사용되며 지역주민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굉음에 시달린다.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최희신 활동가는 “미군 항공기가 일주일에 몇 번 날아다니는지 감이 없다”며 “자기들이 훈련하고 싶으면 밤과 새벽을 가리지 않고 날아다닌다”고 알렸다. 또한 “간단한 장비로 측정해도 97dB 이상이 나올 정도”라 덧붙였다. 이는 단기간 노출만으로도 난청을 유발할 정도의 강도다.
최 활동가는 “시에 관련 정보를 물어봐도 알려주지 않는다”며 미군 훈련과 관련된 정보공개청구 운동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미군 의존 지역에 내려진 토사구팽 주의보
동두천 경제의 자생성이 망가진 까닭은 미군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었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1960-1970년대 동두천에는 1만 5천 명 가량의 미군이 주둔했으나, 현재 3천 명 정도만 남았다. 남은 미군 대부분은 2000년대 신설된 철도를 타고 홍대나 이태원으로 빠져나가며 지역 경제는 앙상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동두천시 면적의 42%가 미군기지로 사용되는 상황.
최희신 활동가는 “국가산업단지가 들어온다고 하지만 동두천 경제의 체질을 바꾸진 못하고 있다”며 “이제는 지역주민들조차 미군기지 반환을 요구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알렸다.
더불어 그는 동두천시가 최근 관광지개발 종합 계획에 따라 미군들을 상대했던 성노동자들을 수용했던 성병관리소를 철거하려는 가운데,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성병관리소 보존 운동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과거 여성 인권의 실태를 증언하는 성병관리소 건물은 철거해선 안 되는 역사적 건물”이라며 “이 건물을 여성인권과 관련된 시민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증표로 남겨야 한다”고 역설했다.
통합 아카이브에서 전국 대책위까지...전국 조직 필요
한편, 미군 문제에 대응하는 전국 네트워크 건설에 대한 공감대는 활동가들 전원이 공유하고 있었다.
‘미군기지 문제해결을 위한 부산대책위’ 이원규 활동가는 “이미 한국에 공항이 충분한데도, 군산 새만금 신공항, 부산 가덕도 신공항 등 최근 전국에 공항이 생기는 것을 보면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봉쇄전략의 요충지로 거듭나고 있음을 알수 있다”며 “사태가 시시각각 발전되고 있기에 6개월에 한 번 정도 정례화된 회의를 통해 정보를 나누자”고 제안했다.
이에 ‘군산 우리땅 찾기 시민모임’ 구중서 활동가는 서울 인근 활동가들에게 “미군기지 홈페이지를 조사하거나 해외 정보를 섭렵하여 큰 그림을 그려주면 좋겠다”고 구체적인 제안을 보탰다.
‘원불교 성주 성지 수호 비대위’ 강현욱 교무는 통합 웹아카이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국 미군기지의 문제와 현황을 단번에 파악하는 일이 쉽지 않은 만큼, 하나의 홈페이지에 현장의 갱신된 정보들을 수록할 수 있다면 보다 실효적으로 네트워크를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용산미군기지 온전히 되찾기 주민모임’ 김은희 활동가는 시민들과 미군기지 인근을 순회하는 부산의 ‘자주평화 올레길’의 사례를 들며, “각 지역들에서 걷기 답사 프로그램 등을 자체 개발하고, 지역별로 행사를 함께 진행하면 좋을 것”이라 제안했다.
이에 ‘진해 미군세균부대 추방 경남운동본부’ 송명희 활동가는 “이미 세균무기실험 반대 투쟁 당시 부산 지역 운동본부와 함께 한 경험이 있다”며 “함께 하면 의지가 되고 힘을 받는 만큼, 전국 미군기지 대책위를 조직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