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러 전면적 제재, 합의될까
대중국 경제봉쇄, 강화될까
한미일, 확장억제협의체 출범할까

세계에서 가장 잘 산다는 7개 국가, 이른바 ‘G7’ 정상회의가 19일부터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는 2008년, 2009년, 2021년 이후 네 번째 초청을 받아 G7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번 G7 정상회의는 한국 외에도 호주, 베트남,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도 참여한다.

G7(Group of 7)은 1970년대 초반 6개 국가로 출발했다.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며, 경제 발전 수준(1인당 GDP 1만 1,000달러 이상)이 높고,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 규모(세계 총 GDP의 4% 이상)를 가진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로 G6가 출범했다.

1976년 세계 GDP 총액의 4%에 미달하지만, 미국의 강력한 희망에 따라 캐나다가 합류하여 G7이 되었고, 1998년 러시아가 합류하면서 G8으로 확대되었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하자 G8에서 제외되어 지금의 G7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G7 정상회의는 ‘발달한 산업국들의 모임’이라는 성격답게 세계 경제 이슈와 기후 위기 등을 주로 논의해 왔고,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 이후엔 코로나 극복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냉전이 본격화되면서 정치·안보 이슈도 논의되고 있으며, 올해 G7 정상회의 역시 경제 이슈보다는 정치·안보 관련 이슈가 주요한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G7 정상회의에서 주되게 논의될 의제는 세 가지이다.

대러 전면적 제재, 합의될까

이번 G7 회담의 주요 의제 중 하나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이다. 전부터 미국은 G7 국가들에 러시아로의 수출을 완전히 금지할 것을 강조해 왔다. 이번 회의에서도 농업 및 의료 분야까지 포함된 매우 공격적이고 대규모의 포괄적 대러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다른 국가들의 참여 여부이다. 4월 중순에 열렸던 사전회의에서 일본과 G7 주요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전면적인 수출 금지는 불가능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사전회의 소식을 전하며 “우리가 보기에 그것은 한마디로 실행 불가능하다”라는 G7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보도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 왔던 이스라엘, 터키, 인도 등은 처음부터 대러 제재에 참여하지 않았다. G7 등 유럽 국가들도 표면적으로는 대러 제재에 동참했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지난해 유럽 국가들이 겪은 에너지 위기, 물가 위기 등은 대러 제재의 ‘부메랑’이었다.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에 따르면 200개가 넘는 전 세계 국가 중에서 대러 제재에 동참하는 국가는 13%에 불과하다. 이런 조건에서 전면적 대러 제재를 관철하려는 미국과 제재의 부메랑 효과를 걱정하는 다른 G7 국가들 사이에서 어떤 타협점이 나올지 중요한 관전 포인트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방한한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인 젤렌스카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방한한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인 젤렌스카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대중국 경제봉쇄, 강화될까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중국에 대한 경제적 봉쇄가 강화될지 여부는 또 하나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이다.

미국은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회원국이 공동대처하는 방안을 공동성명에 담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적 강압’이란 자신의 경제력을 활용해 자국과 갈등을 빚는 무역 상대국에 보복하는 중국의 행위를 비판하는 미국의 용어이다. ‘힘을 통한 현상 변경’이 정치적인 측면의 대중국 비판 용어라면, ‘경제적 강압’은 경제적 측면의 대중국 비판 용어인 셈이다.

▲ 지난 2월 23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를 담은 법안이 미 의회에서 발의됐다. 법안 발의를 주도한 미국 하원의 그레고리 믹스 의원(오른쪽)과 아미 베라 의원.
▲ 지난 2월 23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를 담은 법안이 미 의회에서 발의됐다. 법안 발의를 주도한 미국 하원의 그레고리 믹스 의원(오른쪽)과 아미 베라 의원.

최근 숄츠 독일 총리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각각 중국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독일과 프랑스 정상들은 중국과의 디커플링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 왔다. 특히 마크롱의 경우 ‘전략적 자주권’을 강조하며, ‘달러 패권’으로부터 독립을 주장하기도 했다. 친강(秦刚)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5월 초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을 방문했을 때도, 독일과 프랑스 외교장관은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중시하고 진영 대결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디커플링은 중국과의 정치·경제적 관계를 단절한다는 뜻을 지난 용어이다. 이 역시 미국에서 나온 용어로서 중국 봉쇄 정책을 상징한다. 상당한 유럽 국가들의 중국과의 디커플링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공동대처하자는 G7 국가들이 어느 정도 수용할지 중요한 사항이 아닐 수 없다. 미·중 전략경쟁과 신냉전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미일, 확장억제협의체 출범할까

한미일 군사협력이 동맹 수준으로 격상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번 G7 정상회의에 한국 대통령이 초대되었는데, 세계 경제를 논의하는 G7 정상회의보다 한미일 정상회담 개최가 주목적이다.

지난해 11월 프놈펜 성명에서 한미일 군사동맹 추진을 합의한 이후 미일 정상회담-한일 정상회담-한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외교 행보는 히로시마 한미일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지난해 11월 13일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
▲ 지난해 11월 13일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

문제는 한미일 정상회담에서의 합의 수준이다. 미국의 목표는 ‘한미일 확장억제협의체’와 같은 포괄적 군사협의체를 만드는 것이다. 이미 미국은 올 초부터 ‘한미일 확장억제협의체’ 창설에 대해 한국과 일본에 여러 차례 의사를 타진한 바 있다.

큰 틀에서는 한국과 일본 역시 이런 흐름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이미 한미 양국은 지난 4월 정상회담에서 ‘한미 핵협의그룹’을 창설하기로 합의했으며, 윤석열 대통령은 핵협의그룹에 일본의 참가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일본 기시다 총리 역시 “한미일 확장억제협의체를 통해 여러 논의를 할 것”이라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또 하나 거론될 수 있는 것은 북 미사일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한미일 정보공유시스템’ 구축이다. 지난해 11월 프놈펜 회의에서 이미 북 미사일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로 합의한 만큼 ‘한미일 정보공유시스템’은 큰 이견 없이 합의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역시 4월 30일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의 탐지 기능 강화를 위한 3국 협력 강화 등에 우선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2가지 경우의 수가 나온다. 하나는 ‘확장억제협의체’와 ‘정보공유시스템’을 이번 정상회담에서 동시에 출범시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이번 회담에서 상대적으로 합의 도출이 쉬운 ‘정보공유시스템’을 구축하고, 추후 협의를 통해 ‘확장억제협의체’를 출범하는 것이다.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어느 경우의 합의가 나오든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일 군사동맹을 구축하는 데서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정보공유시스템’과 ‘확장억제협의체’는 한미일 최초의 상설적 안보협의체이다. 안보협의체가 창설되면 안보를 위한 행동 즉 군사적 행동이 뒤따르게 된다. 확장억제를 위한 군사 행동, 정보공유를 위한 군사 행동이 정규성을 갖게 된다는 의미다.

미국의 전쟁을 위한 한미일 군사동맹의 시작

반드시 지적되어야 할 중요한 문제가 있다. 한미일 안보협의체는 한국의 방어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미국의 전쟁 수행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이다.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워싱턴 선언’ 끝자락에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연합방위태세에 한국의 모든 역량을 기여할 것임을 확인”하고 그 “(한국의 기여) 활동에는 미국 전략사령부와 함께 수행하는 새로운 도상 훈련이 포함된다”라는 대목이 있다.

미국 전략사령부는 “글로벌 전투 능력을 통해 전략적 공격을 억제하고 지시가 있을 때 분쟁에서 승리할 준비”를 하는 통합전투사령부이다. 그래서 미국 전략사령부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미사일, 전략폭격기 등 3대 핵전력의 작전 배치를 담당한다. 즉 미국의 핵전쟁을 관장하는 곳이 전략사령부이다.

▲ 미국 B-1B 전략폭격기도 미국 전략사령부 소속이다.
▲ 미국 B-1B 전략폭격기도 미국 전략사령부 소속이다.

미국 전략폭격기 B-1B 전략폭격기도 미국 전략사령부 소속이다.

따라서 미국 전략사령부와 한국군이 함께 ‘도상 훈련’을 한다는 것은 한반도 방어를 위한 도상훈련이 아니라 미국의 글로벌 전쟁을 대비하는 ‘도상 훈련’이 될 것이다. 한미일 안보협의체는 미국의 전쟁을 위한 한미일 군사동맹의 시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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