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반석(磐石) 정용일 동지를 추모함
통일운동가 고 정용일 님의 추도식이 7일 여의도 성모병원장례식장에서 열렸다.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조성우 겨레하나 이사장, 김윤길 평화의길 운영위원장이 추도사를 했다. 통일운동가 황선이 추모시를 낭독했다. 가수 백자, 가수 손병휘 님이 추모곡을 불렀다. 호상 안영민 님, 배우자 정면 님이 참석자들에 인사했다. 모란공원에서는 시인 김태철이 '천형보다 독한 평화'라는 추도시를 낭송했다

천형(天刑)보다 더 독한 평화(平和)
통일의 반석(磐石) 정용일 동지를 추모함
김 태철(시인)
늦장가 간다며
헤벌쭉 목소리 깔던
용일이 서역 만 리 하이얀 평화 꽃동산 찾아가는 날
태풍이 몰아쳤어요
북의 7차 핵실험을 막겠다고
세계 6번째 ICBM급 수소폭탄 보유국 조선을 협박하겠다고
핵추진 잠수함 로널드레이건호가 시라소니처럼 부산항으로 다가오고
FA18 EF전투기와 미공군 지상 감시 정찰기 E8C 조인트 스타트가
조선노동당사를 원격으로 감시하는 그날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핵무기보다 무서운 금리 폭탄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 둔
자원의 전쟁, 무기의 전쟁을
중국과 대만 양안(兩岸)의 전쟁 불길이
미국의 무기 판매가 최유효율에 맞춰
태풍의 눈이 되고
일본의 재무장화와 제국주의 칼날 춤을
열대성 고기압 삼아
뜨거워진 태평양 수온을 먹잇감으로
삼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곤두박질치고
시스템 반도체 기술은 밀리고
금융자본이 올리는 대출이자가
달러화 강화정책이
은행 대출이자에 숨죽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코로나로 신음하던 자영업자들
영끌이로 아파트 하나 마련한 서민들의
목줄을 억누르는 이날
거센 태풍 타고 용일이 하늘로 올라갔어요
참 요란하게도
21세기는 우리 민족의 시대라며
한강과 대동강은 만나야 한다고
강화도 연미정(燕尾亭)에서 열변을 토하고
오늘보다 내일을 위해 살자던 우리 용일이
어느결에 투구꽃 향기나는 새각시 정면을 만나
애기똥풀 같은 여산이 여운이 낳아
쌍둥이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건만
무어 그리 급해 먼저 길 가시나
애고 도솔천(兜率天) 향내음이 그리 좋아
먼저 가시나
어허 어거리 어히여
이제 마음껏
을밀대(乙密臺)도 오르고
칠골에도 능라도(綾羅島)도 청년거리도
마음껏 활보하며
묘향산 칠보산 거쳐 대흥단에서
쩡한 동치미 국물에 언감자 국수도 날아 먹고
금강산 십이폭포 너머
원산 명사십리 해당화도 보고
함흥이랑 원산을 다니며
아삭하고 짭조름한 털게 안주에
평양소주도 한 잔 거나하게
취할 법도 한데
걷다 걷다
비무장지대 노루를 보거들랑 속삭여주게
면이랑 여산이 여운이
우리 쌍둥이들 잘 살거야
아빠가 하늘나라 가서도 다 지켜 줄 테니깐
걱정마 다 잘될 거야
속삭여주게
강아지풀처럼 따사롭게
천형(天刑)보다 더 독한
평화(平和)를 위해 살다
반제자주(反帝自主)의 고갱이로
용일이 눈감은 날
태풍이 몰아치더니
용일이 순백한 마음처럼
맑아졌어요.
참 맑은 사람
참 맑은 평화주의자
저렇게도 다 내어버리고도 희망 채우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사람
저렇게 천형같은 삶을 살고도 더 독하게 평화롭게 웃었던 사람
저렇게 치열하게 싸우면서도 끝내 더 유장한 평화의 강물로 흘렀던 사람
바람도 햇살도
참 포근해요.
언제나 그랬듯이
이윽고 먼 훗날
통일 전당의
반석(磐石)이 된 그 사람
참 맑은 사람 용일이





정용일 선배, 동지여
어찌 그리 먼 길을 혼자 가시나요
사랑하는 수 많은 사람들, 동지들을 이리 황망히 남기고 어찌 그리 평온한 얼굴로 먼 길을 떠나시나요
모질지도 못한 선한 사람이
뜨거운 심장에 가슴 따뜻한 사람이
수많은 밤을 세우며 어루만진 가슴들이 눈에 밟혀
한 발자국도 떠나지 못할 것이 눈에 선한데
어찌 그리 모질게 먼 길을 혼자 가시나요
“괜챦다!”
“최고다!”
“힘이 난다”
언제나 힘과 용기를 주는 따뜻한 말과 선한 웃음을 기억하며 여기 우리 이렇게 남아 애타게 남았건만
어찌 그리 먼 길을 혼자 가시나요
“우리는 왜 진실로 동지들을 사랑하고 품지 못하는가?!”
“우리는 왜 동지들을 구분하고 배제하는가!”
“운동은 진심으로 사람과 민중을 사랑하는 일이요, 함께하는 동지들을 넓은 품으로 안고 하나가 되는 일인데 동지들끼리 쌓고 있는 상처와 벽이 깊어지고 있으니 어찌 평화와 통일의 길을 열어갈 수 있겠는가?!”
정용일 선배, 나의 동지여
선배앞에 서면 언제나 깊이 성찰했고
따뜻한 시선으로 명쾌한 분석과 대안을 나누며 가슴이 뜨겁고 행복했습니다.
아 하늘이 너무 무심합니다.
제발, 먼 길 가실때 아프거나 와롭지 마세요
여기 황망히 남은 우리들은
선배의 따뜻한 붉은 심장 고이 간직하고
매일을 또 뚜벅뚜벅 살아가겠지요.
그래요, 약속할게요
먼저 하나가 되려고 노력하고
먼저 동지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려고 노력하고
먼저 더 깊이 학습하고 실천하며 평화와 통일의 길을 열어가겠습니다.
선배가 평생을 아낌없이 바친 길을 따라
사람과 동지들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그 마음, 그 실천들을 꼭 이어가겠습니다.
정용일 선배..동지여
아주 오랜시간 많이 보고 싶을 것입니다.
평화와 통일의 길에서 영원한 안식과 평화를 빕니다.
2022.9.7
고 정용일 동지 추도식에 바치는 글
-사)평화철도 전국여성모임(준) 최형숙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