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 사설 2021-09-17
번역자 주
요즘 미국의 외교행동은 분주하다. 얼마 전 아프간에서 철수했다 싶었는데 다시 ‘오커스’라는 생소한 명칭의 3국 연합체가 출현했다. ‘5개의 눈(Five Eyes)’, ‘인-태 전략’ 4국 기제가 결성된 지 오래되지 않은 듯하다. 과연 이 같은 현란함은 미국의 강대함을 보여주는 것일까 아니면 그 정 반대일까?
출처: 환구시보 사설
2021-09-17 22:22 (현지시각)
![프랑스가 미국·영국·호주의 새로운 안보 협의체 '오커스'(AUKUS) 출범에 대해 연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미국과 호주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했다. [사진 : 뉴시스]](/news/photo/202109/12161_25805_3328.jpg)
미·영·호주가 돌연 3자 안보동반자 관계의 출범을 선언하였다. 인도·태평양판 '작은 나토'를 만들려는 이 같은 행위는 일련의 연쇄 충격을 주고 있다. 그중 호주와 이미 합의한 900억 호주달러의 잠수함 계약을 빼앗기게 된 프랑스는 가장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프랑스 외무장관은 미국이 프랑스를 등 뒤에서 찔렀다고 공개 비난했다.
미국 동맹국들의 복잡한 감정은 그뿐만이 아니다. '오커스(AUKUS)'로 불리는 이 새로운 삼각 동맹은 앵글로색슨 혈통을 부각시켜 다른 동맹국들에게 원근친소(远近亲疏) 서열을 강하게 느끼게 만들었다. '다섯 개의 눈(파이브 아이) 동맹'은 원래 미국에게 있어 대외동맹 중의 동맹이었다. 지금 이런 '다섯 개의 눈' 조차 '세 개의 눈'만 남았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워싱턴에게 있어 얼마나 후순위인지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동안 미국은 미국·일본·인도·호주 '4자 기제'를 강력하게 추진해왔다. 이제 그것은 오커스와 비교한다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할 정도이다. 후자는 인도가 그동안 목매이게 추구해 왔던 핵잠수함 기술까지 호주에게 내줄 정도이다. 원래 '4자 기제'는 전문적으로 인도를 끌어들여 중국과 대결할 목적으로 미국이 만든 것이다. 이를 통해 인도와 중국이 서로 소모전을 벌이도록 할 생각이었으며 결코 인도를 강하게 할 목적은 아니었다.
과거에는 '인도-태평양 지역'이란 표현을 잘 쓰지 않았는데, 지금 미국이 그것을 지구상에서 가장 뜨거운 지정학적 용어로 만들었다. 하지만 지역 내 각국의 이익은 매우 다원적이어서 대부분 중국과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여기서 몇 년 동안 바쁘게 움직였지만, 허세는 많고 실제 수확은 한계가 있었다. 이를테면 역내 국가들이 중국과의 경제무역 관계를 축소시키도록 할 수 없었으며, 그들이 워싱턴의 지지를 등에 업고 군사적으로 중국에 대응토록 만들지는 못했다.
오커스의 설립은 최소한 미국이 지금까지 널리 씨를 뿌려도 수확이 별로 없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누구를 만나든 반중(反中) 통일전선을 말했지만, 그 자신 이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였으며, 그렇게 하는 것은 노력은 많이 들고 성과는 별로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다른 측면에선 호주를 '충실한 앞잡이'로 삼아 무엇이든 미국말을 잘 따르면 핵잠수함까지도 주겠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였다. 물론 이 과정에서 미국은 가장 많은 돈을 벌게 된다.
불과 몇 년 사이에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오커스’와 ‘4자 기제’ 같은 두 개의 다자동맹 혹은 동맹기제 비슷한 것을 만들어냈다. 이처럼 주위를 고려치 않는 막무가내 식 소란은 지연정치 역사(地缘政治史)상 유례가 없다.
워싱턴은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중국과 제로섬 게임에 열심이다. 또 다른 나라들도 중국과 최대한 제로섬 관계를 유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 자신이 중국과의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해 쉽게 관계를 끊지 못하고 있으며 전면적인 대항이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그 중간에는 이렇듯 많은 나라들이 지구화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워싱턴 자신이 이런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어지럽게 움직이며 득실 하나하나에 전전긍긍한다.
이번처럼 미·영·호주 3자 동맹이 만들어질 경우 미국은 과연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바이든이 지금까지 '통일전선'을 만들어 중국에 대항하려했던 목표의 실현에 도움이 될까? 프랑스가 지금 얼마나 화나 있는지, 또 미국이 아프간 철군을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 유럽연합의 실망감이 사라지지 않는 가운데 또 다시 곤혹감이 얼마나 더해졌는가를 생각해보라. 그리고 캐나다, 뉴질랜드와 같이 버림받은 이 '두 개의 눈'은 또 어떻게 생각할까? 갑작스럽게 주변화하게 된 인도는 또 무슨 생각을 할까? 미국의 동맹전략은 한 포인트 올렸다고 보기가 정말 어려울 것 같다.
각각의 사회 속에 사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즉 일이 성사될 만하면 사람들은 실제로 그렇게 하지만, 일의 추진이 어렵고 겉으로만 성의를 보여주고 싶을 땐 형식주의가 범람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지금 가장 원하는 것은 각국이 모두 중국과 경제적인 관계를 끊고 군사적으로 맞서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고, 때문에 형식적일 수밖에 없는데, 이를 우리는 허장성세라고 부른다.
지구화시대의 순리를 따르지 않고 굳이 역사를 후퇴시켜 냉전 식 대결을 꾀하려 한다면, 미국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를 것이다. 이번에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호주에 제공하게 되면 핵 비확산 체제에는 큰 구멍이 뚫리게 된다. 핵 비확산 체제로 인해 미국과 서방은 그동안 안보상 혜택을 가장 크게 누려왔다. 워싱턴이 우쭐대는 것도 잠시뿐이며, 역사는 반드시 현 미국 정부의 이 같은 구린 꼼수를 욕보이게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