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돌파전은 새로운 길인가?

2020 북한(조선)의 키워드 ‘정면돌파전’ 10문10답(1)

2020-01-13     김장호 기자

조선노동당 제7기 중앙위원회 5차 전원회의 결정, 알듯모를듯 합니다. 용어도 낯선 것이 많습니다. 이에 좀 더 알기 쉽게 해설하기 위해 10문10답을 마련했습니다.[편집자]

1. 정면돌파전은 새로운 길인가?
2. 정면돌파 정신이란?
3. 왜 <자력갱생과 제재>와의 대결인가?
4. 정면돌파전이 경핵병진전략과 다른 점은?
5. 북이 알아차린 “미국의 본심”이란?
6. 북의 외교군사적 공세는 어떻게 진행될까?
7. 북이 경제체계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8. 북이 주요 경제부문에서 제기한 과제는?
9. 과학기술과 자력갱생의 관계는?
10. 왜 남북관계에 대한 언급이 없었을까?

 

▲ 북의 "새해 주체109(2020)년을 맞으며" 우표[사진 : 우리민족끼리 홈페이지 캡처]

이번 조선노동당 제7기 중앙위원회 5차 전원회의 결정은 <정면돌파전>을 결정했다. 그렇다면 이 <정면돌파전>은 ‘예정된 길’일까? ‘새로운 길’일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예정된 길’이기도 하고, ‘새로운 길’이기도 하다.
어느 나라든 외국과 전략적 협상을 할 때는 성사될 경우와 결렬될 경우를 다 고려하게 된다. 북 역시 2018년부터 미국과 핵담판에 나설 때는 성사와 결렬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지난 2년간의 북미 핵협상은 최종적으로 결렬되었다. 미국과의 핵협상 결렬을 확정하고 <정면돌파전>을 선언했다는 점에서는 ‘새로운 길’이다. 그런데 북이 말하는 이 ‘새로운 길’이라는 표현, <정면돌파전>이라는 결심에는 미국에 대한 엄청난 ‘배신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2년 전 북이 미국과 핵협상에 나설 때는 ‘한 번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해볼만 하다고 생각한 지점들은 무엇일까? 첫째는 북이 2017년 11월 29일 화성-15호를 발사한 후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는데, 이렇게 핵무력을 완성했기 때문에 미국과 대등한 협상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둘째는 미국에서 트럼프가 미국우선주의를 내걸고 해외주둔군 철수 등 이전 집권자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기 때문에 실타래와 같은 협상가능성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셋째는 북이 핵무력을 완성하기는 하였으나 그 결과로 미국을 필두로 한 유엔으로부터 제재조치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풀어 북 사회주의 경제건설의 곤란도 일정하게 해결하고자 했을 것이다. 넷째로 이 과정에서 남북관계도 풀어내 새로운 평화번영의 시대로 전진하는 계기를 만들어내고자 했을 것이다. 다섯째로 만약 미국과의 협상에서 실마리가 풀리어 상호신뢰관계에 기초한 새로운 북미관계 형성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리면 그 길도 괜찮은 길인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종합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와 핵협상이 해볼만하다고 타산했을 것이다.
북은 이 협상을 위해서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진지하고 대담한 조치들을 취했다. 북부 핵폐기장을 폭파하고, 핵시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지 등 선제적 조치를 취했으며, 하노이 회담에서는 북의 핵심 핵시설이라고 할 수 있는 영변핵시설 폐기까지 제안하였다. 그리고 이에 대한 상응조치로서 북이 미국에 요구한 것은 일부 민간부문에 대한 경제제재해제였다.
철천지 원수지간으로 지내는 적대국과 이런 협상을 하는 나라는 없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놓인 조건, 미국내 여론까지 감안하며 협상안을 조절하는 아량까지 보였다. 그런데 트럼프행정부는 이를 걷어찼다.
북이 정면돌파전을 선언하자, 미국내에서도 북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은 것은 외교적 실수였다는 지적이 꽤 많이 나오고 있다. 지금이라도 하노이식 스몰딜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앞으로 이런 여론은 북의 정면돌파전이 강화될수록 더욱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우리의 제안을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일갈했다.

사실 북은 원래부터 ‘예정된 길’을 준비해왔다. 2018년 4월 조선노동당 중앙위 3차 전원회의에서 미사일 시험, 핵실험 유예를 결정할 때에서도 ‘세계 비핵화’를 위한 전략에 기초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역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의 결과인 6.12싱가폴 공동성명을 실행하기 위하여 2017년 7월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협의 과정에서도 “빈손”으로 와 “날강도“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해 원칙적으로 타격했다. 그리고 2019년 1월 신년사에서 ”미국이 세계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들고 의연히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리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었으나 2019년 4월 시정연설에서 ”연말 시한“을 설정하고 ”한 번은 더 해 볼 것“라며, 미국에게 ”셈법을 바꾸라“고 최후 통첩을 보냈다. 사실 이 과정은 <정면돌파전>이라는 ‘예정된 길’을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지난 2년간 북미협상은 결렬되었지만 북은 많은 것을 얻었다. 중국 및 러시아 등과 전략적 관계를 회복하였고, 북의 정면돌파노선의 적극적 지지자, 동조자로 전환시켜내었다. 남북관계를 한단계 끌어올리고 민족자주의식, 통일의식이 결정적으로 높아졌다. 국제적으로 북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미국내 여론 역시 대북협상론이 강화되는 추세이다. 이제 미국은 훨씬 더 강대해진 북과 마주서야 하고, 국제적으로도 북을 일방적으로 고립시킬 수 없게 되었다. 이제 미국이 북과 만난다면 선비핵화협상이 아니라 상호비핵화, 핵군축 협상을 해야 하는 프레임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이런 의미에서 정면돌파전은 ‘예정된 길’, ‘준비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