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되로 달라는데 한국 자본가들은 말로 퍼준다?

방미경제인단 미국산 제품 구매와 투자에 무려 352억 달러 지출 예정

2017-06-29     김동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헤이 아담스 호텔에서 열린 방미경제인들과 차담회에서 환담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제공/뉴시스]

되로 달라는데 말로 퍼준다? 한국 자본가들 얘기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을 따라 지난 28일 미국을 찾는 방미경제인단(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LG 등 52개 대기업)이 향후 5년간 액화천연가스(LNG)와 액화석유가스(LPG), 추가 노선망 확충을 위한 항공기 등 미국산 제품을 총 224억 달러(24조6400억 원) 정도 구매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들은 또 같은 기간 동안 미국 현지 공장설립, 생산설비 확충, 미래기술 개발을 위한 R&D 투자, 현지기업 인수합병(M&A) 등을 위해 128억 달러(14조6000억 원)를 미국에 투자한다고 한다. 미국산 제품 구매와 투자 비용을 합치면 무려 352억 달러(39조2400억 원)에 이른다.

앞서 지난 14일 주한 미국 자본가들의 이익단체인 주한미국상국회의소(AMCHAM. 암참)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통상압력을 달래기 위한 ‘선물보따리’로 100억 달러(11조원)규모의 미국산 제품 구매 펀드 조성 등을 우리 정부에 노골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관련기사: 주한미상의 “문 정부, ‘11조 미국산 구매 펀드’ 만들라”).

암참이 제시한 100억 달러 구매 펀드가 올해만 국한된 것인지는 명확치 않지만 방미경제인단이 밝힌 5년간 총 352억 달러는 무려 3배를 훌쩍 넘긴 액수다.

암참은 그 뒤에도 ‘선물 보따리’ 압박을 계속 가했다. 100억 달러 구매 펀드를 주문한 이튿날인 15일 국민적 지탄 대상인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함께 연 ‘한미경제정책포럼’ 1차 회의에서 제프리 존스 전 암참 회장은 “미국이 한국과의 수출에서 200억 달러 적자를 안고 있는 게 트럼프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있다”며 “그에 대한 해결 방법은 단순하다. 이미 정해진 예산 안에서 집중적으로 미국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약속하면 된다. 때문에 암참은 문재인 정부에 100억 달러 미국산 구매 펀드를 제안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존스 전 회장은 또 “한국은 이제 많이 성장했다. 예전처럼 큰 형(미국)에게 머리를 숙이고 부탁하는 작은 동생이 아니며, 미국과 같은 입장이 됐다”고 치켜세우곤 “인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기분을 좋게 해줌으로써 경제정책이 잘 가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프리 존스가 미국의 200억 달러 적자에 따른 트럼프의 불만을 풀어줄 ‘선물 보따리’로 제시한 게 100억 달러 미국산 구매 펀드인데 이른바 ‘방미경제인단’은 미국산 제품 구매와 투자에 무려 352억 달러(39조2400억 원)를 쏟아 부으려 한다. 

장사꾼은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거라고 알고 있는 국민들은 씁쓸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