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은 완전히 봉쇄되었다

9.19 복원 무력화, 핵제거 작전 합의: 57차 한미 SCM 공동성명 분석

2025-11-24     장창준 객원기자

한미 팩트 시트가 공개되던 바로 그 날,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도 공개되었다. 한미 정상이 합의한 팩트 시트의 내용을 재확인하고, 그것을 국방 차원에서 구체화시킨 내용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팩트 시트에서는 언급이 없었던,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을 결정적 위기에 빠뜨릴 중요한 두 가지 내용이 SCM 공동보도문에서 발견된다. 만약 이 합의대로 국방 정책이 추진된다면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은 첫발을 떼기도 전에 좌초되는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다.

“유엔사의 정전협정 유지 및 집행 위해 한미 간 긴밀 소통과 협조”

공동성명 4항은 다음과 같은 문장을 담고 있다.

양 장관은 한국 정전협정 이행, 관리, 집행, 북한 공격 억제, 한반도유사시 다국적 공동대응 협조 등 유엔군사령부의 역할을 재확인하고, 유엔사가 정전협정을 유지 및 집행하기 위해 한미 간 더욱 긴밀한 소통과 협조가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필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유엔사가 정전협정을 유지 및 집행하기 위해 한미 간 더욱 긴밀한 소통과 협조가 필요함을 강조”한 그 다음 대목이다. 왜냐하면 이 대목은 이재명 정부가 출범 이후 강조해왔던 9.19 군사합의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대북 전단 살포 금지 같은 ‘대북 선제적 조치’를 취했고, 급기야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9.19 군사합의도 선제적으로 복원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9.19 군사합의를 복원하는 선제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고, 급기야 9월 19일 이재명 대통령은 “9.19 군사합의 정신을 복원하겠다”면서 한발 물러서는 발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9.19 군사합의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입장이 후퇴한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고, 어느 당국자도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8.15와 91.9 사이에 진행되었던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반대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정을 할 따름이었다.

그런데 이번 공동성명에서 그 추정이 사실임을 암시하는 결정적 문장이 등장한 것이다.

위의 문장처럼 한미간 소통과 협조로 유엔사가 정전협정을 유지하고 집행한다면 9.19 군사합의의 선제적 복원 조치는 물건너간다. 미국의 동의하지 않으면 9.19 군사합의 복원이 가능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핵 제거작전간 공조”

더 충격적인 대목은 공동성명 8항에서 발견된다. 8항은 다음과 같은 문장을 포함한다.

양 장관은 대량살상무기 대응(CWMD)위원회의의 성과를 점검하면서 핵확산금지조약(NPT) 및 적용 가능한 한미 법에 부합하는 핵 제거작전 간 공조를 향상시키기 위한 정보공유 개선 노력을 높이 평가하였고, 사후관리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

“핵 제거작전간 공조”는 한미가 공조하여 조선의 핵제거 작전을 전개한다는 의미이다. 윤석열 정부 시절은 2024년에 합의한 제55차 SCM 공동성명은 ‘맞춤형 억제전략’을 개정한 사실을 밝히고, “평시, 위기시 및 전시에 걸쳐 북한의 핵·WMD 공격에 대비하여 모든 범주의 미국 군사능력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지침”을 마련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리고 2024년 56차 SCM 공동성명에서 ‘핵 제거작전’이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했다.

‘맞춤형 억제 전략’은 2013년도에 마련된 것으로, 조선의 핵과 미사일에 대응하여 ‘위협 단계별’로 다양한 군사적 수단을 동원하는 방안이다. 이 전략은 ‘평시, 위기시, 전시’로 위협 상황을 구분하고, 위협 상황별 군사력 사용 계획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조선의 공격이 임박했을 때 ‘선제적으로 타격하여 위협을 제거한다’는 소위 ‘대조선 선제타격’ 개념도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2024년부터 한미 SCM에 등장하는 ‘핵 제거작전’은 다음의 두 가지 단계로 설정되어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첫째, ‘위기시’ 조선을 선제공격한다. 이로서 한반도 상황은 ‘전시’로 진입한다. 둘째, ‘전시’ 조선의 영토에 들어가 핵무기 및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한다. 

2019년 8월 한미군사연습 당시 한미 양국은 ‘조선 수복, 노동당과 인미군 잔당 소탕, 모든 군용 무기 회수’ 등을 내용으로 하는  ‘북한 안정화작전’을 군사연습 시나리오에 포함시킨 바 있고, 이것이 남북 관계를 악화시키는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맞춤형 억제 전략’이 2023년에 개정되었다는 점에서 2024년부터 마련된 ‘핵 제거작전’은 2019년의 ‘북한 안정화 작전’보다 더 공세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번 57차 SCM 공동성명에서 ‘핵 제거작전간 공조’가 합의되었다는 것은 윤석열 정부 시기 개정된 ‘보다 강화된 대북 선제공격’을 이재명 정부의 국방부가 동의했음을 의미한다.

미국의 손아귀에 들어간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

9.19 군사합의의 선제적 복원이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구상은 미국의 동의 아래 놓이는 신세가 되었다. 이로써 남북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 구상은 미국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핵 제거작전’은 더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첫째, 이 작전은 한미 군사연습에 적용될 것이다. 한반도 긴장은 더욱 악화될 것이며,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전작권 환수’을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둘째,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이 무력화되는 결과가 될 것이다. ‘핵 제거작전’은 군사적 수단을 동원한 ‘비핵화 강제 정책’이다. 협상을 통한 비핵화 정책마저도 남북 신뢰를 파탄내기에 충분한 현실에서 ‘군사력 동원 강제 비핵화 정책’은 한반도의 긴장을 결정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다. 

과연 이재명 정부는 이런 상황을 기대하는가? 과연 이재명 정부는 이런 상황을 감당할 수 있는가. 

기대하지 않고, 감당할 수 없다면 이번 한미 SCM 공동성명은 국방부의 정책으로 입안되어서는 안된다. 2026년부터 한미 군사연습을 중단하지 않으면 안된다. 미국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9.19 군사합의를 복원하고 접경지역 일대에서의 일체의 군사훈련과 군사연습을 중단해야 한다.

국방부장관이 합의한 것을 뒤집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대통령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결단이 요구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