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구] 진보당 노혜령, “노동자 직접정치, 담벼락을 넘어 삶의 현장 바꾸겠다”

노혜령의 정치, 노동 현장의 아픔에서 시작되다 학교 급식법과 비정규직 문제, “노동자의 안전이 최우선” 중랑주민대회, “주민이 진짜 주인 되는 정치의 현장” 보궐선거 44.1% 득표, “기득권 정치의 벽을 느꼈다” 내년 지방선거, “노동자의 목소리로 지역을 바꾸겠다” “현장 담벼락을 넘어라”

2025-11-20     한경준 기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다 지난 2년 사이 총선과 보궐선거에 연이어 도전한 노혜령 진보당 중랑구 위원장. 그는 지난 10월 8천여 명의 주민투표를 만들어낸 ‘중랑주민대회’를 이끌었다. 내년 지방선거에 세 번째 도전을 앞둔 그를 만났다. 노동자 직접정치, 학교비정규직의 현실, 주민대회 등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편집자주]

ⓒ김준 기자

노혜령의 정치, 노동 현장의 아픔에서 시작되다

노혜령 진보당 중랑구 위원장은 지역 정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노동자 직접 정치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던 시절, 한부모 동료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으로 ‘투잡’을 전전하며 아이를 키우는 모습에서 “법과 제도가 노동자 편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장의 문제를 바꾸기 위해서는 학교 안에서만은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에 정치 일선에 뛰어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학교 급식법과 비정규직 문제, “노동자의 안전이 최우선”

학교 급식법이 현장 노동자와 학생들의 안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노 위원장은 “급식 노동자들이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 가스를 들이마시며 폐암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기 시설 개선과 메뉴 조정, 인력 확대로 노동자 노출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를 위해 학교급식법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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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주민대회, “주민이 진짜 주인 되는 정치의 현장”

지난 10월 중랑주민대회는 8천 명 가까운 주민투표를 이끌어내며 지역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노 위원장은 그 원동력을 “주민들이 자신의 목소리가 실제 정책으로 반영되는 경험을 처음 해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300개가 넘는 주민 요구안 중 ‘인도 및 골목 환경 개선’이 1순위로 선정됐고, 이는 중랑구의 낙후된 환경과 불법 주차 문제를 반영한 결과였다.

보궐선거 44.1% 득표, “기득권 정치의 벽을 느꼈다”

지난 4월 보궐선거에서 44.1%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낙선한 것에 대해 그는 “기존 정치의 벽이 얼마나 두꺼운지 절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로운 정치에 대한 주민들의 열망도 분명히 존재했다”며, “주민들이 원하는 정치를 만들기 위해 더 깊이 뿌리내려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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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지방선거, “노동자의 목소리로 지역을 바꾸겠다”

노 위원장은 내년 지방선거에 나서는 각오를 묻자, “세 번째 선거에서 또 떨어지면 저도 낡은 정치인이 된다”며 농담을 던지곤 “이번 선거에서 ‘새로운 정치가 실제로 통한다’는 것을 주민들과 함께 증명하겠다”라고 결의를 밝혔다. 그는 “노동자 출신 정치인으로서 지역 주민과 함께 중랑구를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동네로 바꾸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특히 소아 응급실 확충과 오토바이 소음 문제 해결을 중점 정책으로 꼽으며, “주민의 일상에 스민 문제부터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담벼락을 넘어 삶의 현장을 바꾸자”

마지막으로 노 위원장은 같은 노동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현장의 담벼락을 넘어서야 정치가 보인다. 노동조합만으로는 바꾸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치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진짜로 삶이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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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 일답]

“급식실 동료의 삶 보고 정치 시작… 노동자 직접 정치 필요 깨달아”

Q: 직접 정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노혜령: 처음에는 ‘노동자가 직접 정치해야 한다’는 말에 막연히 공감하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급식실에서 함께 일하던 한부모 동료를 보면서 그 말이 현실로 다가왔어요. 방학이면 임금이 끊겨 늘 투잡을 전전해야 했고, 최저임금도 제때 오르지 않아 기본급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쳤습니다.

동네 피자 가게 사장님도 기억에 남습니다. 24시간 배달을 하지만 빚은 줄지 않았고, 아이들은 사실상 방치된 채 자랐어요. 이분들이 ‘열심히 안 살아서’가 아니라, 구조가 사람을 절벽 끝으로 몰고 가고 있었던 거죠. '학교 안, 현장 안에서만 싸우면 이 현실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에 정치 일선에 뛰어들었습니다.

“정책이 아닌 사람의 얼굴이 보이는 정치”

Q: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아온 경험이 정치적 가치관에 어떤 영향을 줬나요?

노혜령: 현장에서 일하면 ‘정책’이 아니라 ‘사람 얼굴’로 현실을 보게 됩니다. 급식실 동료들, 영세 자영업자, 택배·배달 노동자들을 만나면 그 삶이 얼마나 빠듯한지 단번에 느껴져요. 그래서 정치의 출발점을 자연스럽게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것'으로 잡게 됐습니다. 기업이나 기득권이 아닌, 노동자와 서민이 주인이 되는 정치를 고수하겠습니다.

“급식 시스템, 노동자 건강 희생 위에 세워져”

Q: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로서 현장에서 느낀 가장 구조적인 문제는 무엇이었나요?

노혜령: 겉으로 보면 'K-급식'이라고 칭찬받지만, 안에는 오래된 구조적 문제가 있습니다. 학생 수는 줄었지만 급식 기준은 까다로워지고 할 일은 늘었어요. 인력이 부족하니 모든 부담을 노동자들이 떠안는 구조입니다. 조리·배식뿐 아니라 청소, 설비, 위생 관리까지 다 급식 노동자 몫이라 노동강도는 더 세졌어요. 결국 이 시스템은 '노동자의 건강과 희생 위에 세워진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급식법 개정 핵심은 인력 확대·메뉴 조정·법적 지위 보장”

Q: 학교급식법이 현장 노동자와 학생들의 안전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개선 포인트는?

노혜령: 튀김·전 조리 시 유해 가스를 한 사람이 하루 종일 들이마셔 폐암 위험이 있습니다. 인력 부족으로 '튀김 당번'이 그날 나오는 가스를 다 맞아요. 게다가 조리사·조리실무사는 법적 지위조차 없습니다. 개정 핵심은 인력 확대로 교대제 도입, 튀김·전 메뉴 줄이기, 비정규직 법적 지위 보장입니다. 아이들 밥상과 노동자 건강은 함께 가야 합니다.

“주민대회 성공 비결? ‘진짜 주인’으로 만드는 과정”

Q: 중랑주민대회가 8천 명 가까운 주민투표를 이끌어낸 원동력은?

노혜령: 정치인들은 주민을 '시혜의 대상'으로 봅니다. 선거 때는 "주인은 주민"이라 하지만, 당선 후에는 생색 내는 일 위주로 하죠. 우리는 '주민이 바라는 것이 곧 구정이 되게 하자'는 출발점에서 주민이 직접 요구안 내고 투표하는 방식을 도입했어요. '내가 정치의 진짜 주인'이라는 감각이 8천 명의 투표를 이끌었습니다.

“1300개 요구안 중 1위는 ‘인도 및 골목 환경’… 면목역 에스컬레이터 해결이 사명”

Q: 가장 시급하고 실행가능한 안건은?

노혜령: 전체 요구안이 약 1300개나 모였습니다. 이 가운데 단순 민원과 이해관계가 첨예한 안건을 제외하고, 11개 의제를 뽑아 주민투표를 했습니다. 그 결과 1위는 ‘인도 및 골목 환경 개선’이었습니다. 낡은 골목, 지저분한 거리, 불법주차, 택배기사들의 어려움까지 다 얽힌 문제였어요. 중랑이 ‘대표적인 서민 밀집 지역’이라는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 요구라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 제가 개인적으로 꼭 해결하고 싶은 건 ‘면목역 에스컬레이터 문제’입니다. 출구는 적고 에스컬레이터는 한 줄뿐인데, 1년에 고장이 100번씩 나는 역이에요. 고장 나면 어르신들이 빙 돌아가야 하고, 출근 시간에는 한 출구로 인파가 몰려 위험한 순간도 많습니다. 주민들이 “이건 진짜 고쳐야 한다”고 요구하는데도, 제가 2년 동안 제대로 못 바꿔낸 거잖아요. 사실 이 문제는 생각할수록 죄송함이 커집니다. 그래서 ‘예산과 공사가 어렵더라도 이건 끝까지 붙잡고 해결하자’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민대회 제도화로 상시 공론장 만들겠다”

Q: 주민대회를 어떻게 제도화할 계획인가요?

노혜령: 현재 주민자치회는 의제와 권한이 너무 제한적입니다. 주민자치회 법제화 과정에 상시 공론장과 주민투표, 정부 답변 의무화를 포함해 일상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겠습니다. 면목역 광장 사용 문제처럼 논란되는 사안은 단일 공론장을 열어 주민이 결정하게 할 겁니다.

“44.1% 득표율, 새 정치에 대한 주민 열망 확인”

Q: 보궐선거에서 44.1%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낙선했을 때 느낀 점은?

노혜령: 44.1% 득표는 '기득권 정치 말고 새로운 세력이 필요하다'는 주민 열망을 증명했습니다. 동시에 민주당 독주 지역에서 기득권 정치의 두께도 뼈저리게 느꼈어요.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대다수 주민들의 의견을 주민대회를 통해 끌어내겠습니다.

“세 번째 도전, 새로운 정치 증명할 것”

Q: 내년 지방선거에 다시 도전하려는 이유를 한 문장으로 설명한다면?

노혜령: 세 번째 도전에서도 또 떨어지면, 저도 낡은 정치인이 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반드시 ‘새로운 정치가 통한다’는 걸 증명하고 싶습니다. 두 번의 선거를 치르며 주민들과 더 깊게 얽히게 됐고, 주민대회를 통해 함께 정치의 방향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 동네도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바뀔 수 있다”는 걸 실제 의정 활동으로 보여줄 차례라고 생각합니다.

“소아 응급실 확충·오토바이 소음 해결이 중점 정책”

Q: 주민에게 선택받기 위해 중점적으로 다듬고 계신 정책 영역은?

노혜령: 첫째는 아이와 돌봄을 위한 지역 의료 정책입니다. 서울에 몇 안 되는 소아 응급실 가운데 하나가 중랑에 있지만, 여전히 의료 공백과 ‘응급실 뺑뺑이’가 심합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헤매는 부모들도 많고요. 녹색병원 등 지역 병원, 학부모들과 함께 소아 응급실을 한 곳 더 확충하고, 응급 의료체계를 재정비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사가정로 오토바이 소음 등 생활환경 개선입니다. 용마터널을 지나 나오는 사가정로는 밤마다 바이크 굉음으로 유명할 정도예요. 주민들이 국회의원을 찾아가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지만, 단속은 잠깐뿐이고 근본 해결은 없었습니다. 배달 노동자의 생계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불법 개조와 과도한 소음을 줄일 수 있는 제도 개선을 지방정부 차원에서 요구할 계획입니다.

여기에 학교급식법 개정 운동과 주민대회에서 나온 11개 의제 후속 실현 작업까지 묶어서, “노동존중·안전·생활환경”을 한꺼번에 바꾸는 지역 공약 패키지를 만드는 중입니다.

“담벼락 넘어 정치로 나와야 삶 바뀐다”

Q: 정치 일선에 나서기를 망설이는 노동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노혜령: 현장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여기만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거잖아요. 저도 처음엔 그랬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렇게 느꼈습니다. “내가 서 있는 현장의 담벼락을 뛰어넘지 않으면, 현장도 끝까지 바뀌지 않는다.”

노동조합은 정말 중요하고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노조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법과 제도, 예산을 바꾸는 자리, 그게 바로 정치의 자리니까요. 저는 학교 담벼락을 넘어 지역 정치에 뛰어들었습니다. 이제는 더 많은 노동자들이 각자의 담벼락을 넘어, 정치 일선에 함께 서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때 비로소 우리의 일터와 삶의 조건도 근본부터 바뀔 수 있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