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살인 덮으려고 '음주 프레임'…원내5당 “쿠팡, 사회적 합의 동참” 촉구
원내 5당, 쿠팡 과로사 반복 규탄 기록 살핀 의사 “음주 의심 기록 없어” “사자명예훼손, 법적조치 할 것” “더 사고 나기 전에 합의 동참해야”
계속되는 쿠팡의 과로사 문제에 국회가 나섰다. 이들은 쿠팡에 산재 대처를 강하게 질타하며 근본적인 개선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함께한 고 오승용 씨의 유족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유언비어에 법적 조치를 경고했다.
19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와 원내 5당(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이 얼마 전 제주에서 사망한 쿠팡 노동자 고 오승용 씨의 유족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섰다.
이들은 고인이 병원에 이송된 직후 의무기록을 제시하며 일각에서 퍼트리는 음주운전 설을 일축했다.
고인의 기록을 살펴본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은 “고인의 진료기록 전부를 분석한 결과 어디에서도 음주를 의심하는 기록이나 검사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이는 그 자체로 고인의 사고가 음주와 거리가 멀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전달했다.
사고 당시 출동한 경찰 역시 “술 냄새 등 음주로 의심되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일각에서는 고인의 사망 원인을 음주로 돌리기 위한 시도를 이어가며 2차 가해를 계속하고 있다.
발언에 나선 유족의 배우자는 “고인이 부친상 이후 출근 전까지 음주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유언비어가 고인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이자 사자 명예훼손이라고 판단한다”며 “해당 유언비어에 대한 법적 대응도 함께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쿠팡을 향해서도 “새벽 배송 기사들이 몇 시간이나 자는지, 얼마나 시간에 쫓기며 목숨 걸고 운전해야 하는지 알면서도 방치한 것 아니냐, 죽으면 (새로운 기사를) 또 뽑으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사태 심각성을 인지한 국회의원들도 발언에 나섰다.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주 83.4시간, 이것은 2025년 대한민국 노동자가 감당해야 했던 아니 강요받았던 살인적인 시간”이라며 “더욱 잔인한 것은 부친상을 치르고 돌아온 다음 날 슬픔을 채 삼키기도 전에 ‘내일 출근 가능하냐’라는 문자를 받아야 했다는 사실”이라고 질타했다.
손솔 진보당 의원은 “캄캄한 밤을 달려 하루하루를 살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청년을 또 잃었다”며 “그런데 고인의 죽음 앞에 음주운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니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어 손 의원은 이번 사고를 ‘구조적 살인’이라고 규정하며 “고인에게는 타인의 아이디를 이용해 무려 8일 연속 야간 배송 업무를 수행한 흔적도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를 향해 “특별 근로감독을 실시해서 구조적 살인의 실태를 파악하고 재발 방지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쿠팡을 향해 사회적 합의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지금이라도 1, 2차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고 초장시간 심야 노동 개선을 위한 3차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며 “국회는 택배 노동자 과로사 행렬을 끊어내기 위한 제도적 개선책을 적극적으로 논의할 것”이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