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파병 주한미군, 대만 유사시도 파병하나?

중동 다녀온 주한미군, ‘역외 진출’의 문을 열다 주한미군은 더 이상 ‘한반도 전용’이 아니라는 미국 이재명 정부, 전략적 유연성 앞에 사실상 항복

2025-11-06     한경준 기자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확대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3월에 중동으로 배치됐던 주한미군 패트리엇 포대가 10월 30일 오산으로 돌아왔다. 주한미군의 중동 배치는 한반도 밖에서 운용이 가능하다는 선례를 남았다. 동맹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추진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대만 유사시 한국이 연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우려가 커진다. 이와 관련해 한미동맹의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한 때다.

주한미군은 지난 5일, 미 중부사 작전구역(중동)에 파견했던 제35방공포병여단 예하 2대대 1방공포병연대의 한반도 복귀를 공식적으로 알렸다. 파견 병력은 약 500명 규모다. 윤석열이 파면된 뒤 대선 기간이던 3월, 한미는 주한미군 부대의 중동 배치를 합의했다. 이는 주한미군이 한반도 방위를 넘어 미국의 글로벌 작전 체계에 따라 운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현실화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전략적 유연성은 2006년 처음 언급되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은 “한국민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분쟁에 개입되지 않는다”는 문구를 관철했지만, 동시에 주한미군의 기동과 전개의 자유를 인정했다. 사전 협의나 통제 같은 안전장치도 미비해, 해석에 따라 주한미군의 역외 전개가 넓게 허용될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미국은 중국을 최우선 위협으로 규정하며 인도·태평양 전체를 동맹의 무대로 상정했다. 이 구상 속에서 주한미군의 임무 범위를 대북 억제를 넘어 역내 유사시 대응으로 넓히고 있다. 주한미군 패트리엇 부대의 중동 배치와 귀환은 그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해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10월에는 “우리가 주한미군의 운명을 결정할 수 없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이는 주한미군 역외 진출에 대해 이재명 정부가 사실상 수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앞으로 주한미군의 역외 진출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11월 4일에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미 전쟁부 장관 피트 헤그세스가 주한미군의 역내 비상사태 대응 유연성을 강조했다. 전날 군사위원회(MCM) 회의 문건에는 “동맹의 연합 억제력은 한반도를 넘어 역내 억지력에 기여한다”라는 문구가 처음으로 명시됐다. 이는 대만 유사시에 ‘동맹 차원의 대응’에 한국이 동원될 수 있다는 압박이다. 한국 국방부는 공식적으로는 대만 유사시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향후 전망은 어둡다.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 파병은 한국이 미군의 대중국 전초기지로 활용된다는 의미다. 그 자체로 한국은 자국의 의사와 무관하게 보복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2006년 처음 전략적 유연성이 논의되면서 명시된 ‘한국민 의지 존중’이 유명부실해지는 결과를 낳는다.

한미 연합 운용 규범에 주한미군 역외 차출 제한과 국회 사전 통제 및 보고 의무를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만 유사시 불개입 원칙과 한반도 밖 분쟁에 연루 불가를 못 박아야 한다. 그리고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된 내용이 작전 계획이나 훈련에 반영되지 않는 차단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본질이 변하는 것이며, 한미동맹 자체를 재논의해야 한다.

주한미군의 중동 배치로 인해 주한미군이 대만 유사시 개입할 계획이라는 것이 확실해졌다. 주한미군의 역외 진출을 막지 못한다면 우리는 원치 않는 전쟁이 끌려갈 처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