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추진 잠수함, 정상회담 최대 성과”라던 정부…국방위에서 드러난 허점
정부가 경주 한미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로 핵추진 잠수함 확보를 내세웠지만, 국회 국방위원회 종합감사에서는 연료·기술·법적 근거 모두 미국의 동의 없이는 한 발도 못 나간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잠수함 건조 역량과 국내 적용 가능성도 불투명하다는 점이 군 당국 답변에서 드러났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한다”며 “필리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정부가 핵추진 잠수함을 최대 성과로 포장하는 근거가 됐다. 그러나 트럼프의 장소 특정 발언 자체는 아직 양국 간 제도와 법률 절차를 통과한 합의가 아니라 정치적 선언에 가깝다.
국방위에서 확인된 핵심: “미측 협의 없이는 불가”
국방부 장관은 국방위에서 “전략무기인 만큼 우리가 어떤 핵연료를 받느냐도 미측과 협의해 결정할 사안”이라며, 사업 공개 여부조차 “미측과 협의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못 박았다. 국회의원 질의에 대해 “원자력협정 등 넘어야 할 문제”에도 동의했다. 연료 공급, 기술 이전, 사업 방식 모두 미국의 허락이 전제다.
“필리 조선소” 가능하냐 묻자…해군 “시설 없고, 새로 만들면 시간 많이 걸린다”
트럼프가 특정한 필리 조선소 건조와 관련해, 해당 조선소에 “잠수함 건조 시설이 없다”는 지적에 해군은 “새로 만들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 건 사실”이라고 답했다. 배치-Ⅲ형 설계 변경을 통한 원자로 탑재 가능성에 대해서도 “결정돼도 10년 이상 소요, 2030년대 중반 이후”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결국 ‘필리 조선소 건조’는 기술, 시설, 일정 삼중 난제를 안고 있다.
한·미 원자력협정과 의회 변수
현재 한미 간에 효력을 가지는 협정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력 협정’으로, 군사적 이용 금지 원칙과 재처리, 농축 등 민감 활동에 대한 미국의 사전 동의 구조가 뼈대다. 핵추진 잠수함은 별도 협정이 필요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의회의 관여 가능성, 국제원자력기구(IAEA) 개입 문제도 피할 수 없다.
오커스가 보여준 현실: 선례는 있지만, 절차는 더 까다롭다
호주의 오커스(AUKUS) 사례는 비핵보유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이 가능하다는 선례를 만들었지만, IAEA의 별도 감시, 미국 내부 절차와 정치적 쟁점이 겹겹이 얽혔다. 한국이 비슷한 트랙을 밟더라도 사찰 방식, 기술 이전 범위 등 ‘디테일’에서 제동이 걸릴 소지가 크다.
정부의 ‘성과 포장’과 주권 상실
정상회담 직후 핵추진 잠수함 확보가 마치 기정사실인 양 홍보됐지만, 국방위 답변이 보여주듯 결국 미국의 손에 달려있다. 트럼프의 일방적 선언이 한국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한국은 잠수함 건조에 대해 미국에 더욱 종속되게 됐다. 또한 필리 조선소 건조로 국내 산업 공동화의 또 다른 통로가 된다. 이는 관세와 대미 투자 협상으로 확인된 종속 구조가 군사기술 영역으로까지 확장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