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이것이 트럼프의 외교다
‘평화 메이커’ 트럼프의 속성과 한계
러시아 매체 RT에 실린 드미트리 트레닌의 칼럼을 번역했다. 트레닌은 트럼프 외교를 “강온 전술로 연출된 휴전(트루스)의 쇼”로 규정하며, 그의 행동 반경이 미국 내 반러 공감대와 동맹 변수에 의해 제약된다고 짚었다. 러시아와의 대화는 라브로프–루비오, 드미트리예프–위트코프 두 채널로 이어지지만, 외교는 어디까지나 전장 성과를 공고히 하는 보조 수단일 뿐 대체물이 아니라고 결론내린다. [편집자주]
지난 한 해 동안 러시아 분석가들은 '트럼프학 박사'라도 된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쏟아지는 미국 대통령의 모든 발언을 실시간으로 해체하고 분석하며 논쟁한다. 도널드 트럼프의 발언은 종종 서로 모순되기 때문에, 그의 사고 흐름을 따라가는 것은 가상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다. 어지럽고 예측 불가능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쇼'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트럼프의 전술은 단순하다. 그는 거칠고 위협적인가 하면, 다음 순간 매력 있고 온건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때로는 '우리 편'처럼, 때로는 '반대 편'처럼 행동한다. 진짜 핵심 질문은 이 혼란 뒤에 일관된 전략이 존재하느냐는 것이다. 그의 두 번째 임기 9개월이 지난 지금, 신중한 결론을 도출할 만큼의 증거는 쌓였다.
첫째, 트럼프의 궁극적인 목표는 개인의 영광이다. 그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 미국의 패권을 되살리고 글로벌 정치를 재편한 인물로 기록되길 원한다. 그의 전략적 비전은 자신의 유산으로 시작해 자신의 유산으로 끝난다.
둘째, 그는 미국의 경제적 경쟁자들을 억압하려는 의지가 확고하다. 여기서 그의 정책은 노골적이지만 일관된다. 그것은 관세, 무역 전쟁, 그리고 생산 공장을 미국 땅으로 가져오는 것 등을 의미한다. 트럼프에게 글로벌 경쟁은 상호 이득이 아닌 미국의 생존을 위한 싸움이다.
셋째, 그리고 러시아와 가장 관련이 깊은 지점인데, 트럼프는 자신이 세계의 평화중재자로 보이길 원한다. 그러나 그의 어휘에서 “평화”는 실은 휴전을 뜻한다. 복잡한 협상이나 장기적 합의에는 관심이 없다. 그의 목표는 모든 당사자를 한 방에 모아 악수 장면을 연출하고, 성과를 선언한 뒤,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카메라가 꺼지고 나면, 세부와 책임은 타인에게 맡겨진다. 갈등이 재발하면, 그는 “내가 평화를 가져왔지만 다른 이들이 망쳤다”고 말할 수 있다.
이 공식은 러시아에는 통하지 않는다. 모스크바는 우크라이나 위기의 실제 기원을 설명해 왔고, 러시아의 평화 조건이 ‘최대치 요구’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합의를 위한 최소 토대임을 알려 왔다. 그러나 트럼프는 역사적 맥락이나 미묘한 차이에는 관심이 없다. 그의 초점은 항상 즉각적인 결과와, 헤드라인을 장악할 순간에 맞춰져 있다. 8개월간의 대화에도 불구하고, 진전은 여전히 들쭉날쭉하다.
트럼프의 행동에는 외부적인 한계도 존재한다. 아무리 큰소리를 쳐도 그는 “미국의 왕”도, “서방의 황제”도 아니다. 민주당과 공화당 다수에 공유된 반러 공감대를 무시할 수 없고, 그가 내심 얼마나 가볍게 보든 유럽 동맹도 완전히 외면할 수 없다. 스스로를 정치 이단아로 여긴다 해도, 트럼프는 여전히 미국 기성 권력 구조에 의해 제약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스크바와 트럼프 행정부 간의 직접 대화인 이 '특별 외교 작전'은 그 목적을 달성했다. 이는 러시아의 파트너들에게 모스크바가 진정으로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해 헌신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러시아의 군인과 시민들에게 지도부가 우크라이나 군사 작전의 공식 목표를 계속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크렘린에는 트럼프 권력의 실제 한계를 분명히 했다.
협상은 느려졌을지 모르나, 라브로프-루비오, 드미트리예프-윗코프라는 두 채널을 통해 대화는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외교는 힘을 대체할 수 없다. 외교의 목적은 전장에서 이루어진 성과를 공고히 하는 것이다. 외교 작전은 군사 작전을 보조할 수는 있어도, 대체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