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현대화’ vs ‘남북 평화 공존’, 상충하는 국정과제

2025-09-19     한경준 기자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로 들어가는 길목인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에 서 있는 안내 표지판

정부가 123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국방부는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을 내세워 상시적 연합태세와 작전 능력 강화를 내세웠다. 통일부는 남북 상호 적대행위 청산과 단계적 긴장 완화를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설계 단계부터 정면으로 상충하는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2024년 기준,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연 340여 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117회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365일 중 거의 매일 훈련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동맹 현대화 :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 준비

최대 규모 한미군사훈련인 자유의 방패(FS, 3월 10~20일), 을지 자유의 방패(UFS, 8월 18~28일)에 이어 한미일 프리덤 에지가 9월 15~19일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실시됐다. 프리덤 에지는 탄도미사일 방어, 방공, 의무 후송, 해상 차단 등 실제 전구 작전 전 영역을 통합한다는 점에서 가장 고도화된 3국 군사 훈련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미일 군사 일체화가 동맹 현대화의 실체다.

주한미군사령관은 미 의회 보고서를 통해 “2024년 새로운 연합 작전계획(OPLAN)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5015를 대체한 것으로 북의 핵 사용 시나리오에 대한 초전 대응, 사전 무력화 개념이 강화됐다고 알려져 있다. 올해 자유의 방패(FS)와 을지 자유의 방패(UFS)를 통해 실제 훈련에 적용되고 있다.

또한, 한미 핵 협의그룹(NCG)를 통해 핵‧전략 기획, 핵‧재래식 통합(CNI)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달 15일~19일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핵‧재래식 통합(CNI) 도상 연습(TTX)인 ‘아이언 메이스’가 진행됐다.

동맹 현대화는 상시적인 군사 훈련, 강화된 선제공격, 핵전쟁을 대비한 작전계획 등으로 구체화 된다. 또한 한미일 지휘 체계를 ‘하나의 전구’로 통합하는 흐름이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 계획이다.

양립할 수 없는 국정과제

통일부는 국정과제로 남북 관계 화해·협력 전환과 평화 공존의 제도화를 목표로 △남북 상호 적대·대결 행위 청산 △접경지역 주민 안전과 평화 보장 △9·19 군사합의 복원 △남북 통신선 복구 및 남북 군사공동위원회 가동 △남북 기본협정 체결 및 주요 남북 합의의 국회 논의 절차 마련 등을 제시했다.

이런 맥락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9월 16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연합훈련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이인영 의원이 “북한은 대화에 소극적인데, 군사훈련 또는 연합훈련 중단이 대담한 제안이 될 수 있지 않느냐”라고 묻자, 정동영 장관은 곧바로 “문재인 정부 때 한반도의 봄을 이끌어 낸 마중물은 2018년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한 조치였다”라며 “이로 인해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가 가능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며 과거 사례를 언급했다. 또한 “군사훈련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것이지 한반도의 정세 악화를 위한 목적은 아니다”라며 “그런 점에서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평화공존 구상은 연 340회 수준의 상시적 연합훈련, 새 작계의 선제·초전 대응, 핵·재래식 통합 훈련이라는 동맹 현대화와는 본질적으로 상충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본격적인 전쟁 태세를 갖추겠다는 정책과 적대행위를 중단하겠다는 정책은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 이재명 정부가 진정 평화를 바란다면 정책을 보기 좋게 꾸밀 것이 아니라 과감한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