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이란, ‘반(反)나토’ 구상 본격화…중국·러시아와 유라시아 안보축 구축 나서
최근 중국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외무장관 회의에서 이란이 ‘반(反)나토’ 성격의 새로운 안보 블록 구성을 공식 제안했다. SCO는 지금까지 지역 협의체 수준에 머물러 있었지만, 이란은 이를 다극적 안보 연대의 중심축으로 변모시키겠다는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하며, 유라시아 내 정치·안보 지형의 중대한 변화를 예고했다. SCO 회원국들이 미국 중심 질서에서 벗어나 독자적 국제 규범을 모색하는 가운데, 이란의 주도적 행보는 서방 제재와 압박에 맞서는 전략적 실험이자 유라시아판 ‘집단 안보체제’ 건설 시도다. 본 기사는 러시아 정치 분석가 파르하드 이브라기모프의 분석을 번역한 것으로, 새로운 국제질서 재편 흐름을 국내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소개한다. [편집자주]
Q: 이란은 왜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주목하고 있나?
A: 이란은 SCO를 단순한 지역 협의체가 아닌, 미국 주도의 나토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국제 안보 플랫폼으로 변모시키려는 전략을 분명히 했다. 이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서방 중심의 일극 체제를 넘어 다극 질서를 구축하려는 이란의 실질적 외교·안보 전략의 일환이다.
Q: 이번 회의에서 이란은 어떤 행보를 보였나?
A: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는 SCO 외무장관 회의에서 핵심 발언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행위를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했다. 그는 유엔 헌장 제2조 4항(무력 사용 금지)과 안보리 결의 487호를 근거로 제시하며,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공격, 경제 제재, 정보전 등을 ‘불법적 침략’으로 규정했다.
Q: 아라그치는 단지 비판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제안을 했다고?
A: 그렇다. 아라그치는 SCO가 실질적인 집단 안보 체제로 거듭나기 위한 다섯 가지 핵심 구상을 제시했다:
1. 공동 안보기구 창설: 외부 침략, 사보타주, 테러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상설 안보기구 설립
2. 방해·파괴 행위 대응 메커니즘: 정보전·사이버 공격·정치적 불안정화 시도를 감시하고 대응하는 기구
3. 제재 저항 센터 설립: 일방적 서방 제재로부터 회원국 경제를 보호하는 경제안보 협력 플랫폼
4. 상하이 안보 포럼 창설: 회원국 간 군사·정보기관 간의 정기적인 협력과 대응 체계 구축
5. 인지전·심리전에 대응하는 문화·미디어 공동 전선: SCO 회원국들이 서방의 내러티브 지배에 맞서 공동 여론전, 언론협력, 정보 주권을 확보하는 전략
Q: SCO가 나토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무엇인가?
A: 나토는 미국 중심의 위계적 구조로, 단일 명령 체계와 표준화를 강조한다. 반면, SCO는 주권 존중, 문명 다양성, 비서방 연대를 바탕으로 하며, 회원국 간 정치체제나 대외정책의 차이를 인정하는 ‘비집단적 자율성 모델’이다. 이란은 이러한 SCO의 유연한 구조가 미국의 압박에 시달리는 중동·중앙아시아 국가들에 훨씬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Q: 이란의 전략은 단발성 외교 이벤트인가, 아니면 장기 계획인가?
A: 이란은 단기 대응이 아닌 장기 전략으로 SCO를 ‘반나토 연합’으로 재편하려 하고 있다. 아라그치는 SCO가 “국제 무대에서 점차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더 독립적이고 구조화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명백히 SCO의 헌장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집단안보 조약 체계로 발전시키자는 신호다.
Q: SCO 내부에서는 이 제안에 대해 어떤 반응이 있었나?
A: 공개적 논의 외에도 회의 비공식 섹션에서 SCO의 제도 개편, 공동 대응 메커니즘 도입 등이 집중 논의된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와 중국은 SCO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어느 정도 이란의 제안을 수용할 수 있는 입장이며, 인도와 파키스탄 역시 자국의 이해관계 안에서 제한적 협력을 고려할 수 있다.
Q: 서방은 이란의 행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A: SCO 회의 직후, EU는 이란 개인 8명과 기관 1곳에 대한 제재를 새로 발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에 대한 조치는 없었다. 이는 이란의 주장이 단지 '반미' 선동이 아니라, 현실적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서방이 SCO를 통해 구축되는 새로운 안보 프레임에 위협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Q: 이란의 SCO 전략은 국제질서에 어떤 파장을 미칠 수 있나?
A: SCO가 이란의 제안을 실질적으로 받아들이고 제도화한다면, 이는 21세기 첫 ‘비서방 다극 안보 연합’의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나토 일극 체제의 균열이 시작되고, 제재와 압박에 시달려온 국가들이 독자적 생존 전략을 구축하는 흐름이 가속화될 수 있다. 이는 단지 이란의 문제가 아니라, 비서방국가의 외교 전략에도 깊은 영향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