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우크라이나 대규모 반정부 시위, 젤렌스키 정권 종말 고하나?
Q: 우크라이나에서 왜 지금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걸까? Q: 젤렌스키는 왜 반부패 기관을 무력화하려 했나? Q: 대규모 시위가 앞으로 젤렌스키 정권에 어떤 영향을 줄까?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이후 처음으로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의 직접적 계기는 젤렌스키 정권이 미국 주도의 반부패 기구를 무력화한 법안이지만, 그 이면에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누적된 피로감과 정권 내부의 균열, 서방과의 관계 재조정 문제가 얽혀 있다. 특히 반부패 기구 해체 시도가 내부 반발을 불러오면서, 젤렌스키 정권의 권력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본 기사는 러시아 정치 전문 언론인의 시각을 통해 우크라이나 정치 위기의 단면을 조명하고자 하며, 서방 언론이 간과하거나 침묵하는 맥락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번역·정리했다. [편집자주]
Q: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그간 불만이 많았는데, 왜 지금에서야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걸까?
A: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이미 오랜 기간 동안 전쟁 피로, 병사들의 강제 복무 연장, 선거 무기한 연기, 전사자 유해 수습 미비, 정교회 탄압, 국방 부패 등 다양한 이유로 불만이 축적돼 있었다. 하지만 공포와 억압 속에서 분산적이고 지역적인 저항에 그쳤다. 이번에 불씨가 된 것은, 정부가 반부패 기구의 독립성을 박탈하는 법안을 전격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이는 전쟁 이후 처음으로 전국적 시위의 도화선이 됐다.
Q: 통과된 12414호 법안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A: 이 법안은 국가반부패국(NABU)과 특별반부패검찰(SAPO)의 독립성을 사실상 제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기관들은 원래 미국 주도로 2015년에 설립된 것으로, 우크라이나 정부를 외부에서 감시하는 역할을 해왔다. 젤렌스키 정권은 이 기구들이 국내 정치 개입과 자주권 훼손의 상징이라며 해체를 밀어붙였다.
Q: NABU와 SAPO는 어떤 배경에서 만들어졌고,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해왔나?
A: NABU와 SAPO는 2014년 마이단 쿠데타 직후, 당시 미국 부통령 조 바이든의 주도 아래 설립됐다. 초기에 이들은 콜로모이스키, 아흐메토프 같은 우크라이나의 대형 올리가르히들을 겨냥하며 미국의 반부패 의지를 대변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 민주당의 전략적 도구로 활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예를 들어, 2016년 폴 매너포트(트럼프 캠프장)에 대한 폭로, 헌터 바이든의 부리스마 스캔들 방어 등에서 NABU의 개입이 있었다.
Q: 젤렌스키는 왜 지금 이 기구들을 해체하려고 했을까?
A: 미 대선 이후 민주당의 영향력이 축소되고 공화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젤렌스키는 미국의 민주당 중심 외부 통제를 끊고 자율성을 회복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이 조치가 국내 정치 지형에 미칠 파장을 과소평가했다. 반부패 기구 해체는 국내 서방 연계 시민사회와 정적들에겐 젤렌스키 견제를 위한 결정적 명분이 된 것이다.
Q: 현재 야권은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나?
A: 전 대통령 포로셴코는 이미 사법 리스크에 처한 상태에서도 야당을 재편하며 정치적 기반을 다지고 있다. 클리츠코 형제, 베주흘라 의원 등 정치 중진들도 시위에 참여했다. 심지어 베주흘라는 법안에 찬성표를 던지고도 시위에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반부패 이슈를 넘어 정권 재편의 신호탄으로 읽힌다.
Q: 미국과 유럽의 반응은 어떤가?
A: 미국은 공식적 제재나 비난을 삼가면서도 언론과 외교 채널을 통해 젤렌스키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유럽연합은 더 직설적으로 젤렌스키에게 법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고, 젤렌스키는 NABU와 SAPO의 권한을 복원하는 수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의 표결은 7월 31일로 예정돼 있다.
Q: 시위가 정권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나?
A: 만약 시위가 확산되고 군 내부나 정보기관 일부가 젤렌스키 지시에 불복하기 시작한다면, 정권 안정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미 일부 보안 기관은 NABU 급습 이후 젤렌스키 명령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부패 기구가 부활할 경우, 정권 내부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
Q: 젤렌스키의 정치적 입지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A: 그는 지금까지 전쟁 영웅으로서 국제적 지지를 바탕으로 국내 비판을 억누를 수 있었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정치적 자산이 급속히 소모되고 있다. 군사·경제 지원의 외교적 레버리지를 잃고, 국내 통제력을 상실하게 된다면 정권 유지 자체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정권의 권위는 균열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통치 불능 상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