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 정당화한 악법, 국가보안법

“내란의 밤을 넘어서” 다시 시작된 국가보안법 폐지 월례행동 "국가보안법은 내란을 정당화한 악법" 12.3 이후, 다시 시작된 싸움 시민들의 기억, 시민들의 목소리

2025-06-12     정강산 기자
▲12일 오후 12시, 덕수궁돌담길에서 열린 '국가보안법폐지 월례행동'에서 박평화 씨가 발언하고 있다.

“내란의 밤을 넘어서” 다시 시작된 국가보안법 폐지 월례행동

지난해 12월 3일, 헌정 사상 초유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중단되었던 ‘국가보안법 폐지 월례행동’이 6개월 만에 재개됐다.

6월 12일 정오, 덕수궁 돌담길에서 열린 이번 집회는 “평화와 인권을 위해, 헤어질 결심”이라는 기존 슬로건 아래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다시금 외치는 목소리로 채워졌다.

이날 집회는 연세대학교민주동문회, 진보대학생네트워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양심수후원회 등 다양한 단체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76년간 이어져온 국가보안법이 한국 사회에 끼친 폭력의 역사와, 지난해 12.3 비상계엄의 법적·사상적 기반으로 작용한 국가보안법의 철폐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가보안법은 내란을 정당화한 악법"

김덕진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 대외협력팀장은 “지난 비상계엄 선포는 국가보안법 폐지의 필요성을 일깨웠다”며 “윤석열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한다며 내란을 정당화했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그는 “요즘 국가보안법으로 감옥 가는 사람이 어딨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지금도 국보법 위반으로 감옥에 있는 사람이 8명이고, 걔중엔 14-15년 징역을 받고 갇혀있는 사람도 있다”며 “광장의 목소리가 국가보안법을 핑계로 삼은 비상계엄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린 시대에, 더 이상의 비극은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재하 공동대표는 국가보안법이 단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지금도 ‘사상검열’과 ‘빨갱이 몰이’를 정당화하는 살아 있는 악법이라며, “직접적인 피해자뿐 아니라 생각을 숨기며 살아야 하는 국민 전체가 간접적인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보안법이 민주주의를 유예시키고 전쟁을 부추기며, 지배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작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12.3 이후, 다시 시작된 싸움

이날 참가자들은 국가보안법이 지난해 12월 3일 발생한 비상계엄 시도의 핵심 법적 기반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계엄이 성공했다면 반대 세력은 국가보안법에 의해 ‘북한의 간첩’으로 몰려 제거되었을 것이라는 우려가 이날 현장에서 공유됐다.

김재하 공동대표는 “곰곰이 생각해보면 휴전선에서 국지전이 일어나거나 총알이 오고 갔으면 윤석열 정권이 그토록 하고 싶었던 쿠데타는 성공했을 것”이라며 “연평도에서 포격전이 일어나고 휴전선에서 국지전이 일어난 상태에서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했다면 감히 민주당 의원들이나 각 부문들이 그 계엄을 반대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것의 법적 기초가 바로 국가보안법”이라며 “국가보안법은 모든 ‘빨갱이 몰이’ ‘종북 몰이’를 정당화해왔다. 직접적 피해자도 많지만 간접적 피해자는 국민 전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공동대표는 “국보법은 지배권력을 유지해주고, 남과 북을 갈라놓고 전쟁을 불러오는 법”임을 강조하면서 “윤석열은 탄핵된 만큼 이제 전국민이 함께 국보법 폐지에 나서도록 더욱 매진하자”고 독려했다.

시민들의 기억, 시민들의 목소리

탄핵정국을 주도한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에서 자원봉사를 해온 응원봉 청년 여성의 발언도 이어졌다.

박평화 씨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그날, 집에서 몰래 빠져나와 국회로 가던 지하철에서 계속 돌려보던 비상계엄 선포문에서 ‘종북 반국가세력 척결’이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음에도 ‘나는 그저 불법 계엄을 막으러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지 제 자신은 종북 반국가세력이 아니고 척결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국가보안법이 무엇인지 알게 된 이후로는 생각이 달라졌다”며 “그날 계엄을 막지 못했다면 불법계엄 해제를 원하는 모두가 국가보안법에 의해 종북 반국가세력이라는 탈이 씌워진 채 잡혀가고 인권침해적인 수사를 당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역사가 아무리 깊은 법이라고 한들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법이라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진보대학생넷 김지홍 회원이 시를 낭송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단체 발언뿐 아니라 시민들의 증언과 시 낭송, 노래 공연도 이어졌다.

진보대학생넷의 김지홍 씨는 김남주 시인 30주기를 기념하며 배창환 시인의 시 ‘흐른다는 건’을 낭송했다.

행사 말미에는 밴드 ‘중식이’의 곡 ‘나는 반딧불이’와 노래패 우리나라의 ‘연탄’이 불리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염원하는 목소리가 하나로 모였다.

이번 월례행동의 재개는 헌정 질서를 위협한 계엄 시도 이후의 첫 민중적 응답이었다.

12.3 내란의 후속책이자, 평화와 인권을 위한 새로운 결의로서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은 다시 거리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