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간 ‘보이지 않는 전쟁’ 라스베이거스 박람회(CES)

[환구시보사설]중국 기업 빛 발한 CES가 보여준 몇 가지 사실(2025.1.11)

2025-01-13     [번역]김정호 북경대 박사

중국 기업이 CES에서 반복적으로 높은 관심을 받는 것은 그 자체로 ‘디커플링’, ‘범정치화’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며 부정이다. 지구화 시대에 세계 과학기술 산업의 번영과 발전을 공동으로 추진하려면 개방, 협력 및 상생이 여전히 견지해야 할 방향이다.<편집자주>

지난 1월 7일부터 10일까지 개최된 미국 라스베이거스 가전제품박람회(CES)에 참가한 중국 업체들이 다시 주목을 받았다. 하루 만에 매진된 로봇 강아지 시제품, 관람객이 줄을 선 몇 번 꺾이는 AI 안경, 중앙홀을 점령한 중국 가전 브랜드, ‘과학기술과 근성’을 이어가는 자동차 업체들 등, CES에 참가한 중국 업체들은 1,300개가 넘는 숫자로 올해 최대의 외국 참가업체인 것은 물론이고 혁신력, 기술감, 신선도로 박람회의 이름난 ‘스타’가 됐다.

올해 CES에서 중국 기업들의 돌풍을 놓고서 한국 언론들은 중국이 선보인 인공지능, 로봇 등 첨단기술 공세에 대해 주목했다. 한중일간 격전이 벌어졌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부 언론은 전체의 약 90%를 차지하는 중·미 양국 기업의 CES 성과에 주목하면서 반도체 칩부터 가전제품, 전기차 등 핵심 분야에서 양측의 참가 상황과 브랜드 성과를 점검하면서 이를 중미 간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라고 불렀다. 이들 언론은 사실상 중국의 CES 참가로 인해 CES가 국제 소비자 전자 발전 추세의 ‘풍향계’로서의 위상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증명한 셈이다.

중국 기업이 CES에서 빛을 발한 것은 여러 첨단 분야에서 보여준 기술 연구개발 능력 때문이다. CES 개막연설을 맡은 엔비디아 창업자 겸 CEO인 젠슨 황의 말처럼 “가장 큰 충격은 중국에서 온 믿기 어려운 기술”이다. 이번 CES의 가장 열띤 주제인 AI 기술에서, 중국발 AI 응용은 존재감이 넘쳤으며 선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일부 국가들이 여전히 가상 또는 소규모 테스트 단계에서 AI 응용 프로그램을 구현하고 있는 수준임에 비해, 중국 기업들은 이미 높은 가성비를 구현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중국 지능형 제조’는 발전에서 가속도를 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찬사와 영향력을 빠르게 얻어가고 있다.

기술 혁신 차원에서 볼 때, 중국 기업이 보여준 역동적인 혁신력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번 CES 박람회가 열리기 전 하이센스(海信)는 세계 최초의 RGB-Mini LED TV를 출시해서 크기와 디스플레이 기술 분야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뤘다. TCL의 분할형 AI 동반 로봇은 고도의 지능적인 상호작용과 감정 동반성을 갖췄으며, 선전의 더란밍하이(德兰明海)는 이동에너지 저장 기능을 갖춘 휴대용 냉장고로 올해 CES 혁신 제품상을 받았다. 미래 생활 방식에 대한 사람들의 비전과 관련되는 이러한 제품들 이면에는 중국이 여러 해 동안 광학, 전자, 재료 및 기타 기본 분야에서의 축적 및 탐구, AI 알고리즘, 센서 기술 및 기계 공학과 같은 다양한 분야의 통합적 혁신이 있다.

과학기술 혁신에 대한 중국의 높은 중시와 시장에서 형성된 혁신과 경쟁적 분위기 또한 중국 기업이 지속하여 새로운 것을 창출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최근 발표한 <2024년 글로벌 혁신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전 세계 혁신 순위는 지난해보다 한 단계 올라 11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10년 이래 혁신력이 가장 빠르게 상승한 국가 중 하나로 기록된다. CES에 참가한 중국 기업들은 일부 대형 기술 회사뿐 아니라 중소 스타트업도 많았다. 로봇 강아지, 바디(具身) 로봇, AI 안경, 스마트 가전제품, 레이저 레이다 등 영역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데, 이 또한 활발한 중국 내 기술 혁신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최근 몇 년 간 중국 기업들이 우수한 혁신 성과로 인해 박람회의 초점이 되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CES뿐만 아니라 바르셀로나의 이동통신산업전시회, 파리와 프랑크푸르트 등 모터쇼, 일본 국제로봇쇼, 독일 뉘른베르크 국제발명쇼 등의 산업전시회에서도 중국 기업들은 적극 참여해 자체 기술, 최신 제품, 업계 전체의 미래 발전을 위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선보임으로써 관람객을 끌어모으고 현장의 주문을 받기도 했다. 산업전시회는 점점 더 중국 기업이 세계와의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협력과 상생 기회를 창출하는 플랫폼이 되고 있다.

하지만 CES는 다른 전시회에 비해 과학기술과 상업 외의 정치적 색채를 더하는 경우가 있다. 미국은 종종 ‘아마 죄가 있을 것’(莫须有罪)이라는 명목으로 중국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일부 중국 기업이 박람회에 참가하는데 커다란 정치적 장애를 설치했다. 올해 일부 중국 기업이 전시회 참가에 앞서 비자 거부와 같은 문제를 겪었다. 또한 매년 참가하는 중국 기업의 수량과 유형 역시 주목을 받으면서 일부 정치적 해석을 낳기도 했다. 물론 중국 기업이 CES에서 반복적으로 높은 관심을 받는 것은 그 자체로 ‘디커플링’, ‘범정치화’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며 부정이다. 지구화 시대에 세계 과학기술 산업의 번영과 발전을 공동으로 추진하려면 개방, 협력 및 상생이 여전히 견지해야 할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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