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방위비분담금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 아닌 주둔경비전가특별협정
방위비분담금 만큼 “특별한‘ 협정도 드물다. 이것이 특별한 이유는 상위 협정이라 할 수 있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한미 SOFA)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방위비분담금 협정은 아래와 같은 아주 긴 공식 명칭을 갖고 있다.
대한민국과 아메리카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 제5조에 대한 특별조치에 관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협정
”대한민국과 아메리카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은 이른바 한미 SOFA이다. 즉 따라서 방위비분담금 협정은 한미 SOFA 5조에 대한 특별조치협정(SMA: Special Measures Agreement)이다. 방위비분담금협정을 줄여 SMA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방위비협정과 SOFA 협정의 모순과 충돌
한편 한미 SOFA는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에 대한 하위 협정이다. 그래서 SMA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할아버지로, 한미 SOFA를 아버지로 하는 협정이다. 문제는 아버지와 아들 관계인 한미 SOFA와 SMA가 상호 모순된 내용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아래는 한미 SOFA 5조이다.
제 5 조
시설과 구역 - 경비와 유지
1. 합중국은, 제2항에 규정된 바에 따라 대한민국이 부담하는 경비를 제외하고는, 본 협정의 유효 기간 동안 대한민국에 부담을 과하지 아니하고 합중국 군대의 유지에 따르는 모든 경비를 부담하기로 합의한다.
2. 대한민국은, 합중국에 부담을 과하지 아니하고, 본 협정의 유효 기간 동안 제2조 및 제3조에 규정된 비행장과 항구에 있는 시설과 구역처럼 공동으로 사용하는 시설과 구역을 포함한 모든 시설, 구역 및 통행권을 제공하고, 상당한 경우에는 그들의 소유자와 제공자에게 보상하기로 합의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러한 시설과 구역에 대한 합중국 정부의 사용을 보장하고, 또한 합중국 정부 및 그 기관과 직원이 이러한 사용과 관련하여 제기할 수 있는 제3자의 청구권으로부터 해를 받지 아니하도록 한다.
SOFA 5조는,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간단하다. 2항을 제외한 주한미군의 모든 주둔 경비는 미국이 부담한다는 것이다. 긴 문장으로 되어있지만, 2항 역시 간단하다. 한국이 제공하는 것은 시설과 구역 및 그 통행권이다. 소위 미군 기지와 그 기지로 접근할 수 있는 도로 이용권이라고 보면 된다. 그 외 주한미군의 모든 주둔 경비는 미국이 부담하는 것을 한미 SOFA 5조가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아래는 SMA 이다.
제1조
대한민국은 이 협정의 유효 기간 동안 주한미군지위협정 제5조와 관련된 특별조치로서 주한미군의 주둔에 관련되는 경비의 일부를 부담한다. 대한민국의 지원분은 인건비 분담, 군수비용 분담, 그리고 대한민국이 지원하는 건설 항목으로 구성된다. 이 협정의 이행은 당사자 관계당국 간의 별도의 이행약정에 따른다.
당사자는 이 협정의 이행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최대의 노력을 기울인다. 이와 관련하여, 제도 개선에 관한 교환각서가 채택되어 이 협정과 같은 날에 발효한다.
주한미군의 주둔 경비 중 인건비, 군수 비용, 군사 건설 등의 비용을 한국이 부담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일각에서는 이 비용이 한미 SOFA 5조 2항의 대한민국 부담 항목이라고 설명하지만, 그 설명은 틀렸다. 앞서 언급했듯이 SMA에서 명기한 인건비 등의 항목은 SMA 체결 전 즉 1991년까지 미국이 부담하던 것이었다. SOFA 5조 2항에서 한국이 부담해야 하는 항목은 시설과 구역 그리고 그 통행권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SMA라는 아들격 협정은 한미 SOFA라는 아버지격 협정과 모순된다. 한미 SOFA는 미군의 주둔경비를 미국이 부담한다고 되어있고, SMA는 미군의 주둔 경비 중 일부를 한국이 부담한다고 되어있기 때문이다.
특별조치협정(SMA)이라는 명칭이 붙은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상위법인 한미 SOFA와 충돌하는 하위법이기 때문에 일반협정이 아닌 특별조치협정이라는 명칭이 붙은 것이다. 따라서 논리적으로 한미 SOFA 5조가 SMA에 맞게 개정되거나(사실 이게 개정되면 SMA가 필요없다), SMA가 폐기되어야 하거나 둘 중 하나로 처리되어야 한다.
방위비 분담 아닌 주둔 경비 전가
우리 정부는 SMA 협정을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이라고 명명했고, 이에 따라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 역시 그렇게 부르고 있다. SOFA에는 방위비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주둔 경비(cost)라는 단어가 존재할 뿐이다. 또한 SMA에서 다루는 것은 분담(sharing)이 아니라, 부담(bearing)이다.
미국이 담당해야 하는 주둔 비용을 한국에 전가하는 협정이라고 하면 국민의 저항에 부딪칠 것을 우려한 우리 외교 당국자들의 ‘창의력’이 발휘된 결과 ‘방위비 분담’이라는 새로운 단어가 창조된 것이다.
이같은 점을 감안하여 참여연대 역시 2008년 ‘미군주둔경비지원금’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지원’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난 단어가 들어가 있다. 방위비분담금협정은 주둔 경비를 ‘지원’하는 협정이 아니라 미군의 주둔 경비를 우리 정부에 ‘전가’한 협정이다. 따라서 ‘주둔경비전가협정’으로 부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