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자급률 46%인데 쌀값 폭락 방치...정부는 뭐하나
농민들이 논 갈아엎은 사연 정부 목표치 20만원...10년 전보다 후퇴 쌀소비량 감소? 농정 방기한 쌀수입이 문제 전쟁에 이은 기후위기...식량주권 지켜야
쌀값이 폭락하며 농민 생계에 대한 우려가 인다. 이에 윤석열 정부가 농정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진다.
정부는 일찍이 쌀 한가마(80kg) 당 가격 20만원 보장을 공언했지만, 최근 쌀값이 17만원대까지 떨어졌는데도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농민들이 논 갈아엎은 사연
지난해 하반기부터 쌀값은 줄곧 내리막이었다. 지난해 8월 19만원대로 내려온 산지 쌀값은 올해 5월 18만원대까지 내려왔고, 이어 7월 말 17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약 1년만에 7%가량 하락한 꼴이다.
반면 논벼 생산비는 증가 추세다. 고환율에 겹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지난해 생산비가 2022년에 비해 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농업경영비 역시 원자재 값 상승에 따라 전년 대비 6.6% 상승했으며, 농가부채는 평균 4158만1000원으로 전년 대비 16.4% 증가한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농업소득은 최악이다. 지난해 농업소득은 1114만원으로, 월로 환산하면 92만8000원 수준. 이는 23년 전 2001년보다 낮은 수치다.
생산비와 부채는 급증하는데 쌀값은 폭락하는 상황. 최근 농민들이 수확철을 앞두고 논을 갈아 엎어버린 이유다.
정부 목표치 20만원...10년 전보다 후퇴
연이은 쌀값 폭락에 농업 현장에서는 정부차원에서 추가매입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시장에 풀린 쌀 15만톤 정도를 수매하여 시장에서 격리해두면 쌀값 하락분이 어느 정도 상쇄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그러나 정부는 5만톤을 매입하는 데 그쳤을 뿐, 나머지 10만톤은 농협에서 알아서 처리하라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이는 쌀값이 오를 때와는 정반대의 태도다.
정부는 쌀 목표값 20만원을 넘어설 것 같으면 할인행사와 농협을 통해 비축분을 풀며 적극 개입해왔기 때문.
20만원 상한선이 10년 전 박근혜 정부 시절 목표가격 21만4,000원에도 못 미치는 헐값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농민들에게 20만원은 최저선이었던 셈.
쌀소비량 감소? 농정 방기한 쌀수입이 문제
인건비와 자재비 상승 외에 쌀값 폭락의 원인으로 곧잘 지목되는 것은 쌀 소비량 감소다.
실제로 연간 쌀소비량은 1993년 인당 110.2kg에서 2023년 56.4kg으로 30년 만에 절반가량 줄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 정부는 해마다 저율관세 의무수입물량(TRQ)으로 수입쌀 40만 8700톤을 들여오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TRQ를 통해 저율관세로 들여오는 수입쌀의 물량은 국내 쌀생산량의 11%를 넘는다.
수입쌀을 적절히 규제하면 쌀값 폭락을 상쇄할 수 있음에도, 정부는 쌀 수급 균형을 명목으로 국내 벼 재배면적을 줄이는 데만 골몰하고 있는 셈이다.
전쟁에 이은 기후위기...식량주권 지켜야
우크라이나 전 등 전쟁에 이어 기후위기로 인해 식량안정성이 흔들리는 국면이라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전쟁으로 유럽 전역에 공급할 밀을 생산하던 우크라이나의 수출길이 막히자 지난해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 선물시장에서 밀 가격은 단기간에 19%가량 급등했다.
국제 쌀 가격의 척도가 되는 태국산 쌀의 수출가 역시 지난해 24%가량 올랐고, 쌀 수출 대국 인도는 수해로 인해 수출 물량의 절반을 수출금지하기에 이르렀다.
2022년 기준 한국 쌀 자급률이 105%에 달해 쌀 생산을 줄여야한다는 주장이 무색하게도, 같은 해 기준 식량자급률은 46%에 불과하다.
사료용 곡물까지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0% 아래로 떨어진다. 식량 주권의 최후보루인 쌀농사를 터부시하기보다 주정용·가공용 등으로 다변화하여 더욱 세심하게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