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CLS 과로사 유족에게 "산재 신청 말라" 회유 정황 발견

쿠팡 과로사 유족에 “산재 신청말라” 회유 정황 정혜경 의원 환노위에서 음성 및 녹취파일 공개

2024-07-01     김준 기자
ⓒ 정혜경 진보당 의원실

쿠팡이 자사에서 과로사한 노동자의 유족에게 “산재 신청말라”며 회유한 정황이 드러났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녹취파일을 공개하며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고인은 평균 하루 250개의 물품을 배송했다. 사망하기 50일 전부터는 340여 개로 급증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원청인 쿠팡CLS가 직접 추가 근무를 요구했다”고 고인의 유족은 밝혔다. 고인이 생전 동료와 대화하며 ‘개처럼 뛰고 있다’는 내용을 남겨 더욱 공분을 사기도 했다.

오후 8시 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하루 약 10시간 30분, 주 6일을 근무하던 고인은 지난 5월 28일, 자택에 쓰러진 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사인은 심실세동과 심근경색이었다. 과로로 생기는 대표적 질환이다.

고인이 이렇게 과로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쿠팡 CLS 측과 계약상 할당된 물품을 모두 배송하지 못하면 계약해지나 담당구역을 회수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 ⓒ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

“이거는 이미 그렇게 하신 지가 6주에서 7주가 되셨어요. 만약에 안 돼버리면 다른 방법들이 없으신 거예요. 그냥 그냥 끝나는 거라서”

“작년에 군포에서 어떤 기사님이 배송 중에 돌아가셨는데, 각 언론에서 유가족을 엄청 괴롭힌대요. 국회의원부터 시작해서 연락들이 엄청 온대요”

“저는 산재 안 해요, 제가 유가족이면. 기간도 오래 걸릴뿐더러 확실히 된다는 보장이 있으면 상관없는데”

“제가 한 세 군데 물어봤거든요. 세 군데 노무사. 제가 쓰고 있는 노무사랑 다른 노무사랑 대외협력팀에 있는 사람까지 물어봤는데” - 녹취 중에서

그런데 사측이 고인의 유족에게 산재 신청을 하지 말라며 회유한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달 28일 정혜경 의원은 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해당 음성파일 및 녹취내용을 공개했다. 녹취파일에는 ‘산재 승인이 어려울 것’이고, ‘언론이 유족을 괴롭힌다’는 쿠팡 측의 주장이 담겼다. 또, ‘기간도 오래 걸려 자신 같으면 산재 신청 안 한다’며 산재 신청을 만류했다. 

사측이 회유했다면 근로기준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방해, 강요죄 등이 성립할 수 있다. 형법 제324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한다. 유족에게 산재 신청을 하지 말라고 회유하는 행위는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산재 사망을 은폐하려는 시도로 볼 수도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는 산업재해 발생 시 이를 은폐하거나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는 유족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중대한 법적 문제로, 엄정한 법적 대응이 필요한 지점이다.

정혜경 의원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대리점을 앞세워 과로사를 은폐하려는 쿠팡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연이은 과로사에 이어 이제는 산재사고 은폐, 유족 회유까지 나서고 있는 쿠팡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이정식 장관은 “전체적으로 살펴봐서 부당하다고 주장되는 부분들이 개선될 수 있는지 살펴보고 검토 후 보고드리겠다”고 답했다.

ⓒ 정혜경 진보당 의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