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역사적 변곡점과 2024 총선
1. 변곡점,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의 의미 2. 국민의힘의 총선전략, 예상되는 반동적 구태전략 3. 예상되는 무리수, 조악한 북풍 가능성 4. 민주당, 문재인을 버리고 김대중, 노무현을 넘을 때 5. 대안 부재, 한국 진보정당의 모색
1. 변곡점,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의 의미
하늘 높이 돌을 던지면 돌은 멀리 포물선을 그리다 떨어진다. 어느 순간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돌이 제풀에 꺾여 떨어지는 지점과 순간이 있다. 그것을 ‘변곡점’이라 한다. 물리의 변곡점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역사나 정치의 변곡점을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다. 물체의 변곡점이 자연의 힘인 중력을 거스르는 것이라면 정치의 변곡점은 민심과 정세를 거스르는 것이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윤석열 정부에 대한 큰 민심이반의 흐름이 확인되었다. 1년여 전 2002년 6월 지방선거 결과와는 정반대 양상이다. 당선자 경쟁이 ‘5% 이내 접전’일 것이라던 여권과 한국 주류 여론조사기관의 예측은 ‘17.15% 차이’로 드러나 크게 빗나갔다. 구청장 보궐선거라는 작은 선거결과 하나가 일으킨 파장은 나비효과 마냥 예상보다 점점 커지고 있다. 그 이유는 그 선거가 내년 총선의 전초전이자,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내리막 변곡점이라는 공감 또는 위기감 때문일 것이다.
민심은 왜 이렇게 빠르게 돌아섰으며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이는 박근혜 정권의 몰락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민심이 돌아선 이유는 그리 복잡하지 않아 보인다. 사실 국민들은 정치검사 윤석열의 국정운영 자질에 대해 처음부터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허나 근소한 차이라도 일단 당선되었으니 한 번 기회를 주자는 것이 민심이었다.
그러나 국민들이 겪어본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국내적으로 치졸하고 저열하며 국제적으로 너무 무지하며 미국 추종 일변도라는 것이다. 신냉전이 격화되는 국제정세는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전쟁으로 전례 없이 불안정하고 물가는 치솟고 살림은 갈수록 힘겹다. 그런데도 국민들이 확인한 것은 신물 나는 이재명 죽이기, 한동훈과 검찰의 공권력 오용과 정치개입, 이태원참사 책임자 부재, 후쿠시마 오염수 일본 대변인 자청, 난데없이 애국명장 홍범도 장군의 업적 훼손, 핵무장국가 이북과는 무모한 전쟁 불사 정책, 이웃 대국인 중국과 러시아와 불과 1년 만에 완전히 적대국으로 만든 치적이다.
미국 편중외교에도 정도가 있다. 미국과 한미동맹은 대한민국 발전의 선택적 수단이어야 하는데, ‘미국 만세’가 목적이자 신앙이 되어버렸다. 미국의 가치와 한미동맹을 위해 대한민국이 희생해야 하는 형국이다. 국민의 가계부채와 민생은 도탄에 빠졌는데 미국의 요청으로 한국이 최대 80억 달러(약 10조 5000억 원)를 무이자나 다름없는 연 0.15%의 초특혜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에 지원한다고 우크라이나 경제부(Ministry of Economy of Ukraine)가 공개했다.
국민들은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는 이 정부를 한마디로 낙제점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체감 피로는 누적되고 있다. 국민들의 분노도 빠르게 쌓이고 있지만,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표출될 지는 감히 예상하기 이르다. 감지되는 것은 국민들의 정서가 단순히 ‘선거로 심판하자’는 분위기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과연 내년 총선도 강서구청장 선거와 유사한 결과나 더 나아가 개헌이 가능한 선까지 나올 것인가? 이는 결코 단정할 수 없다. 우리를 기다기는 싸움의 실체를 하나씩 예상하며 살펴보자.
2. 국민의힘의 총선전략, 예상되는 반동적 구태전략
윤 정권과 국민의힘은 강서구 보궐선거 이후 바로 총선위기감에 휩싸였다. 보궐선거이후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도 동반 추락했다. 국내여론기관 갤럽의 최근 대통령지지도 조사에서 긍정은 30%(10월22일) 턱걸이했다. 국내보다 조사 문항과 방식이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미국 유력 여론조사기관인 모닝컨설트(morning consult)의 지난 1년 동안 윤석열 대통령 지지도는 늘 국내조사기관보다 10% 이상 하회했다. 윤 대통령 지지도는 거의 16%~24% 로 21개국 국제지도자 지지율에서는 단골로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정권 유지가 불안한 선이다.
문제는 이러한 여론변화가 집권초기의 부분적 시행착오와 실책으로 인한 일시적 등락이 아니라 굳어지는 경향적 추세라는 점이다. 즉 ‘변곡점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들은 윤석열 정부의 반복되는 무모한 정책 덕분(?)에 각자의 체험 속에서 나름대로 더 빠르게 이 정부에 대한 일정한 판단을 내리게 되었다. 특히 청년층과 중도층의 민심이반이 두드러졌다. 처음부터 큰 인기가 없었던 대통령이 국민 3명중 2명 이상이 윤정부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국민의 판단이 상당히 심화하고 굳어지고 있으며 큰 정책변화가 없다면, 아예 정권 조기 교체를 원할 정도라는 점이다.
국내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의 10월 22~23일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선거 후 국정운영 기조 변화 여부에 대해서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국민 의견이 65.9%로 압도적이었다.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응답은 24.3%에 그쳤다. 국민은 정부의 근본적 정책변경을 원하는데 윤 대통령의 독선과 아집의 정치에 변화가 없을 것이며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다는 조사결과이다. 이는 총선에서 여당의 어떤 이슈로도 국민들의 이른바 ‘정권심판론’ 구도를 바꾸기 매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민심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예상대로, 윤 정권과 여당의 근본적인 정책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늘 그렇듯이 정부와 여당은 다양한 보여주기식 ‘변신 정치쇼’를 벌일 것이다. 윤 정권의 대응은 이른바 ‘이념중단 민생쇼’, 전라도 인재영입, 이재명 죽이기 지속, 진보탄압 공안 사건, 국가안보 위기 조성(북풍) 등 구태의 반복이 예상된다. 문제는 이러한 구태의연한 시도가 성공하기에는 국민의 정치의식이 상당히 높아져 있다는 점이다.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 분열도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같은 매국적 극우보수정당의 분열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윤석열 정부하의 여당은 그 분열 양상이 유달리 심하다. 이는 정권기반 없는 정치신인, 정치검사 윤석열이 집권초반부터 자기기반을 만들려는 과욕에서 이준석, 유승민, 홍준표 등 여러 기존 계파세력을 배제하고 제거하면서 비롯된 것이다.
정치신인 윤석열이 검찰공화국 완성에 유독 집착하는 이유는 자신의 집권기간 독자적 정권기반 창출에도 있지만, 5년제 대통령의 퇴임 후 안전보장 때문이기도 하다. 법조인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이 덮고 지은 죄와 그 처리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여당 내 윤석열이 내친 자들의 반격이 총선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집권 초반에 직계 검찰 사단으로 대통령실, 법무부, 국정원, 감사원, 금감원, 국토부, 행안부, 경찰청 등 행정부 주요 요직을 배치장악 하였다. 이어서 내년 총선공천에서 다시 윤석열 검찰 사단과 측근 관료, 청와대 인사들을 대거 공천해 이들이 당선되게 하면 그의 ‘검찰공화국’의 틀이 기본적으로 완성된다. 그것을 위해 윤 대통령은 김기현 당 대표를 앉혔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기도가 실패할 조짐이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확인되고 포착된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실의 충격과 위기감은 여당의 위기감보다 더욱 클 것이며 잠을 설칠만하다.
3. 예상되는 무리수, 조악한 북풍 가능성
윤 대통령은 입만 열면 공천개입은 없을 것이라 말하지만, 그것을 그대로 믿는 국민은 별로 없다. 윤 정권이 자기계획을 포기할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위기감이 클수록 무리수를 두며 민심이반과 여당 분열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예상대로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정치 쇼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쇼로 넘기기에는 대통령의 배제와 ‘협량(좁은 도량)정치’로 생긴 골이 너무 깊어 보인다. 만약 윤 정권의 총선 계획이 무너지고 총선에서 대패한다면 여권 내부로부터, 야당으로부터, 그리고 국민적 저항과 함께 사면초가의 본격적인 총체적인 정권 레임덕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정권의 조기몰락을 막기 위해 다급하고 무능한 권력이 쓰는 무리한 정치수법들을 한 번 예상해보자. 현실에서 이러한 예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우선 민주당을 향한 이재명 죽이기, 간첩사건과 공안정국 조성은 변함없는 ‘상수’라 이는 예상 축에도 들지 않는다. 단 무리한 조작 공안 사건을 종래 진보단체를 넘어 민주당까지 확대할 가능성은 미지수이다.
다음으로 흔한 것이 북풍 공작이다. 이른바 북한 도발을 유도하는 남한 정치공작인 북풍(北風)은 이제 철 지나서 효과가 없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한미연합 군사훈련은 군사적으로는 매우 위험하고 긴장된 위기이나 정치적으로 대국민 충격 효과가 적다. 미국이 핵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동원하며 북을 자극하고 있지만, 이는 주로 한국 정부 안심용이며, 미국은 이제 본토 안보조차 보장할 수 없는 북과의 전면전쟁을 감당할 능력을 상실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과거 DMZ 목함지뢰사건(2015년 8월)과 같이 우발적으로 촉발된 총격전 사건이나 군사적 충돌을 점차 감당하기 버거워하고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법적으로 군사적 남북 충돌상황과 유사시(데프콘 3단계= 준전시상태, 평상시가 데프콘 4단계이다.) 총 한 발 제 마음대로 쏠 수 없다. 유사시 군사적 통제권은 한국 대통령이 아니라 자동적으로 미국(한미연합군사령부=주한미군)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실상 군통수권과 군작전지휘권이 없는 한미 종속관계의 현실이다. 또 데프콘 3단계 상황이 아니더라도, 비상시 국군은 북에 대한 즉각 발포 대응수칙은 있으나 사태가 더 발전하면 사실상 미군통제로 넘어간다. 연평도 포격사건(2010년, 이명박 정부)확전 가능성을 통제한 것도 미국이었으며 목함지뢰사건(2015년, 박근혜정부)으로 촉발된 남북 군사적 충동을 통제한 것도 미국이었다.
윤 정권은 북을 직접 상대하거나 자극할 수단과 카드를 쥐고 싶어 하는데, 불행히도 유사시 대포 한 방 쏠 권한도 없다. 궁여지책으로 미국의 간섭이 덜한 영역이 접경지역 풍선 삐라살포 재개와 대북확성기를 가동하는 정도이다. 북으로 날아오는 삐라풍선을 북이 총이나 포탄으로 저지하면, 북의 포탄 오발을 이유로 대북 사격을 개시하여 확대하는 방식이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남쪽이 9·19 합의 선제적으로 파기해선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이러한 입장은 자신들이 주도하지 않은 이런 우발사태를 처리하는 것이 과거보다 매우 어려운 환경과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윤 정권은 최근 헌법재판소의 삐리살포금지(대북전단살포 금지법) 위헌 결정을 계기로 9.19 남북군사합의를 무효화 하고 여당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허용하는 입법을 추진 중이다.
얼마 전 국정원의 선관위 전자투표결과 조작 가능성 뉴스는 매우 이례적이다. 국정원은 북으로부터의 해킹가능성을 상정하고 선관위 해킹 모의실험을 진행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해킹은 너무 쉽게 가능했다. 해킹의 주체가 북이 아니더라도 기술적으로 해킹을 통한 선거결과 조작은 언제든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후 선관위와 국정원의 설전이 이어졌다. 또 이 사건이후 “국정원이 이 과정에서 사이버 점검 툴을 빙자해 선관위에 해킹 도구를 심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야당 간사인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원의 보안점검 뒤 선관위 시스템에 15개의 점검 도구가 남았는데, 이것이 해킹 도구로 의심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국은 2002년부터 전자개표기가 도입되었는데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아일랜드 등 유럽의 많은 나라가 수개표로 회귀하거나 유지하고 있다. 총선이건 대선이건 기술적으로 부분적으로 부정선거가 언제든 가능하다는 의혹과 유혹을 아예 뿌리 뽑아야 한다. 투표결과를 수 개표로 진행해야 하는 이유이다
4. 민주당, 문재인을 버리고 김대중, 노무현을 넘을 때
강서구청장 선거 이후 한숨을 돌린 것은 더불어민주당이다. 윤 정권의 ‘이재명 죽이기’는 절반의 실패로 돌아갔다. 윤 정권은 ‘조국사태’ 재현 효과를 기대했으나 국민들은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계파이익에 눈멀고 한동훈 장관의 유치한 논리에 놀아나서 체포동의안 찬성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이 오히려 역공을 맞고 있다.
이재명과 민주당을 다시 살려준 것은 국민들이다. 자기 당 대표도 지키지 못하는 민주당이 잘하고 예뻐서 살린 것이 아니라, 윤 정권의 후안무치한 독선과 아집을 막기 위해 민주당을 다시 밀어준 것이다. 국민들이 촛불을 배반하고 무능하고 한심한 민주당을 보면서도 민주당에 다시 기대를 거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한국 민중이 남북 분단체제와 국가보안법 체제에서 제대로 된 힘 있는 대중적 진보정당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매국적 극우 정당이라면, 민주당은 제한적 민주주의 개혁성을 가진 보수정당이다. 한국 보수정당의 개혁 최대치는 김대중 대통령 정도였다. 실제로 민주당이 추진했던 개혁영역은 자신들의 정치적 생존에 이해가 걸린 ‘반독재 의회민주주의 과제, 사법개혁, 언론개혁, 남북공존, 초보적 복지정책 정도였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도 굴욕적 한미관계에 대해, 사사건건 남북관계와 한국 내정에 깊숙이 관여한 오만한 미국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개혁정신 자체가 없었던 ‘어부지리 정권’이었다. 문재인은 노무현의 계승자도 아니었다. 역사는 그를 무능하고 위선적 대통령으로 촛불항쟁 배반정권으로 평가할 것이라 본다.
현재 동북아 정세는 세 가지 변곡점에 와있다. 1) 미국패권의 추락 속에 동북아 북중러 연합전선 형성의 변곡점 2) 한반도 북미관계에서 군사 정치적 힘의 변곡점 3) 윤석열 정권의 몰락변곡점이 그것이다. 미국은 2024년 차기 대선에서 다시 트럼프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민주당은 언제나 안이함이 병이다. 민주당은 눈앞의 이익에 빠져 과거의 오류를 반복하지 말아야한다. 보수양당이 비례대표마저 독식하는 파렴치한 선거제도를 깨고, 국민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는 선진적인 정치질서를 마련해야 한다. 이제는 진보정당의 진출이 가능한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도개혁을 결행해 진보와 개혁세력이 국회를 주도하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 급속한 전환의 시기, 국민들이 민주당에 거는 기대는 혁명이 아니다. 그나마 제한적 개혁이라도 ‘개혁정신’을 가지고 제대로 하라는 것이다.
5. 대안 부재, 한국 진보정당의 모색
국민들의 제3정당에 대한 요구가 지금처럼 강한 적이 없어 보인다. 국민들의 개혁정치에 대한 열망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으나 거대 보수 양당정치에 대한 실망도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다. 2000년대 초반 정당지지도 여론조사에서 민주노동당은 15% 이상을 쉽게 상회했다. 이때 보다 국민들의 새로운 정당에 대한 요구는 더 커 보인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잡다한 제3정당 창당 기획이 난무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작 전통적 소수 진보정당은 사분오열되어 있다.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상당 기간 동안 진보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녹색당 등 한국 소수 진보정당이 각개 약진했으나, 어떤 정당도 대안세력으로 국민의 큰 지지를 받지 못했다. 현재 국민이 어떤 하나의 진보정당을 선택적으로 제3의 대안세력으로 지지할 가능성은 없다. 정치란 민중을 위하여 국민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인데 한국 진보도 예외 없이 민중의 요구에 대안 정치세력으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의 개혁노선 후퇴도 문제이지만, 급변하는 정세에 한국 소수 진보정당들의 사상과 정책, 대중 정치사업방식과 단합능력의 한계도 그에 못지않은 한국 정치발전의 난제이다. 한국 진보정당들이 과거 민주노동당처럼 하나의 통합정당으로 될 수 없다면, 현실적으로 합의 가능한 진보정당들부터 상대적 독자성을 갖고 민주주의 회복과 윤석열 퇴진공동투쟁을 기치로 공동선거에 임하는 ‘전술적 선거연합정당’ 외에 다른 대안이 없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지난 9월 14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결정된 총선방침은 진보단합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았지만, 역설적으로 아무것도 합의하지 않은 것과 같은 결과도 나올 수 있는 한계가 분명하다. 국민들은 만약 이 기회에 진보가 단합하면 제3정당으로 밀어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진보의 자기개조능력, 단합능력이 시험대이다.
2004년 민주노동당은 권영길 대표의 지역구를 포함, 두 곳의 지역구에서 승리하였고, 13.0% 정당투표 득표율로 무려 8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차지하여 원내 제3당의 위치를 차지한 적이 있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의 역사적 진출이 헌법재판소의 ‘1인 1표 비례방식’의 위헌 판정(2001년)에 따른 정당명부 비례대표 선거 방식(1인 2표) 변화의 결과물이란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진보가 정치적으로 진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래로부터 기층 대중정치사업을 통한 힘으로 돌파구를 열며 진보적 정치인을 다수 배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현실적으로 선거법 개정에 각별한 주의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것은 당리당략이 아니라 한국의 후진적 거대 보수양당 구조를 혁파하고 소수 진보정당의 진출을 구조적으로 보장하는 현실적 방안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독일식 비례대표제가 가장 좋으나 다양한 정당지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있다. 개혁 한계에 부딪친 민주당에게도 진보와 개혁이 공동전선을 형성할 수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도가 장기적으로 유리하다.
외국의 사례를 참조하면, 소수 진보정당들이 대안 없이 지지부진 하다면 광범위한 ‘윤석열 퇴진 국민전선’(광폭 확대된 퇴진본부)이 직접 중심이 되어 정세변화를 주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거국적 촛불투쟁과 함께 ‘윤석열 퇴진 국민전선’ 하나의 대오로 ‘새로운 공동단합 브랜드’를 만들어 진출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국민들은 정당이건 투쟁연합전선이건 제대로 투쟁할 줄 아는 참신한 정치세력의 진출을 지금 간절히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촛불투쟁의 교훈은 “죽 쒀서 개주었다”는 한마디에 다 들어있다. 그런데도 이것을 극복할 대안은 아직 충분히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민심은 굳어졌으나 아직 극복해야 할 산이 많다. 계속 산 넘어 산이다. 창조적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