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기간 6일 내내 배송하라고?”...쿠팡, 가족도 없나
두 얼굴의 쿠팡...‘휴가 플렉스?’ 현실은 ‘휴식 없는 강제노동’ 4일 병가에 260만 원 청구...사람인가 노예인가 공휴일 출근 강제, 상시 해고 위협...‘로켓배송’의 음침한 민낯
다음 주부터 6일간 추석 황금연휴가 예정되어 뭇 사람들의 기대가 커가는 가운데, 단 하루도 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쿠팡 노동자들이다.
추석 기간은 가족과 친지와 보내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물량 급증으로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 위험이 높아져 충분한 휴식이 필요한 시간이다. 그래서 주요 택배사들은 추석 연휴 기간을 온전히 보장한다.
그러나 쿠팡 로지스틱스 서비스(CLS)는 노동자들의 요구에도 불구, 추석 연휴를 보장하지 않고 있다. 이에 쿠팡 노동자는 추석 당일 하루라도 휴식을 보장하라는 절박한 외침을 쏟아냈다.
두 얼굴의 쿠팡...‘휴가 플렉스?’ 현실은 ‘휴식 없는 강제노동’
20일 오후,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쿠팡CLS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의 비인간적 처사를 비판했다. 택배노조와 더불어 ‘택배 과로사 대책위원회’, 쿠팡 대책위원회 등 시민사회 단체들은 추석 당일이라도 노동자들이 쉴 수 있도록 쿠팡에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으나 쿠팡 측은 거부 중이기 때문.
휴무 요구에 대해 쿠팡은 “대리점과 쿠팡의 계약 당시 백업 기사를 두도록 했고, 쿠팡친구(로켓배송 업무 배송직원)도 있기 때문에 쿠팡 택배 노동자들은 원할 때 쉴 수 있다”고 답했다. 일찍이 택배노동자 과로에 대한 여론을 의식한 쿠팡은 택배기사들이 ‘휴가 플렉스’를 즐긴다며 대대적인 선전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완전히 다르다.
대다수 대리점에는 백업 기사가 없을뿐더러, 택배 노동자는 쿠팡 측이 제시하는 ‘수행률(배송률)’이 떨어질까 두려워 원해도 쉴 수가 없다. 쿠팡은 수행률이 조금이라도 미달하면 대리점으로부터 배송구역을 회수하는 ‘클렌징’ 제도를 통해 택배 노동자들을 해고해버리기 때문이다.
4일 병가에 260만 원 청구...사람인가 노예인가
실제로 지난달 송파 지역의 한 대리점에서는 한 노동자가 건강 악화로 백업기사를 요구했으나 묵살 당했다. 결국 그는 4일을 쉬는 대가로 대리점 측에 용차(대체인력과 차량) 비용 260만 원을 청구받아야 했다.
서비스연맹이 쿠팡 택배 노동자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 3명 중 1명이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한다. 고강도 노동인 것도 모자라, 상당수가 1일 평균노동 시간인 8시간 보다 2-3시간을 더 일하는 셈이다. 또한 월 평균 휴일은 4.8일로, 주 5일제 사업장에 비해 약 4일을 쉬지 못한다.
최근 택배노조가 입수한 한 쿠팡 대리점의 계약서는 “공휴일, 명절 등 특수 요일에도 라우트(배송구역) 수행률을 지켜야 한다”며 공휴일, 명절 근무를 강요한 채, “공휴일이라 해도 추가 휴무 없이 그대로 주 6일 근무를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었다.
공휴일 출근 강제, 상시 해고 위협...‘로켓배송’의 음침한 민낯
공휴일을 무시한 채, 대체 휴무도 없이 주 6일 출근을 강제하고, 수행률이 떨어지면 과감히 클렌징으로 해고하는 것. 이로써 ‘쿠팡 로켓배송’의 민낯이 드러난 셈이다. 이는 개별 대리점의 일탈이라기에는 쿠팡 대리점에 광범하게 퍼져있는 계약 형태로, 이를 방조한 쿠팡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날 회견에서 김광창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은 “택배노동자들은 추석 전 전쟁 같은 배송 물량에 시달려왔다”며 “이제 황금연휴에 잠시나마 가족과 시간 보낼 수 있게 되겠구나 싶었는데, 쿠팡 측의 추석 근무 지침에 아연실색하게 된다”고 규탄했다.
김 사무처장은 “쿠팡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새삼 느꼈다”며 “택배 노동자는 한국 국민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보편적 휴식권 누려보고 싶다”며 “쿠팡의 탐욕의 질주에 국민들이 심판할 거라 믿는다”고 전했다.
민생경제연구소 안진걸 소장은 “쿠팡이 세계 시장에 상장을 하며 혁신 기업이니, 연속 흑자니 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 우습다”며 “성과에 걸맞게 노동을 존중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안 소장은 “적당히 하지 않으면 시민들에 의한 대대적인 쿠팡 불매운동이 벌어질 수 있다”며 “쿠팡은 노동자들이 이틀이라도 쉴 수 있게 대리점들에 즉각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전국택배노동조합 진경호 위원장은 “이미 택배 노동자들이 공휴일에 함께 쉬겠다고 대리점에 통보했을 때 쿠팡 측은 ‘집단휴무에는 클렌징으로 대응하겠다’고 협박을 늘어놨다”고 전했다.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 속에서 추석 집단휴무를 신청한 상황”이라며 “신청자들에게 불이익이 가는 조치를 취할 경우 강력하게 응징에 나설 것”이라 밝혔다.
택배노조는 쿠팡이 휴무 요구를 거부할 경우, 과로 방지를 위한 휴무 투쟁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