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한국근대사

한국 근대사는 실패의 역사이자 숨겨야만 하는 역사일까? 자주 민주주의 대한민국 역사의 뿌리는 근대 시기 민중 주도의 반외세 반봉건 투쟁

2022-08-22     편집국

실패로 점철된 한국 근대사 바로잡기의 시작
우리나라 근대화 시점부터 다시 바라보기

역사란 승자의 입장에서 쓴 기록이라고 하지만 그와 다른 시선으로 한 나라의 역사를 바라보면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 근대사는 우리 민족의 시선이 아닌 열강 특히 일본의 시각에서 기록되었다. 대부분 사람이 한국 근대사의 시작을 1876년 일본과 맺은 강화도조약을 계기로 조선의 항구가 열리고 서양의 문물이 물밀듯 들어오던 시기로 보고 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일본에 의해 규정된 근대의 시작 시점부터 다른 시선으로 접근해보면 우리가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 근대사의 시작 시점을 서구의 근대화가 태동한 시기와 동일하게 보고 있다. 17세기 우리나라에서도 봉건적 질서가 서서히 무너지고 토지 거래와 상업, 수공업, 광산업 등을 통해 자본주의의 맹아가 싹트기 시작했다. 지배 계급이었던 양반이 몰락하고 신흥 돈주 그룹이 생겨났으며 시장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17세기 후반에는 실생활에 도움이 되고 실사구시를 중시하는 실학이 발전하기 시작했으며 서양 문물이 소개되면서 새로운 문물을 배우고 받아들이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근대화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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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가 아닌 자국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한국 근대사
반봉건·반외세 투쟁, 자주적 근대 국가를 꿈꾼 민중 주도의 역사

2001년부터 남북 민간 교류 활동을 해온 저자는 남과 북이 사회 시스템과 체제는 다르지만 5,000여 년 동안 하나의 역사로 살아온 민족이기에 역사 교류야말로 서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근대 시기 일어난 역사적 사건에 대한 남과 북의 인식 차이를 살펴보고, 외세에 의존해 근대화를 이루려했지만 실패로 끝난 지배층의 역사가 아닌 민중 스스로 자주적 근대화를 이루려던 움직임을 한국 근대사의 새로운 이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 페리 제독이 쏜 공포탄 소리에 놀라 강제 개방한 일본과 달리 정체가 불분명한 서양 배의 침입에 민중들이 힘을 합쳐 몰아낸 ‘제너럴셔먼호 사건’은 서구 열강의 무단 침략에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결심과 자신감을 높여준 계기가 되었을 뿐 아니라 열강의 식민지가 되는 것을 늦추는 데 기여했다.

- 미국이 일으킨 단순한 해프닝으로 알고 있는 1871년 ‘신미양요’는 미국이 국가적으로 작정하고 벌인 조미전쟁이었지만 미국이 최초로 패배한 역사적인 사건이기도 하다.(그러나 우리는 1969년 베트남 전쟁을 미국 최초의 패전으로 알고 있다.)

- 신식 군대와 구식 군대 사이의 차별 때문에 발생했다고 보는 ‘임오년 군인 투쟁(임오군란)’도 사실은 신구 군인들이 함께 부패한 봉건제의 악행을 처단하고 생존권을 확보하려는 민주주의를 위한 정의로운 투쟁이었다.

- 친일 개화파들에 의한 무장 정변으로 ‘3일천하’를 누리고 실패했다고 평가받는 ‘갑신정변’은 오히려 외세 침략이 더 거세지고 봉건 통치 제도가 한창 부패되고 있던 시기에 나라를 구하려고 한 애국적이며 진보적인 투쟁으로 반외세 반봉건의 기치를 명확히 들고 우리나라 근대화 운동의 횃불이 되어준 근대 개혁운동으로 재평가되어야 한다.

- 서학(가톨릭교)에 반대하며 조선의 신앙과 철학을 지키고자 한 ‘동학운동’은 종교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유생, 군인, 농민 등 각계각층의 민중들이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고자 했던 일본에 맞서 싸운 반일 투쟁의 시초가 된 사건으로 ‘갑오농민전쟁’으로 명명하고 있다.

- 일본군이 조선을 점령하고 있었던 상황과 일본의 내정 개혁안 시행으로 인해 친일적 개혁이라고 왜곡 평가받고 있는 ‘갑오개혁’은 갑오농민전쟁을 통해 제시된 폐정 개혁 요구를 기반으로 자주적으로 진행한 근대 개혁이며 후대의 근대 개혁운동의 중요한 밑거름인 된 사건이다.

서구 열강과 일본 제국주의의 조선 침탈 다툼 속에서 우리 민중이 주도적으로 시도한 개혁운동은 아쉽게도 실패했지만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상황에서도 전국 각지에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여 끊임없이 반일 의병운동을 벌였고, 이는 훗날 애국문화운동, 3.1만세운동, 만주에서의 항일 무장 투쟁 등 민족주의 운동에 큰 영향을 주어 마침내 36년간의 일제 강점기에서 벗어나 나라의 독립을 찾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처럼 승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역사관이 아닌 자민족을 중심에 두고 바라보는 역사는 우리에게 다른 시각을 열어준다. 이 책은 세계정세를 읽지 못하고 스스로의 안위만을 위해 서구 열강의 패권 다툼에 휩쓸리다가 일본에 나라를 내어준 지배층의 역사가 아니라 반봉건 반외세 투쟁을 통해 우리 민족 스스로가 주인이 되어 자주적 근대 국가를 이루고자 했던 민중 주도의 역사를 보여주고, 이것이야말로 한국 근대사의 진정한 모습이라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