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경제는 어떤 모습일까(2)

한국경제의 대안 모색(10) - 통일경제의 상②

2021-12-13     김장호 편집국장

지난 회에 이어 통일경제의 상을 그려보는 데서 ‘민생지향 복지경제’, ‘선순환 번영경제’에 대해 살펴본다.

(3) 민생지향 복지경제

남측의 경우 빈부격차와 불평등을 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북측의 경우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수요에 맞는 공급구조를 세워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통일경제는 이러한 민생향상에 대한 공동의 노력을 지향하는 복지경제를 세울 수 있는 경제이다.

통일경제 효과 중에는 정전상태, 분단과 대결로 인해 발생한 과도한 군사비를 축소하여 복지재원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많이 거론된다. 그것은 기본적 효과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통일경제의 내부 재생산구조와 경제순환이 필연적으로 민생향상에 복무하는 쪽으로 내장되어 작동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경제생활은 재화의 생산, 분배, 유통, 소비과정을 반복하며 영위되는 인간생활의 물질적 분야이다. 여기에는 소유제도, 분배제도, 복지제도 등 각종 제도와 경제관념들이 작용하며 경제생활이 이루어진다.

▲ kbs 뉴스 갈무리

남측의 경우 사적소유제도와 자본주의적 분배제도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불평등을 낳는다. 특히 최근 불평등문제는 세계적 화두이기도 하다. 불평등문제를 완화하지 않고는 체제와 정권이 버틸 수 없는 수준이다. 북의 평등경제, 토지국유제, 주택무상제 등은 남측에서 민생을 개선하는 데 좋은 영향을 줌으로써 각계각층의 기본권 확장, 토지공개념 확립, 일자리창출과 안정된 고용, 최저임금향상, 복지분배제도의 개선 등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 김정숙 제사공장 [사진 : 조선중앙통신 갈무리]

북측의 경우 미국의 대북제재로 사실상 경제봉쇄를 당하는 저항경제형태를 띠고 있고 민생향상에 장애를 받고 있다. 통일경제가 성립되면, 남측이 봉쇄된 국제교역을 대체하여 북 인민생활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북 경제가 국방공업, 기간산업 위주로 되어 있어 경공업 분야에서 발전이 더딘 조건을 극복하게 되고, 남측의 자동차, 전자, 기타 생필품 등도 추가로 공급됨으로써 인민생활 향상이 더욱 촉진될 것이다.

통일경제는 구체적인 경제생활과 경제관념에서도 커다란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 남측의 경우 자본주의의 인위적 수요창출과 과도한 공급으로 자원이 낭비되고, 기형적 소비행태와 환경파괴가 진행되는 문제점들이 있다. 통일경제 속에서는 남측은 북측의 검소하고 절약정신이 몸에 밴 경제문화에서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고, 건전하고 생태환경적 경제생활에 대한 지향이 실현가능한 제도적 관행적 수준에서 높아질 수 있다. 북측 역시 보건과 방역. 교육, 생활소비와 위락 등의 분야에서 보다 문명적인 물질생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이에 대한 공급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더욱 배가됨으로써 사회주의 경제생활에서도 새로운 활력이 높아질 수 있다.

통일경제는 4차 산업혁명이 야기하는 고용절벽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경제가 될 수 있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고용의 축소를 낳는다. 이것은 과거 산업혁명시대의 연장선상에서 발생한 자본주의적 상대적 과잉인구로 인한 실업문제나 신자유주의 세계화 질서 속에서 비정규직이 확대된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사실상 절대적 수준의 고용대체, 고용배제경제가 도래하게 된다. 상대적 과잉실업은 자본주의 질서 안에서도 케인즈식 완전고용론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운동을 통해서 일정하게 해결이나 완충이 가능했다. 그러나 자본주의적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구조적 실업문제는 자본주의적 해결책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자본주의는 상대적 실업시대에서 절대적 실업시대로 이행하고 있다. 실리콘 밸리에 있는 플랫폼 독점자본이나 자율주행 전기차 자본들조차도 기본소득을 찬성하는 이유가 이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적 4차산업혁명은 말로는 “소유하지 않아도 행복한 사회”를 광고하나, 근본적으로는 소수가 생산수단과 플랫폼을 독점소유하고, 대다수 민중은 임대나 렌트로 생활할 수밖에 없는 초독점 사회이며, 고용배제, 불안정 고용이 구조화된 사회이다. 이런 문제는 단순히 경제성장률을 높여 고용율을 높이는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미래사회의 성장이란 고용배제적 성장이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에서 통일경제는 지식경제사회에서 고용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한반도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북의 고용방식을 벤치마킹할 수 있고, 남측의 보편복지, 기본소득 논쟁에 고용문제를 유기적으로 결합시켜 경제방향을 재설정할 수 있다. 또한 남북은 공통적으로 높은 수준의 질 높은 노동력, 인적자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통일경제 건설이라는 환경을 이용하여, 지식경제에 적용 가능한 노동력을 양성하는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매우 막강한 4차 산업혁명시대의 인적자원을 보유한 통일국가로 거듭날 수 있다.

(4) 선순환 번영경제

통일경제는 남측의 자립적 민주경제, 북측의 자립적 사회주의 경제, 자립적 통일경제라는 3가지 경제의 삼중 선순환구조를 확립함으로써 국제사회의 경제환경과 관계없이 차별적인 번영경제를 구가할 수 있다.

8,000만 명의 민족경제시장이 새롭게 창출되고, 북의 국방공업의 성과를 민수경제로 돌리는 속도가 빨라지며, 남측의 수출중심기업들의 국내투자가 확대된다. 이렇게 통일내수소비시장이 확대되면, 북측에서 지방공업이 성장하고, 남측에서 중소기업과 서비스 업종의 발전에 유리해진다.

통일경제에서 남북거래 간 민족우대정책이 적용되면, 통일산업의 대외경쟁력이 높아진다. 이럴 경우 양적으로만 놓고 보아도 고용없는 성장이 고용유발성장으로 전환되며, 매년 11% 이상의 성장률을 통해 사실상 완전고용이 가능해지는 상황을 열어갈 수 있다.1)

통일경제는 중국의 일대일로와 러시아의 신동방정책의 결합을 통해, 동북아 전체를 신성장지대로 전환시킬 수 있으며, 해양과 대륙을 연결하는 물류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고, 유라시아 경제를 연결하는 중심축으로 부상할 수 있다.

통일경제는 무엇보다 우리 민족의 자주와 민족대단결을 실현하는 자주통일정치를 구현하는데 필요한 물질적 토대를 제공한다. 통일경제 성립기에는 외세의 제재와 봉쇄의 압박을 견뎌내는 물질적 토대를 제공할 것이며, 정착기에는 통일국가의 물질적 담보로 작용할 것이다.

통일경제는 더 나아가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항구적 평화체제를 보장하는 경제적 기반으로 작용할 것이며, 전망적으로는 자주, 친선, 평화에 입각한 대외경제관계, 국제경제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데서 강력한 지렛대로 작용할 것이다.

현재 세계는 부채경제의 늪에 빠져 있다. 자본과잉, 공급과잉으로 지난 20여 년간의 장기저성장은 결국 부채를 통한 경기부양책을 낳았고, 저금리를 통한 막대한 부채가 가계, 정부, 기업에 쌓이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부채경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러한 부채경제를 추동한 원동력은 사실상 미국 달러체제에 기반한 금융세계화를 통해서였다. 그런데 이러한 시스템이 이제 고장나고 있다. 이처럼 매우 심각한 세계사적인 경제위기의 도래가 분명한 조건에서 남과 북은 서로 자주적으로 단결하고 협력함으로써 오히려 다가오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번영경제로 도약할 수 있다. 이것이 온 겨레와 미래세대가 바라는 통일경제이다.

[본문 주석]
신창민, 통일비용 및 통일편익,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