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에서의 패배와 미국의 집단 자살

원제목 : The Collective Suicide Machine and the Fall of Kabul

2021-08-19     안광획 4.27시대연구원 연구위원

“부상하는 제국은 종종 해외 영토를 정복하고 통치하기 위하여 무력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현명하고 심지어 합리적이기까지 하지만, 몰락하는 제국은 부당하게 권력을 과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잃어버린 명성과 권력을 어떻게든 만회할 대담한 군사적 위업을 꿈꿉니다.”

 

“제국의 관점에서도 종종 비합리적이며, 이들 초군사작전은 이미 진행 중인 몰락을 가속화할 뿐만 아니라,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거나 굴욕적인 패배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저자: 크리스 헷지
15년간 『뉴욕타임즈』 외신기자로 일하며 중동 지국장과 발칸 지국장을 역임한 퓰리처상 수상 언론인입니다. 그는 에미상 후보에 오른 『RT 아메리카(RT America)』 TV쇼 「온 컨택트(On Contact)」 진행자입니다.

 

역자: 안광획(4.27시대연구원 연구위원)

탈레반 세력의 귀환은 미제국주의의 종말의 또 하나의 신호탄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을 것입니다.

(본 글은 『Information Clearing House』『쉬어포스트(Scheerpost)』지에 공동 게재되었습니다.)

앞으로 몇 주간 전광석화와 같이 혼돈에 빠지고 탈레반의 귀환을 보장할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와해는 미제국주의의 종말을 알리는 또 하나의 신호탄입니다.

20년간의 전투, 1조 달러의 지출, 아프가니스탄을 제압하기 위해 배치된 10만 병력, 첨단 기기, 인공지능, 전자전, 헬파이어 미사일로 무장한 공격 드론과 GBU-30 폭탄 및 고화질 카메라를 장착한 글로벌 호크 정찰기, 정예 레인저·SEAL 및 공군 코만도 등으로 구성된 특전부대, 블랙 사이트*, 고문행위, 전자감시, 인공위성, 공격용 항공기, 용병부대, 지역 유지들을 매수하거나 뇌물을 제공하고 한 번도 싸울 의욕을 보이지 않은 35만 명의 아프간 군대를 훈련하기 위한 수백만 달러의 투입은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인 곳에서 아편 제조와 갈취를 통해 자금을 마련한 6만 명의 게릴라 부대(탈레반)를 패배시키는 데 실패했습니다.

*미국 CIA의 해외거점 비밀 군사시설로 적대세력 인사들을 불법 감금하여 고문하는  장소

쇠락기에 돌입한 여느 제국들과 마찬가지로, 누구도 아프가니스탄의 몰락과 이라크, 시리아, 리비아, 소말리아, 예맨, 기타 등등의 국가들의 몰락에 대해 절대로 책임지지 않을 것입니다. 장군들, 정치인들, CIA와 정보기관, 외교관, 언론에 나와서 전쟁을 선동하던 비굴한 나팔수들, 저명한 학자나 중동지역 전문가, 방산업체 등등 그 어느 누구라도 말입니다. 종말에 도달한 제국은 그야말로 ‘집단자살 기계’나 다름없습니다.

제국 말기에 군대는 관리할 수 없고, 책임을 질 수 없으며, 아무리 많은 실패를 겪더라도 끝없이 스스로를 영속화 시킵니다. 시체화된 국가에는 큰 실수와 패배가 이어지고, 또 수많은 돈을 약탈해서 시민을 궁핍하게 만들고 통치기관과 물리적 기반시설을 썩게 만들었습니다.

인류의 비극 - 브라운 대학 왓슨 연구소에 따르면 최소 80만 1천 명의 사람들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예멘, 파키스탄에서 전쟁의 직접적인 폭력으로 살해당했고 3,700만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파키스탄, 예멘, 소말리아, 필리핀, 리비아, 시리아를 오가며 난민이 되었습니다. - 은 무시되는 각주일 수밖에 없게 합니다.

'내부의 적'

인류역사 4천년 동안 그리스, 로마제국, 중국, 오스만 튀르크,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조, 독일제국(및 나치독일), 일본제국,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포르투갈, 소련 등 거의 모든 70여 개의 제국들이 똑같은 군사적 패착으로 인한 폐해로 붕괴됐습니다. 로마 공화정은 전성기로 단지 2세기 동안만 지속되었습니다. 미제국주의 역시 (로마 공화국의 전성기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붕괴할 예정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될 때 독일군에 의해 감금당하고 나중에 살해당한 칼 리프크네히트*가 독일군으로부터 ‘내부의 적’**이라 불린 것도 이 때문입니다.

* 19세기 말 독일의 사회주의 운동가로 1차대전 당시 전쟁에 반대하여 반전단체 스파르타쿠스 연맹을 조직하고 활동

** 패전 이후 독일 정치권 일각에서 전쟁에 패배한 원인을 유태인, 공산주의자 등 이른바 ‘내부의 적’들의 간첩행위로 돌린 ‘배후중상설’에서 기인

쿠바, 필리핀, 괌, 하와이, 푸에르토리코에 제국의 씨앗을 심으려는 노력에 맹렬한 반대자였던 마크 트웨인은 "정복에 대한 열망"이 "대공화국"을 파괴한 20세기 미국을 상상한 역사를 썼습니다. “[왜냐하면] 해외에서 무력한 사람들을 짓밟는 것은 그들에게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국내에서도 냉담하게 견디도록 가르쳤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자유를 짓밟는 것에 박수를 보내던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실수로 인해 고통을 받으며 살았습니다.”

트웨인은 지배계급을 살찌우기 위해 고안된 외국 정복이 얼마 뒤 본국에 그대로 적용시킬 완벽한 통치기술을 만들고자 식민지인을 ‘실험용 쥐’로 사용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광범위한 감시망과 일상적인 구타, 고문 및 처형이 포함된 필리핀의 잔인한 식민 치안 관행이 미국의 중앙 집중식 국내 치안 및 정보 수집의 모델이 되었습니다. 이스라엘의 무기, 감시체제, 드론 산업은 그들의 제품을 팔레스타인에 실험했습니다.

지미 카터의 국가안보보좌관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가 이끄는 미제가 아프가니스탄을 혼란에 빠뜨린 것은 어두운 아이러니 중 하나입니다. 브레진스키는 탈레반을 소련에 맞서 싸우게 하기 위하여 무기 및 장비를 제공하고 훈련시킬 명목으로 수십억 달러를 들인 CIA 비밀작전을 감독했습니다. 이 은밀한 작전은 세속적이고 민주적인 반대세력(아프가니스탄 민주공화국)을 밀어내고, 붉은 군대가 철수한 이후 무슬림 극단주의가 소비에트 중앙아시아에 빠르게 확산되며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탈레반의 우세를 보장했습니다.

미제는 몇 년 후 자신이 만들어낸 창조물을 파괴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2017년 4월, 이런 터무니없는 반격의 대표사례로서 미국은 ‘모든 폭탄의 어머니(MOAB, = GBU-43/B, 미국 무기 중 가장 강력한 재래식 폭탄)를 CIA가 수백만 달러를 투자하여 건설하고 강화했던 아프가니스탄 소재 이슬람 국가(IS) 지하 갱도기지에 투하했습니다.

2001년 9월 11일의 공격(이른바 9.11 테러)은 미국에 대한 실존적인 위협이 아니었습니다. 9.11 테러는 정치적으로 중요하지 않았고, 세계권력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았으며, 전쟁행위가 아니었습니다. 그저 무의미한 테러행위였습니다.

테러리스트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 사회 내에서 고립시키는 방법뿐입니다. 저는 테러 직후에 『뉴욕타임즈』 기자로 중동에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무슬림 세계는 이슬람의 이름으로 자행된 인류에 반하는 범죄에 경악하고 규탄했습니다. 만약 미국이 ‘유연해질’ 용기가 있었다면, 그래서 9.11 테러가 첩보전이고 재래식 전쟁이 아님을 깨달았다면, 오늘날 세계는 훨씬 안전해졌을 것입니다. 이스라엘이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의 자국 선수들을 암살한 암살자들을 추적할 때 보여준 것처럼, 그림자 속의 전쟁은 수개월, 심지어 수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미국 최대의 전략적 실수

그러나 9.11 테러는 중동, 특히 해당 테러와 관련 없는 이라크에 대한 통제를 갈망하는 고위 통치배들에게 있어서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전략적 실수인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침략전쟁을 수행할 구실을 제공했습니다.

당시 상원의원 조 바이든을 포함한 전쟁의 설계자들은 침략을 자행할 대상국(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으며, 산업 및 기술 전쟁의 한계나 미국이 무슬림 세계 전체에서 비난받을 불가피할 역풍의 한계를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몇 주 안에 끝날 것이기에 미국이 해당지역에 무력을 동원하여 괴뢰정권을 세울 수 있을 것이고, 이라크의 석유수익을 재건비용으로 충당하고 미국의 세계패권을 마법처럼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마을과 도시에 철제 세열(細裂) 폭탄을 투하하고, 수만 명의 인민들을 납치·고문하고 감금하였으며, 드론을 이용하여 하늘에서 공포를 뿌려댄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침략은 평판이 좋지 않던 극단주의적 지하디스트들을 부활시켰을 뿐만 아니라 이는 미군과 나토(NATO) 다국적군에 맞서 싸우는 싸움에서 가장 강력한 모병 도구였습니다. 미국의 침략은 탈레반과 알카에다에게 일어난 최상의 사건이었습니다.

이러한 침략에 대해서, 미국정권 내에서 반대하는 이는 거의 없었습니다. 의회투표에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전쟁동의안에 518:1로 찬성이 압도적이었으며, 공화당 의원 바바라 리만이 홀로 반대했습니다. 다가오는 피의 욕망의 어리석음에 반대하는 우리는 중상모략을 당했고, 언론계에서 배제되었으며, 남아있는 우리 대부분은 광야로 내던져졌습니다.

우리에게 전쟁을 팔아넘긴 자들은 미제와 군산복합체에 복무한 보상으로 그들의 선전수단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얼마나 냉소적이거나 멍청한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역사학자들은 후기 제국의 자멸적인 군사적 모험주의를 ‘미시 군사주의’라 부릅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기원전 431~404년) 동안에 아테네는 시칠리아를 침략한 결과로 200척의 함선과 수천 명의 군사를 잃었으며 제국 전역에서 반란을 겪었습니다. 1956년에 수에즈 운하의 국유화 분쟁에서 이집트를 침략한 영국은 되레 이집트의 가말 압델 나세르 등 아랍 민족주의자들의 지위를 강화시켜주고 군대를 철수하는 굴욕을 당했습니다.

“부상하는 제국은 종종 해외 영토를 정복하고 통치하기 위하여 무력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현명하고 심지어 합리적이기까지 하지만, 몰락하는 제국은 부당하게 권력을 과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잃어버린 명성과 권력을 어떻게든 만회할 대담한 군사적 위업을 꿈꿉니다.”

“제국의 관점에서도 종종 비합리적이며, 이들 초군사작전은 이미 진행 중인 몰락을 가속화할 뿐만 아니라,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거나 굴욕적인 패배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 알프레드 맥코이

『미국 세기의 그림자에서: 미국 세계 패권의 부상과 몰락』 중.

미제에 대한 치명타는 맥코이가 저술한 바와 같이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몰락입니다. 달러의 몰락은 미국을 무력하게 만들고 장기간의 불황에 빠뜨립니다. 또한, 이는 미국의 전 세계적 군사개입을 크게 위축시킬 것입니다.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몰락과 더불어 추악한 미제의 민낯은 국내에서도 비슷하게 전개될 것입니다. 쇠퇴와 절망으로 인한 삭막한 경제상황은 대규모 총기난사, 증오범죄, 마약중독, 비만, 자살, 도박 및 알코올 중독 등 자기파괴적 병폐들을 가속화시킬 것입니다.

미국은 전 세계 인구의 5%도 안 되지만 이미 전 세계 수감자의 25%를 수용하고 있는 구치소와 감옥, 무장경찰, 근본적으로 내부 점령군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위하여 ‘법치’라는 허울을 점차 없애나갈 것입니다.

미국의 멸망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그 이상으로 빠르게 올 것입니다. 국가수익이 감소하거나 파탄날 때, 맥코이가 강조한 바와 같이 제국은 ‘불안정’ 해집니다. 주로 무기와 군수품을 생산하고 군사모험주의에 투자하기 위해 막대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경제는 심각하게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달러와 함께 이전에 비하여 1/3 수준으로 급락할 것입니다. 물가는 수입비용의 확대로 폭등할 것이며, 실질임금은 감소할 것입니다.

재무부 채권의 평가절하는 미국의 막대한 적자를 상환하는 것을 아마 힘들게 하거나 불가능하게 만들 것입니다. 실업률은 대공황 시기 수준으로 급등할 것입니다. 사회보장제도는 예산 감소로 인해 빠르게 축소하거나 붕괴할 것입니다. 이 디스토피아 세계는 도널드 트럼프를 백악관에서 몰아낸 데 대한 분노와 초(超) 국수주의를 부채질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질서를 유지하는 권위주의 국가와 기독교 파시즘을 낳을 것입니다.

이미 우리 존재의 일부인 제국의 외각을 지배할 수 있는 도구는 어디에나 있을 것입니다. 전 방위적 감시, 기본적인 시민권의 박탈, 무차별적인 살상력을 사용하도록 승인된 무장경찰, 우리를 감시하고 위협할 명목으로 드론과 인공위성의 사용, 언론과 SNS에 대한 검열 등은 이라크인이나 아프가니스탄인에게 자행된 것과 비슷하게 미국에도 적용될 것입니다. 미국은 이 운명을 겪는 첫 번째 제국이 아닙니다. 익숙한 결말입니다.

제국주의와 군국주의는 독재를 방지하고자 만들어진 삼권분립을 궤멸시키는 독극물이며, 민주주의를 소멸시킵니다. 만약 이러한 범죄를 기획한 자들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그리고 지속적인 집단저항을 조직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민중은 저들의 자만심과 탐욕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고, 곧 치르게 만들 것입니다.

 

다음 영상 역시 참고바랍니다:
「집단 정신병 – 어떻게 전체 인구가 정신질환에 빠지는가」

 

원문: Chris Hedges, “US Collective Suicide”, Information Clearing House, 2021.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