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차 부상하는 ‘기간산업 국유화’ 요구
공기업 시리즈 1-1
본문 요지
한국은 지금 두 종류의 공기업이 병존하고 있다. 하나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식 공기업이며, 다른 하나는 산업은행 같은 국책은행이 관리하고 있는 구조조정 기업들이다. 이들 두 종류의 ‘공기업’ 관리체계는 완전히 다른 원리에 입각하여 운영되는데, 한국의 공기업 관리체계 ‘이원화’의 본질은 다름 아닌 재벌지원 체제라 할 수 있다. 재벌기업에 문제가 발생하면 잠시 국책은행이 그 기업을 맡아 관리하면서 부채탕감, 신규 자본 투입, 노동자 정리해고 등으로 정상화를 추진한 후 다시 ‘주인 찾기’ 명목으로 다른 재벌에게 넘겨준다. 이원화된 공기업 관리체계는 이를 위한 ‘임시관리 체계’이자 보조 장치이며 민중 수탈기제이다. 한국은 이제 국가가 적극 나서 산업은행을 통한 ‘금융적 국유화’를 넘어 ‘실질적 국유화’를 추진해야 할 때이다.
점차 부상하는 ‘기간산업 국유화’ 요구
1. 민주노총 하반기 총파업, 투쟁과제 1번― ‘기간산업 국유화’
2. 불신 자초한 산업은행의 워크아웃 처리 방식
3. 한국의 ‘2원적’ 공기업 관리체계 - 공식 공기업과 ‘음성적’ 공기업
4. ‘금융적 국유화’가 아닌 ‘실질적 국유화’를
- ‘전문적 공기업 관리기구’의 설립이 시급하다
1. 민주노총 하반기 총파업, 투쟁과제 1번― ‘기간산업 국유화’
민주노총은 지난 3월 9일 충북 제천 청풍리조트에서 제1차 중앙위원회를 열고 110만 민주노총 조합원이 참여하는 총파업을 결의하였다. 2월 대의원대회에서도 민주노총은 총파업 투쟁을 만장일치로 결의한 바 있는데 이를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한국사회의 심각한 양극화가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교섭이나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이 쉽지 않기 때문에 ‘민주노총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총파업을 사용하여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민주노총 선전물, “거침없는 총파업! 불평등을 갈아엎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총파업을 구호로 선언만 하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장을 뛰어 다니며 동지들을 만나 설득하고 “위원장이 모든 것을 걸고 총파업에 매진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1)
이번 하반기 총파업은 다른 한편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등의 정치일정을 겨냥하고 있다. 총파업을 통해서 민주노총의 요구안을 사회적 이슈로 만든 후, 곧바로 이어지는 대선 국면에서 대선 후보들이 민주노총의 요구를 대선 의제로 공약화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총파업의 요구사항이다. 하반기 총파업 5대 핵심의제 중 ‘기간산업 국유화’가 첫 번째로 제시되고 있다.
[총파업 5대 요구]
①재난 시기 해고 금지와 고용위기 기간산업 국유화
②재난 생계 소득 지급
③불평등 세상을 바꾸기 위한 비정규직 철폐 및 부동산 투기소득 환수
④노동법 전면 개정
⑤국방예산 삭감 및 주택·교육·의료·돌봄 무상
그렇다면 민주노총은 왜 한국사회에서 터부시 되어온 ‘기간산업 국유화’를 제1 투쟁과제로 내걸게 된 것일까? 무엇보다도 고용문제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코로나로 고용유지지원금을 아무리 내놔도, 자본은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왜? 이번에 해고시키지 못하면, 노동자들에게 끌려 다닌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2)
이는 얼마 전 1680명의 노동자가 해고된 이스타항공의 박이삼 지부장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사용주들이 이번 코로나사태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들 해고자들은 지금 실업급여도 대부분 만료되고 생계가 막막한 상황에서 일용직 알바로 전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는 “해고된 조종사들은 지방 건설현장에서 일용노동자로 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민주노총 자료에 따르면, 최근 취업자 수는 98만 2천여 명이 감소하고, 실질실업자는 310만 명으로 실업률이 11.3%에 이르는 등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기간산업 국유화 관련한 논의가 올 들어서 갑자기 튀어나온 것은 아니다. 최근 구조조정 관련한 토론회가 이미 몇 차례 있었으며, 매번 토론회 때마다 ‘국유화’에 대한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우선 2018년 말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합병 승인을 발표하는 것을 계기로 노동계에선 공기업화 방안과 관련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민주노총 산하 정책연구원은 2020년 5월에 각계 전문가로 정식 TF팀을 꾸린 결과, 5개월의 노력 끝에 1차 연구 성과를 내놓았다. 2020년 10월 29일 거제 대우조선해양지회에서 중간 발표회가 있었는데, 대우조선지회 신상기지회장 등 상집간부 30여명이 참여 하여 연구진들과 열띤 질의응답을 벌였다.
이날 발표회에서 제기된 주요 쟁점들은 ▲공기업 전환 시 대우조선해양 경영 손실에 대한 예방 대책 ▲공기업 전환 시 대우조선해양의 공공적 가치 ▲현재 산업은행 관리체계와 공기업 지배체계와의 차별성 ▲공공적 지배구조 전환 시 조선 산업의 통합 관리체계 전망 ▲공기업 전환 이후 고용구조 및 노조활동 조건 등에 관한 것들이었다.
이후 코로나사태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문제가 불거지자, 2021년 3월 23일 다시 대우조선해양 문제와 아시아나항공 문제를 함께 다루는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이날 토론회는 ‘재벌특혜 대우조선 매각 저지 전국대책위원회’, 민주노총, 류호정•배진교•장혜영 의원실 등이 공동 주최하였다. 이날 토론회에선 ▲ 산은의 한진칼 출자를 통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문제점 ▲산업은행의 기간산업 관리 실태 및 개선 방안을 둘러싼 쟁점들이 집중 거론되었다.
이처럼 ‘기간산업 공기업화’ 이슈는 점차 노동계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쌍용차 인수, 한국 GM의 거취 등 잠재적 불씨들이 여기저기 산재한 상태이며, 앞으로 코로나사태로 인한 상당한 후폭풍을 예상할 때 한계상황에 몰린 기업들과 관련한 국유화 쟁점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2. 불신 자초한 산업은행의 기업관리방식
노동계에서 지금 ‘기간산업 국유화’ 요구가 부상하고 있는 것은 단지 고용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해 신설된 정부의 40조원에 달하는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영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그간 구조조정 기업 관리에 대한 불만과 불신 역시도 간과할 수 없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은 2020년 5월 28일 “국민경제,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기간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통해 산업경쟁력 회복과 고용안정을 지향”한다는 취지에서 설립되었다.3) 하지만 이 기금은 출범 때부터 재벌기업들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문재인 정부는 애초 대기업에 대한 재난 긴급지원금을 제공하면서, 여론으로부터 오는 특혜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지원금 중 일부를 ‘소유지분’으로 전화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었다. 하지만 재벌들의 반발에 부딪치자 원안을 상당히 후퇴시켰다. 자금 지원액의 ‘20% 범위 내’에서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로 출자전환 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기금이 의결권 있는 주식을 가지고 있어도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였다. 나아가 기업이 정상화한 뒤에는 기존 대주주에게 주식을 팔도록 하는 단서조항도 덧붙였다. 이렇게 되면 기금은 받은 주식으로 경영권에 관여할 수도 없고 나중에 대주주에게 다시 넘길 수밖에 없는 단서 조항을 만든 셈이 된다. 결국 지난 외환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비용은 전체 사회가 떠안고 재벌 대기업들만 특혜를 입는 결과를 낳을 것이 뻔하다.4)
아니나 다를까, 실제 그러한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사태로 1차 타격을 입은 항공산업에 대한 지원에 있어, 정부를 대표하여 이 기금의 운영을 맡고 있는 산업은행은 같은 적자투성이에 총수일가의 갑질 경영으로 그동안 지탄의 대상이 되어온 대한항공으로 하여금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주도하도록 8천억원의 자금지원을 하였다. 그에 앞서 대한항공 역시 영구채 3천억을 포함한 1.2조원의 공적자금을 산업은행으로부터 수혈 받은 적이 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하는 방식은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대한 산은의 지분참여 방식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 때문에 당시 경영승계 내분에 휩싸인 조씨 일가 중 특정인을 지지 한다는 비판도 받게 되었다. 2019년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세상을 떠나자 한진그룹 내에선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볼썽사나운 집안싸움이 벌어졌다. 장남인 조원태 한진칼 회장과 누나이자 대한항공 부사장인 조현아 간에 치열한 대결을 벌였는데, 그런 와중에 산업은행은 조원태 회장 쪽 우호지분을 늘려 줌으로써 그가 경영권을 장악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부실기업인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되면 이후의 경영도 우려가 된다. 원래 인수합병(M&A)은 정상기업 간 또는 우량기업과 부실기업 간 짝짓기일 때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두 회사가 안고 있는 빚은 당시 대한항공 23조 원, 아시아나항공 12조 원으로 이미 35조 원에 달했다. 부채비율은 대한항공이 1천100%, 아시아나항공은 2천300%다. 두 회사에는 국책은행인 산은과 수출입은행이 4조5천억 원(대한항공 1조2천억 원, 아시아나항공 3조3천억 원)의 공적자금을 이미 투입한 상태였으며, 이것도 바닥나 다시 기간산업안정자금에 기대고 있는 상황이었다.5)
만약 항공업계가 조속히 회복되지 못한다면 산업은행의 정책지원은 계속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되면 이자 비용만 해도 천문학적인 수자에 이를 것이다. 결국 이런 것들을 다 메꾸어 준 후, 시절이 좋아지면 산은은 자신의 지분을 최대주주에게 앞서의 ‘좋은 조건’으로, 혹은 최대주주를 위협하지 않도록 제3자에게 매각한 후 빠져나오게 된다. 결국 가장 큰 혜택은 대한항공 조씨 일가에게로 귀속되며, 그들의 국내 항공업계 지배를 방조하게 된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지배구조 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항공업계의 시장독점을 낳는다는 측면에서도 비판의 대상이다. 2020년 말 기준 국내선 점유율은 대한항공 22.9%, 아시아나항공 19.3%이다. 양자를 합칠 경우 42%에 이를 뿐만 아니라, 여기에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양사의 저가항공사(LCC) 점유율까지 더하면 통합항공사의 점유율은 62.5%에 달한다. 국제선 점유율은 외국항공사를 제외하면 73.1%에 이른다. 이는 모두 공정위가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간주하는 점유율 50%를 훨씬 넘는 비중이다. 이 때문에 항공료 가격인상, 서비스 질 저하 등 시장독점에 따른 소비자 피해도 우려된다.
또 다른 일례로 두산중공업을 들 수 있다. 두산중공업은 요즘 정책금융의 새로운 ‘블랙홀’로 불려진다. 지난 한 해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으로부터 수혈 받은 혈세만 해도 3조6000억원에 달한다.
<표1> 두산중공업 정책금융 지원 현황
두산중공업의 부실화는 정부의 원자력산업 포기정책 때문이라는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낡은 산업에 몰두하면서 대체에너지 투자와 친환경 사업개발을 게을리 한 탓이 크다. 국제 에너지시장의 변화에 적시 적응을 하지 못하고 골프장 매입, 동대문 두산타워 등 비주력 분야로 진출하는 등 한눈을 팔았다. 한국 재벌의 고질적 문제인 ‘문어발식 경영’의 병폐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 볼 수 있다.7)
이리하여 국내 유일한 발전설비 업체인 두산중공업은 발전설비 시장이 석탄화력 발전에서 재생가능에너지로 변화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매출이 꾸준히 하락하였다. 전체 매출의 80%를 석탄화력발전에서만 창출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석탄화력발전 확정투자결정 규모는 2013년 76GW에서 2018년 23GW로 급감한 상태였다.
문제는 지금도 두산중공업의 자구안이 여전히 석탄화력발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또한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의 정책금융 지원을 통해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예컨대 두산중공업은 2020년 10월 인도네시아 자바섬에 석탄화력발전소인 자와 9·10호기를 설립하는 해외 사업을 수주했다. 이는 지난해 두산중공업 전체 신규 수주의 30%를 차지하였는데, 이 프로젝트조차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1조원 가까운 금융지원을 함으로써 가능하였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사업 체질 개선을 담보하지 않는 이 같은 정책금융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꼴’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본업이 금융업인 산업은행으로서는 에너지 분야의 미래전략까지 세심히 챙기기가 힘들다.
이상에서 우리는 산업은행이 경쟁력 강화와는 거리가 먼 기업 관리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산업은행의 이 같은 기업 관리방식은 산업경쟁력을 고려하는 것은 차치하고, 소비자의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시장독점 강화, 정부 투자금 미회수, 특정 재벌 지배력 강화와 같은 많은 문제들을 낳고 있다. 원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설치한 목적인 ‘산업경쟁력 강화’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노동계는 이에 대해 기왕 정부가 나선 이상, 어물 쩡하니 산업은행 같은 금융기관을 내세워 임시적 조치를 취하는 것에 머물지 말고, 확실하게 관련 기업들을 국유화함으로써 노동자 고용도 보장하고 기업과 산업에 대한 장기적 전망도 세워줄 것을 바라고 있다. (계속)
[본문 주석]
1) “민주노총 중앙위, 하반기 110만 총파업 의결”, 경향비즈, 2021년3월9일.
2) 사회주의자, 2021. 5. 31. 제56호, p42.
3) https://kisf.kdb.co.kr/KSMNMN00N00.act.
4) 전환가액 결정방식에 있어서도 기업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다. “금융위원회는 총 지원금액의 15~20%를 주식연계증권(전환사채 등), 우선주 등으로 지원하면서 전환가액은 지원시점 직전의 일정 기간 평균주가로 설정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3개월 평균주가를 예시로 제시했는데, 이는 미국이 항공업체들을 지원하면서 현재 주가로 전환가액을 설정한 것과는 다른 조건이다. 주식연계증권은 특정 주식을 특정 기간에 미리 정한 가격(전환가액)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증권소유자에게 부여한다. 예컨대, 7천원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은 소유자는 행사 시점에 주가가 1만원이라면 주당 3천원씩 이익을 보는 식이다. 미국 재무부는 15일 델타항공에 16억달러를 10년간 저리로 대출해주면서 대출금액의 10%를 주식연계증권으로 취득하기로 합의했다. 전환가액은 합의 당일 주가 24달러였는데, 이는 올해 델타 주가의 최저점 수준이다. 이 회사 주가가 1월 초 60달러 안팎이었음을 감안하면 거의 3분의 1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한 것이다. 주가가 앞으로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한다고 가정할 경우 재무부는 주당 36달러(60달러-24달러)의 이익을 볼 수 있는 셈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3개월 평균주가를 전환가액으로 정하면 그 이익이 상대적으로 작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항공을 예로 들면, 최근 3개월 평균주가는 2만1천원 수준이고 현재 주가는 1만9천원대다. 즉, 3개월 평균주가로 설정하면 현재 주가로 할 때보다 주당 2천원 정도 이익이 적어지는 구조다. 델타는 최근 3개월내 최저점 수준에서 전환가액이 결정된 반면에, 대한항공은 상대적으로 높은 주가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공적자금 쏟아붓는 기간산업 ‘이익공유’ 미·독에 못 미쳐, 한겨레신문, 2020년4월24일) 인용문 중 밑줄은 인용자에 의한 것임.
5) https://www.yna.co.kr/view/AKR20201116113500022.
6) https://economist.co.kr/2021/05/06/industry/normal/20210506164100174.html.
7) 두산이 정부의 원자력산업 포기정책 때문에 위기에 몰렸다는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사실은 낡은 산업에 몰두하면서 대체에너지 투자와 친환경 사업개발을 게을리 한 탓에 영업환경의 급변속에 경영위기를 맞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아래의 인용 글은 한겨레신문 독자투고란에 실린 것인데, 한 외국 투자가가 투고한 글로 보여 진다. 그 내용을 보도록 하자.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두산중공업에 대한 1조원 긴급 수혈은 의아함을 자아낼 공산이 크다. 두산중공업은 재무적으로 투자 매력이 낮다.(중략) 나아가 두산중공업은 환경·사회·거버넌스(소위 ‘ESG’) 기준으로 평가할 때 더욱 투자 매력이 없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10년간 태양광·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의 단가가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는 동안에도 석탄발전 장비사업에서 매출의 80%까지 일으키고 가스복합사업에 치중하는 등 화석연료발전 사업에 매진했다. 이 때문에 외국 투자자들은 두산중공업같이 스스로 사업전환 기회를 놓친 기업이 어떻게 생존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는다.” (“ ‘두산 1조원’ 미래 위한 공적지원 맞나”, 한겨레신문, 2020년4월27일) 한국경제가 재벌체제로 인하여 낡고 뒤처진 산업이 대량으로 존재하면서, 이로 인해 4차 산업혁명의 점점 빨라지는 발걸음을 뒤쫓아 가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두산중공업을 살리기 위해 지난 3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통해 이미 1.6조 원을 쏟아 부었으며,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이 모두 4,2조원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훨씬 더 많은 돈이 투여되어야만 할 것 같다. 이렇게 많은 돈을 투여해 놓고도 결국 ‘한계기업’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것은 한국사회 전체의 커다란 손실로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