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전투

2021-05-29     정설교 시인

감자전투

100% 수입개방
고랭지 농사에서
그래도 가장 안전한 게 감자라고들 하지만
출하에 운반비도 나오지 못하는
감자과잉으로
우리는 감자를 캐지 못하고
겨울이 찾아왔다
금년 농사를 못했어도
내년농사라도 지어야지
아버지의 한마디에
얼음이 버적거리는 비닐을 거둬낼 때
황소바람에 비닐은 만장처럼 펄럭였다
손끝이 시리다 발 시리고
강추위 속에서
토끼 꼬리처럼 짧은 해는 떨어지고
우리들은 한겨울에
기약도 없는 다음농사를 위해
세 겹 네 겹 겹쳐 입은 누더기를 두르고
감자밭에서 용을 쓰고
전투를 하고 있었다

* 금년<2021년 또다시 식부면적 증가로 감자 과잉에 걱정이 앞선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