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연대조직’의 역할

민주노동당 평가와 한국의 당 건설(16)

2021-04-20     김정호 박사

[본문 요지]

정규직-비정규직의 전략적 연대를 실현하기 위한 연대조직은 실질적인 투쟁을 수행할 수 있는 투쟁조직이어야 한다. 그 이유는 비정규직문제의 해결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노자간의 실질적인 힘 관계가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비정규직문제의 해결은 현실의 노자 간의 대립을 통해 창출된 투쟁역량정치역량으로 상승시켜가는 과정을 밟게 된다. 과거 민주노동당이 실패했던 근본 원인은 현실 노자 간 역관계를 뛰어 넘어 법률적 관계를 통해 일거에 해결 가능하다고 본 데에 있다. 이를 위해 민주노동당은 선거와 의회투쟁을 중시했으며, 현실 변혁의 원천인 현장의 대중투쟁을 소홀히 하였다.

 

4. 정규직-비정규직 ‘상생 연대조직’ 건설

1) 비정규직문제 해결의 열쇠

2) ‘상생 연대조직’의 역할

3) 왜 기존 민주노총 체계만으로는 부족한가?

[사진 : 뉴시스]

현재의 민주노총 체계 하에서는 ‘지역연대’라는 중요한 고리가 취약점으로 남아 있다. 이 지역연대의 필요성이야말로 독자적인 ‘상생 연대조직’이 시급히 결성되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다.

‘지역연대’는 계급연대에 있어 일종의 허리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 ‘허리’의 취약성은 지금 한국 전체 노동운동의 발전을 구조적으로 제약하고 있다. 그 유일한 해결책은 지역연대를 과거 전노협 시절같이 다시 활성화시키는 길밖에 없다. 비정규직 투쟁을 비롯한 일상적인 투쟁이 결국 ‘지역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며 발전하기 때문이다. 아래 인용문은 그 점을 잘 지적하고 있다.

“기업별노조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가와 자본의 탄압에 맞서 산별노조를 만들어가려면, 지역연대투쟁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지역연대조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역은 다양한 산업‧업종 노동자들 간에 계급적 연대와 투쟁을 일상적으로 벌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별노조를 지향한다면 지역연대조직 또한 산별조직 못지않게 그 위상과 역할이 더욱 확대되고 강화되어야 한다. 유럽의 산별노조 건설의 역사가 보여주듯이 지역연대조직과 산업별 조직은 씨줄과 날줄처럼 똑같이 중요한 조직으로 조직구조 속에 함께 포함되어야 한다.”1)

원래 민주노총을 만들 때 굳이 지노협(지역노동조합협의회)을 해체하거나 약화시킬 필요는 없었다. 지노협 약화와 해체는 자본과 정권의 탄압뿐만 아니라, 보다 주요하게는 내부 노선투쟁의 결과 즉 기회주의적이고 타협적인 노선이 승리한 탓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이다. 위 인용문 필자는 지노협 해체의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상층 중심의 대정부 협상과 정책 참여 등을 통해 조합원들의 경제적인 실리를 추구하는 사회개혁‧개량주의 노선의 입장에서 지역연대조직은 전혀 통제가 되지 않고, 협상에 방해가 된다는 점에서 경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전투적이고 변혁지향적인 전노협의 핵심 골간이었던 지노협을 해체한 주된 이유이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은 조직체계에 지역연대조직을 가맹조직으로 포함시키지 않았다.2) 민주노총의 지역본부는 계급적 연대와 투쟁을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지역연대조직이 아니라, 민주노총의 운영 규정에 따라 통제되는 행정기구로서 그 위상과 역할이 축소되었다. 지역본부는 가맹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규약상 대의원대회와 중앙집행위원회에 참가할 자격이 없으므로 민주노총의 의결과 집행에 참여할 수 없다. 민주노총 지역본부장에게조차 대의원의 자격은 주어지지 않는다. 다만 의견 수렴을 위해 지역본부장이 중앙위원회에 참가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민주노총은 지역본부의 예산과 인원을 배정하고 임명하는 것을 통해 철저하게 지역본부를 통제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민주노총의 방침과 다른 독자적인 투쟁이나 활동은 구조적으로 못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3)

만약 위 인용문의 주장이 올바르다고 한다면, 현재 민주노총 체계의 문제점은 단순히 내부에서 합리적인 주장만을 펼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성격은 아니게 된다. 재벌자본에 포섭된 기회주의적 노선이 지금도 위세를 떨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점은 민주노총이나 산별‧업종 연맹이 내부로부터의 조직 개혁을 통해서만 정규직-비정규직 연대를 실현하거나 지역연대를 강화시키기가 힘든 까닭이며, 또한 ‘상생 연대조직’이라는 독자적인 조직 건설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서 잠깐 노동운동 내 기회주의에 대해서 언급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이 문제에 있어서도 현대자동차 노조는 매우 관건적인 역할을 하며, 그 전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현대차 재벌은 그간 치밀한 노무관리를 통해 주요 현장정파들을 자신 전략을 위한 ‘들러리’로 만들어 놓았다. 금속연대, 민주현장, 민투위, 현장노동자 등과 같은 주요 정파들은 그동안 1998년 구조조정 반대투쟁, 2005년 사내하청 비정규직투쟁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거치면서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현대차 재벌의 전략에 순응되어 왔다. 2000년 실노회 정갑득 집행부의 사내 비정규직 사용에 대한 사측과의 공식 합의(16.9%선), 2005년‧2007년 민투위 소속 이상욱 집행부의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비협조 및 ‘1사1노조’ 원칙 방기, 2007년 금속연대 박유기 집행부의 투쟁 없이 ‘교육과 선전’에만 의존하는 형식적 산별노조 건설 및 이후 기만적인 산별교섭의 정착, 이러한 것들은 모두 한국의 대표적 전략사업장인 현대자동차 내에서 친재벌적인 새로운 노사관계가 형성되어 정착되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지금 남아 있는 현장정파들 간에는 노선상의 차이란 거의 없어졌다. 그들의 유일한 관심은 오직 집행부 권력을 장악하는 일뿐이다. 이를 위해 상호 간의 합종연횡도 마다하지 않는 변화무쌍한 정치력(?)을 발휘한다. 그들이 ‘재야’에 있을 땐 노조 집행부에 대한 비판을 위한 비판을 수행한다. 마치 자본주의 의회주의 틀 내에서 야당과 여당으로 나뉘어 권력을 돌아가면서 향유하는 것과 비슷하다. 결국 그것을 통해 자본주의는 합법성을 얻고 ‘동태적’으로 유지될 수 있게 되는데, 지금 현장정파들이 하고 있는 일이 꼭 그런 것이다. 재벌자본이 펼쳐 준 제도적 틀 내에서 서로 치고 박고는 하지만, 절대 그 울타리 밖을 벗어날 생각은 없다. 이 때문에 조합원들의 관심은 사업장 내부에 갇히게 되고, 현장 재벌질서는 노조선거를 거칠수록 안정성과 합법성을 얻게 된다.

기회주의와의 절연을 통해 진정한 민주노조 정신을 되살려야 할 때가 왔다. 그 경계선은 무엇보다도 비정규직과의 '전략적 연대'에 대한 승인 여부가 되어야 한다. 현 시기 이 문제가 가장 초점이기 때문이다. 자본은 대규모로 비정규직을 양산함을 통해 노동자계급에 대한 분할 통치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으며, 노동자들의 어떠한 저항도 손쉽게 무력화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는 한 한국 노동운동은 단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다.

말로만이 아니라 그것의 실현을 위한 실질적 공약을 조합원한테 내놓아야 한다. 민주노총 지역본부의 권한 강화, 산별교섭에 있어서 자동차 3사와 같은 대기업노조의 참여, 아직도 잔존하는 촉탁직, 2차 하청 노동자 등 사내 비정규직에 대한 ‘1사1노조’ 원칙의 적용, 그리고 이를 위한 지부 규약 개정 등이 그것이다.

이처럼 ‘현장 내 재벌질서’에 순응하고 재벌체제에 이미 포섭된 기회주의세력이 노동운동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서, 기존 민주노총과 산별연맹체계는 스스로 자정을 통한 내부개혁만으로는 동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현실의 치열한 투쟁을 거치면서 노동운동 내의 새로운 혁신역량이 성장함으로써만 이 같은 민주노총의 내부 혁신도 좀 더 강력한 추동력을 얻게 된다. 결국 현장과 지역차원에서 실질적으로 이를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이 함께 성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내부 기회주의와의 투쟁을 포함한 노동운동 내 역관계를 변화시키는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다. ‘상생 연대조직’ 과 같은 독자적 주체를 통해서 이 과제를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4)

다시 논의의 초점인 ‘지역연대’로 돌아가자. 그렇다면 과연 지금은 지역연대의 객관적 필요성이 사라진 것일까? 결코 그렇지는 않다. 산업‧업종 차원의 ‘형식적 교섭’이 실질적 연대투쟁을 대체하고 있을 뿐이다. 그 결과 현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 투쟁은 지리멸렬한 채 진정한 계급투쟁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투쟁을 진정으로 책임질 수 있는 상급단체 혹은 지도조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의 이 같은 노동운동 구조를 벗어나기 위한 관건이 다름 아닌 ‘정규직-비정규직, 원-하청 상생 연대조직’의 건설이다.

물론 비정규직 노조나 하청업체 노조에 대한 탄압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한국적 현실에서 지역차원의 '00사업장 지원 공동대책위' 등이 간혹 존재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직은 상설화되지 못한 채,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 흩어지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마도 참가하는 비정규직 노조나 다른 연대 조직들도 기본적으로 기업별노조의 인식 틀을 벗어나지 못한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그들은 자본의 탄압이 올 때라야 비로소 시급한 불을 끄기 위한 연대를 할 뿐, 탄압이 잠시 주춤하면 다시 원상으로 되돌아가고 만다. 사실상 하청 비정규직문제의 원흉이라 할 수 있는 재벌은 그대로 둔 채, 그들의 하수인에 불과한 하청업체 기업주만을 상대로 싸움을 벌이다가 마는 셈이다. 이점은 그들이 한국사회 비정규직문제의 본질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처음부터 '반재벌'이라는 공동의 투쟁목표를 분명히 설정하지 못한 채 진행되는 이 같은 한시적 연대투쟁은 한계가 분명하다. 

이제 ‘상생 연대조직’ 내부 구조와 운영에 관해서 언급하도록 하자. ‘상생 연대조직’은 자체 내에 조직위원회를 두어 산하 단체와 활동가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연대조직’은 지역과 사업장의 성격(대공장, 중소 하청 부품사 등)에 따라 정식 조직편재를 갖추도록 한다. 특히 교육기관을 설치함으로써 산하 조직원들의 현장 실무능력의 배양뿐 아니라, 정치소양 강화와 계급의식 고취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각 단위 별로 회의체계를 갖추어 주1회 내지 격주로 정기적 회의를 소집한다.

이러한 교육과 정기적 회의를 포함한 내부 조직 활동을 통해 점차 전체 정규직-비정규직, 원-하청 연대조직으로서의 통일성을 높이는 한편, 산하 단위 사업장 특히 비정규직, 하청 부품사 노조에 대한 직접적인 투쟁 지원을 수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도록 한다. 무엇보다도 이 연대조직은 성명서나 내는 ‘상징적’ 수준에서 벗어나서 최대한 실질적인 투쟁을 수행(지원)할 수 있는 ‘투쟁조직’이어야 한다.

그 이유는 비정규직문제의 해결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노자간의 실질적인 힘 관계가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문제는 한국 자본주의 축적구조 상 가장 근본적인 문제, 즉 재벌체제의 축적방식으로부터 파생되기 때문에 경제구조의 근본 변혁 없이는 해결하기 어렵다. 따라서 결코 현행 법률에 의존해서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결코 아니다. 왜냐하면 법은 현실 관계의 사후적 반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먼저 ‘현실관계’를 실제 역량을 통해 바꾼 후 그것을 사후적으로 법률에 의해 승인하는 식으로 진행 된다.

한국의 비정규직문제의 해결은 결국 현실의 노자 간의 대립을 통해 창출된 ‘투쟁역량’을 ‘정치역량’으로 상승시켜가는 과정을 밟게 된다. 그럴 때만 최종적인 법률적 관계의 변혁이 가능하다. 과거 민주노동당이 실패했던 근본 원인은 그 반대 방향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즉 민주노동당은 현실 노자간의 역관계를 뛰어 넘어 법률적 관계를 통해 일거에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 민주노동당은 선거와 의회투쟁을 중시했으며, 현실 변혁의 원천인 현장의 대중투쟁을 소홀히 하였다.

노동진영은 비정규직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무엇보다도 우선 현실투쟁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갖추어야만 한다. 그동안 ‘불파소송’에서 사법부가 당사자들의 ‘개별소송’만 인정하고 ‘집단소송’의 원리를 거부했던 사실은, 법적 관계를 통해서만은 현실적 관계가 결코 뒤집어 질 수는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이들 개별 사안 각각은 모두 노자간의 치열한 전투이자 힘겨루기를 요구한다.

현실 투쟁은 또한 아무리 작은 것일지언정 현재적 조건에서는 대부분 ‘계급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 예컨대 각각의 비정규직투쟁은 노동자계급과 자본가계급의 ‘대리전’일 때가 많으며, 자본가들이 원-하청 자본 간의 긴밀한 합동작전을 펼치듯이 노동자들 역시도 ‘상생 연대조직’을 통해 이에 맞서지 않으면 안 된다.

연대조직이 결성되면 그것을 기반으로 민주노총 지역본부 등과 효과적인 협력관계를 모색할 수 있다. 지금의 민주노총은 형식상으론 산별 연합체로서의 성격을 지니면서도, 그 자신은 산하 단위 노조에 대한 직접적인 지휘권을 갖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의 지역본부 역시도 과거 전노협 시절의 지노협과는 달리 독자적인 결정권을 가진 집행기구가 아니라, 민주노총의 단순한 ‘지역 집행단위’로서의 위상을 지닌다. 이 때문에 예산, 인력, 권한 등에 있어 많은 제약이 따르며 독자 사업능력이 취약하다. 지금의 산별조직 또한 ‘무늬만 산별’이라는 말이 있듯이, 실제 상급조직으로서의 실질적인 집행력을 지니지 못하고 일종의 상층 정책연구단체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이렇게 보면 사실상 단위 사업장, 특히 중소사업장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역량은 산별 중앙 이든 지역본부든 모두 ‘공백’ 상태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그들 영세 사업장의 경우 주변 몇몇 비슷한 사업장 노조나 지역활동가들의 자발적 연대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며, 특히 대기업 노조를 이 같은 지역연대에 참여시킬 수 없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상생 연대조직’은 비록 초기에는 힘이 미약하기 때문에 동맹파업과 같은 큰 투쟁은 조직할 수 없을지라도, 현재 조직된 회원들의 영향력을 충분히 활용한 지원투쟁을 전개할 수 있다. 또한 ‘학습소조’와 ‘실천소조’를 통해 끊임없이 자기 발전하는 동력을 가진다. 

상생 연대조직은 각 사업장 현장조직에서 파견된 경험 있고 지도력 있는 활동가로 ‘권위’있는 지도부를 구축하고 점차 자체 전문적 분업체계를 갖춘다. 그리하여 일단 투쟁이 발발하면 곧 전담팀을 구성하고 지역 전체 차원에서 이 투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한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노조를 직접 움직이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내부 상황을 파악해가며 대응한다. 이 연대조직의 성장은 곧 지역연대의 확대 발전을 의미한다.

다른 한편으로, 대기업 정규직과의 연대를 생각해보자. 이 상생 연대조직에는 현대차나 현대중공업과 같은 대기업 정규직노동자 역시 다수 회원으로 참여한다. 그럴 경우 상생 연대조직은 이들 회원을 통해 지속적으로 대기업사업장 내의 정규직들에게 외부의 하청노동자들(비정규직)의 상황을 알리고, 이들의 투쟁을 지원할 것을 내부에서 호소할 수 있다. 지금처럼 현대차나 현대중공업 대기업노조가 내부 임단협 사안에만 몰두한 채 막대한 시간과 물량을 쏟는 것은 비판되어야 한다. 비록 그들의 임단협투쟁의 중요성을 인정한다 할지라도, 이들 사업장은 한국 노동운동에 있어 '전략사업장'인 만큼 당연히 시야를 넓게 가져야 하며 내부문제에만 골몰해서는 안 된다. 또 정작 노동운동 전체의 대의를 안고가야 할 현장정파들이 단순히 선거조직으로 전락하고, 현 집행부에 대한 ‘비판을 위한 비판’에만 몰두하는 태도들도 지적해야 한다. 이 같은 비판의 목소리가 사업장 외부가 아닌 상생 연대조직 산하의 현장소조를 통해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나온다면, 그것은 적지 않은 효과를 거둘 것이다. 현장정파에 대한 비판은 상생 연대조직과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는 지역 노동자언론을 통해 외부로부터 여론을 형성하는 방식으로도 이루어 질 수 있다. 양자가 결합되면 현장 내 변화를 추동하는 큰 힘을 형성할 것이다. (지역 노동자언론에 관해선 다음에 별도의 장으로 다룬다.)

끝으로 ‘상생 연대조직’과 기존 민주노총 체계와의 관계에 대해 언급하기로 하자. 지금까지 서술을 통해서 독자들도 대강 이해할 수 있듯이, 상생 연대조직은 기존의 민주노총 체계를 부정하거나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기존 민주노동운동의 성과를 부정하는 분파적 행위에 불과하며 가능하지도 않다. 다만 지금 민주노총 체계의 부족한 부분을 조속히 메꾸자는 취지이며, 그를 통해 기존 체계의 내부개혁을 촉진시키자는 것이다. 따라서 양자는 상호 배척하는 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관계에 있다.

본문 주석

1) 김창우, 2020년, <애도하지 마라 조직하라>, 회화나무, p58. 인용문 중 굵은 글씨 강조는 인용자에 의한 것임.

2) “노동부가 민주노총의 설립신고서를 반려하면서 내걸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가맹연합단체에 산업별 연맹이 아닌 지역조직과 그룹조직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지역조직과 그룹조직은 산업별 조직 관할 외의 노동자를 포괄하는 연합조직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연합노련과 마찬가지로 인정이 되어야 한다’고 반박하면서 지역조직과 그룹조직의 합법성을 주장했다.(<제2차 대의원대회 자료집>, 민주노총, 1996, 25~26쪽) 이렇게 보면 민주노총 준비위원회가 민주노총의 건설 과정에서 합법적 성격을 갖는 지역조직을 굳이 표결까지 해가면서 가맹조직에서 제외한 것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 민주노총의 이러한 모순적인 행동은 바로 앞에서 언급한 내부 노선투쟁의 관점에서 보아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김창우, 위의 책 p58. 밑줄은 인용자에 의한 것임.

3) 김창우, 위의 책 pp.58-59. 인용문 중 굵은 글씨 강조는 인용자에 의한 것임.

4) 현 대공장 운동질서의 문제점과 관련하여 본문에선 현대자동차 사례만을 들었다. 하지만 기아차, 한국GM, 현대중공업 등 다른 대공장 전략 사업장들 역시 사정은 대동소이하거나 현대차보다 더욱 심각한 경우가 많다. 현대차는 그래도 나름의 ‘역사적 전통’을 간직하고 있어서 그래도 나은 편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