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가자 북으로!(19)

사월혁명소설

2021-01-13     전덕용 소설가 / 사월혁명회 상임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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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욱철은 안산 꼭대기에 높이 올라 넓고 푸른 하늘을 바라다 보고 있었다.
 중 무학(無學)이 맨 처음 이씨왕조의 궁터를 정한 건 안산 남서쪽 자락이었다.
그렇지만 그쪽은 물이 많아 땅이 너무 습하다하여 결국 부아악 남쪽 자락으로 잠자리를 옮긴 것이다.
 멀리 행주나루 행주산성이 보이고 너르고 너른 김포들이 일망무제로 퍼져나갔다. 눈을 남으로 돌리면 당인리 양화진나루 건너 멀리 부천 소사벌이 보였다. 점점 동으로 눈을 옮기면 삼개나루 여의섬 샛강나루, 한강 큰다리 노들벌, 검은돌골 봉황대 멀리 관악연봉이 거기 서 있었다.
 목멱산 너머 옥수골 뚝섬 청담나루 압구정 멀리 송파들, 광나루 남한산성이 아련하다. 광주벌 양주벌은 언제 보아도 그림 같다.
 그는 고개를 돌려 박석고개 구파발 북한산 연봉 위의 하늘을 본다.
 강욱철의 시선은 북한산 연봉의 하늘을 뒤로 두고 한없이 한없이 북녘을 향해 달렸다.
 우리 강산의 하늘 푸르기도 하다.
 강욱철의 시선은 동북으로 줄창 직선으로 달려 단숨에 황해도 금천(金川) 마식령산맥을 옆으로 끼고 곡산(谷山)에서 언진산맥을 훌쩍 넘었다. 동북방향으로 약 15도를 꺾어 영흥(永興) 장진(長津) 험산준령 개마고원으로 솟아올랐다. 갑산(甲山) 혜산(惠山) 건너 뛰어 백두산 턱 밑 남포태산 정상 2천7백미터 산꼭대기에 올랐다.
 강욱철의 머릿속에선 백두산 천지의 푸른 물결이 출렁거리고 있었다. 그는 상상력을 동원하여 자신의 몸뚱이를 민족의 성산 흰마루뫼 상상봉 위에 올려놓았다. 사진으로만 보아온 거룩한 모습의 흰마루뫼 정상이었다. 둥그렇게 생긴 하늘못 주위를 감싸듯 솟아 있는 백두연봉중 가장 높은 봉우리가 장군봉이었다. 지금 장군봉 위로는 한 조각의 서운(瑞雲)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맑은하늘 어디선가 우릉우릉 뇌성벽력 천둥소리가 백두연봉을 울려대더니 시원한 한무더기의 바람을 몰고 왔다. 바람은 시커먼 소나기 구름을 몰고 오고 주룩주룩 장대같은 빗줄기가 하늘못 위로 쏟아져 내렸다.
 빗줄기 소리에 하늘못이 아우성을 치고 천둥소리가 한참을 굴러다니더니, 일시에 검은구름이 걷히고 햇빛이 맑은 하늘을 열었다.
 하늘못에선 하얀 뭉개구름이 일고 있었다.
 용이 치솟아오를 하늘길을 만들고 있었다. 삽시에 뭉개구름이 덩어리 덩어리 서로 몸을 굴려 하늘을 향해 솟아올랐다. 용트림을 시작한 것이다.
 청천백일(靑天白日) 맑은 하늘을 향해 거대한 용이 치솟아오르고 있었다.
 강욱철은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칠백리 장백평원 저 멀리 동녘바다에 솟아오르는 밝은 태양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저 푸른 하늘...
 1960년 4월 26일 이승만의 항복성명을 들으며 바라보던 북녘하늘. 바로 그 푸른 하늘이었다.

▲ 사진 : 뉴시스

 지금 강욱철이 서 있는 안산 꼭대기 바로 아래 70미터 지점엔 그가 아끼는 물건들이 잘 보관되어 있었다.
 3일 전에 도착한 동지 오대영이 보내온 물건들이 크게 보강되어 있었고, 오늘 밤에는 동두천에서 이 한숙이가 ‘가래떡’ 한 상자를 더 건져 올 것이다.
 수일내로 안국광대위를 만나야한다.
 안국광대위를 만나는 일은 매우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다. 어떻게든 서둘러서 만나야 하는 것이다.
 안대위를 만난 결과를 가지고 또 김승국 동지를 만나야한다. 김승국의 뱀처럼 차가운 지혜, 그의 뇌세포의 세심한 활동 결과를 빌려야 하는 것이다.
 예정대로 한숙이가 왔다.
 의외로 가래떡 상자가 두 개나 되었다. 껌둥이 싸진이 인심을 쓴 모양이었다. 물론 한숙이의 잠자리 써비스가 그만큼 풍성했을 것이다.
 껌둥이 쪽으로 봐서는 별 큰일도 아니었다.
 공병대 공사전담부대 상사쯤 되면 다이나마이트 한 두상자 쯤 큰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물짜 궁한 엽전군대 한국군 공병대 상사도. 그만한 건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공병대 공급계 사병들도 휴가 때 물고기 사냥용으로 한 두상자 부대외 반출은 다반사였다.
 그렇지만 한숙이는 여자몸이었다.
 여자들이 공사용 폭얄을 별로 사용할 일이 없기 때문에 먹대 싸진을 설득 하는데 간단치는 않았을 것이다. 벌써 두 번째인데, 아무튼 강욱철로선 뭐 세세하게 이것저것 알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한숙이가 가래떡 상자를 두 개나 가져 왔는데도 강욱철의 표정은 평상시 그대로였다. 강욱철은 평상시 감정을 더 보태거나 더 빼지도 않았었다.
 한숙이 문제는 얼른 쉽게 풀릴 문제가 아니었다.
 그냥 현상유지대로 놔두거나 생각을 아예 안하는 것이 되려 더 나은 편이었다.
 사실 강욱철은 몇 번이고 한숙이를 죽여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도 한숙이를 죽여야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강욱철이 죽이기 전에 한숙이 자신이 스스로 죽는 게 가장 이치에 맞는 일이었다. 한숙이 자신도 이미 그래야 할 당위성을 터득하고 있을 것이다. 강욱철의 풀리지 않는 표정에서 충분히 터득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강욱철은 되도록 사적인 일에 대해 신경을 쓰지 말아야 했다.
 사내가 한번 공공한 일에 뜻을 두었다면 사사로운 일에 대해선 생각을 끊어야 된다.
4월 영령, 사월사자 사월의 전사들은 10년 전에 벌써 목숨을 초개처럼 버렸다. 강산이 한번 변하는 10년을 더 살았어도 혁명영령, 사월전사들의 피값에 아무런 보답을 못 했다. 혁명전사들의 유업인 조국의 자주평화통일에 한발자국도 더 가까이 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미완의 혁명 사월전사들의 유업을 앞에 놓고 강욱철은 한시가 급하고 답답한 현실에 숨이 막혔다.
 마음이 급하고 답답한 현실에 숨이 차오를 적 마다 한숙이에 대한 증오는 도를 더 했다. 아무리 떨쳐버리려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고. 세상에 하고 많은 여자들 중에 이 한숙이가 양공주가 되다니...
 보통 사람들은 어쩔 수 없는 일, 불가항력적인 일에 대해서 숙명이라고 한다.
 이 한숙이와 고향이 같은 것도 숙명이라면 숙명이다. 그녀와 몸을 섞은 것도 숙명이다. 그렇다고 인간이 숙명 앞에 무력 할 수 만은 없는 것이다.
 한숙이는 나를 속였다. 그리고 나와는 종자가 다른 껌둥이와 산다. 그 껌둥이는 내가 태어난 나라의 종주국 소속 점령군이다. 나 인간 강욱철은 내가 태어난 조국 나라는 있어도 나에게 종주국은 없다. 이 현숙이와 태어난 고향이 같고 그녀와 살을 섞고 지내는 것은 씻을 수 없는 치욕이었다.
 그러면서도 그녀와 이렇게 살을 섞고 지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녀는 아직도 충분히 젊다.
 얼굴이야 어려서부터 이쁘기로 소문이 난 여자다. 그녀의 몸은 옷을 벗겨놓으면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 이런 한숙이의 몸을 먹대 깜둥이 녀석이 올라 탄다고 생각을 하면 불 같은 증오가 자신을 불살라버릴 것 같았다.
 처음부터 한숙이가 양갈보짓을 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아예 손을 대지 않았을 것이다. 어떠한 유혹이 있어도 하늘이 두 쪽이 나도 그녀 몸에 애초 손을 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남산구경을 하고 온 뒤라 아무리 몸이 망가지고 정신적으로 피로가 쌓여 있어도, 아무리 마음이 허약해 있었을지라도 양공주의 몸에 손을 대진 않았을 것이다.
 강욱철도 이한숙이에게 감쪽같이 속았다. 세상에 소재지 도정공장집 딸 얼굴 하얀 그 이쁜 가시내가 양갈보질을 하고 있으리라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강욱철은 한숙이에게 마음을 열거나 알뜰하게 대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녀는 스스로 죽어야 하고 안되면 강욱철이 손을 써서라도 죽여야 하는 것이다.

 이상한 일이었다.
 한숙이의 입에서 제가 양갈보라는 고백이 실토된 이후 강욱철의 후각에 이상이 왔다. 한숙이의 몸에서 갑자기 양키 누린내가 진동을 했다. 전에 없던 일이였다.
 강욱철은 인간의 육체를 미신(迷信)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인간의 몸뚱이는 실재(實在)이고 실체(實体)이다. 강욱철로서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눈부신 그녀의 몸 구석구석에서 양키 누린내가 코를 찔렀던 것이다.
한숙이가 양키들에게 몸을 파는 여자인 줄을 전혀 모르고 덤볐을 때에는 그런 일이 없었다. 한숙이의 몸은 강욱철의 좋은 놀이터였었다. 강욱철은 편안했고 기쁨이 충만했었다. 살을 섞는 일에도 적극적이었고 일을 선도하여 남자의 특성을 보이기도 했었다.
 미신이라고 강하게 고개를 흔들어도 보았지만 한숙이의 몸에선 누린내가 끊이질 않았었다.
 그녀가 한번은 암캐처럼 툭 불거진 샅을 뒤로 내밀고 엎드려 있었다.
 양키들이 사용하는 윤활제 제리를 넣었는지 벌건 샅이 윤끼에 젖어 있었다.
 순간적으로 강욱철은 그녀를 죽여야 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껌둥이의 물건을 받아들이며 기성을 지르는 그녀의 모습이 뇌리를 스친 것이다.
 “더러운 년!...”
 강욱철은 어디서 그런 힘이 솟았는지 자신의 남자를 송곳처럼 꼿꼿하게 세웠다. 그는 윤활제가 질질 흘러내리는 한숙이의 샅을 향해서 전속력으로 돌진을 감행했다.
 강욱철은 숨쉴 틈을 주지 않고 그녀를 몰아부쳤다. 있는 힘을 다해서 전진 후퇴를 계속했다. 한숙이가 고개를 비틀며 기성을 질러댔다. 절정이 오는 것 같았다.
 “너! 양놈냄새!”
 강욱철이 숨을 몰아쉬며 차오르는 구역질을 참고 있었다.
 “... 다시 달고 오면 죽여버릴테야!”
 강욱철은 이와 함께 와락 참고있었던 구역질을 한입 토해 냈다.
 동시에 강욱철은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서 한숙이의 엉덩짝을 발길로 걷어 차 버렸다.
 이런 일이 있은 후 한숙이는 한동안 발길을 끊고 강욱철을 찾아오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녀는 한달이 채 못되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말짱한 얼굴을 하고 또 강욱철을 찾았다.
 방금 시장에 물건 사러 갔다 온 여편네처럼 행세를 했다.
 방 청소를 하고 강욱철의 양말도 빨고 방구석에 쑤셔 박아놓은 강욱철의 속옷도 빨고...
 그러면서 그녀는 한층 더 헌신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에도 그랬었지만 보다 더 강욱철에게 순종적인 몸이 되었다.
 그렇다고 강욱철이 변한 것은 없었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언제라도 그녀를 만나 강욱철의 마음이 편한 적이 없었다. 그러므로 강욱철의 표정은 언제나 굳어 있었다.

 그녀가 봉원동에 오면 동두천에서 입고 온 옷부터 벗어서 훨훨 던져버렸다.
 그리곤 강욱철이 보라는 듯 비누거품을 덕지덕지 바르고 몸을 씻었다.
 “세번도 더 씻고 왔어.
 날마다 씻어, 시간만 나면 씻어. 봉원동 오는 날은 아래를 다섯 번도 더 씻어....”
 누가 듣지도 않는 말을 혼자서 중얼거리는 것이다.
 그리고는 강욱철이 듣기라도 하는 듯 아랫입술을 붕 내밀어 보이는 것이다.
 그녀가 봉원동에 나타날 때는 땀구멍이 송송 다 드러나보이는 민얼굴이다. 전혀 화장끼가 없었다. 복장도 동네여자 여염집 여자처럼 아주 소박한 옷을 입고 있었다.
그녀가 측은해 보이고 처량해 보이는 때가 없는 것은 아니다. 화장끼 없는 그녀의 민 얼굴에서 강욱철은 어릴적 그녀의 하얀 얼굴을 찾아내곤 혼자서 몸을 부르르 떨기도 했었다.
 유난히 하얀 피부에 솜털이 보송송한 해맑은 얼굴이었다.
 쪼그맣고 아주 귀티가 나는 얼굴이었다.
 국민학교 운동장가에는 하얀 사꾸라꽃이 구름처럼 피어 있었다. 쎄라복을 입은 쬐끄만 가시내가 까불까불 손을 흔들어 강욱철을 불렀다.
 그 쬐그만 가시내가....
 강욱철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를 이대로 살려 둘 수는 없었다.
 다른 때와 달리 강욱철은 제가 먼저 한숙이를 끌어안았다. 한숙이가 뜻 밖이라, 새삼스럽다는 듯 빤히 강욱철을 바라보았다.
 한숙이의 눈빛은 아직도 맑다.
 “... 나 이번에 싸진 바꿨어. 먹대가 가고 흰놈이 왔어...”
 순간 강욱철의 가슴에 칼 끝이 스치는 것 같았다.
 그녀의 목을 조여 죽이고픈 충동이 일었다.
 아, 강욱철은 참았다.
 “장교야, 중위...”
 강욱철의 입에선 저도 모르게 아, 하는 탄성이 나왔다. 신음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강욱철의 표정은 격랑하지 않았다. 너무 빠르게 충격이 스쳤던 것이다.
 그는 충격을 누르기 위해 계속 고개를 주억 거리고 있었다.
 “나 버리지 마!
 그동안 어머니 때문에 살았었는데, 지금은 욱철이 보고 살아...”
 그녀가 이미 강욱철의 속마음을 알고 있었다는 말이다.
 “자기가 나 죽으라고 하면 죽을거야. 자기 손 더럽히지 마.”
 9백여명이 다니는 국민학교 운동장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쬐그만 가시내, 그 땐 공주였었다.
 그녀는 체통을 지키느라 끝내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강욱철은 그녀를 안아서 뒤집어 엎었다. 토각질을 하고 그녀의 엉덩짝을 걷어 차 낼 그때처럼...
 그녀가 그를 받아들이건 말건 상관이 없었다. 강욱철은 무작정 그녀의 엉덩이를 끌어다가 제 몸을 그녀의 질 깊숙이 드리밀었다.
 큰놈들이 드나들어선지 동굴 입구는 충분히 넓었다.
 그녀가 당황해서 긴장을 했는지 얼른 점액질을 내놓질 않았다. 동굴 넓이가 큰놈들이 길을 잘 닦아놓았을 텐데도 강욱철의 몸에 약간의 통증이 왔다. 강욱철의 몽둥이가 성질이 나서 갑자기 커졌을 가능성은 있었지만 그가 제 몸에 통증을 느낄 수 있을 정도라면 한숙이가 얼른 마중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 일은 없었다. 한숙이는 늘 강욱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필요이상일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썅, 너 이한숙이 이 더러운 계집애!
 ... 더러운 년, 세상에 할 짓이 없어서 양갈보질이냐?”
 강욱철의 진노다.
 아직도 마중 기미를 보이지 않는 한숙이의 동굴을 향해서 계속 질주했다.
 한숙이가 끙끙 앓았다.
 샅이 아파서 앓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기성을 지르는 것은 더구나 아니었다.
 “너 이한숙이, 양갈보질에 재미가 붙었어...
 니 구멍은 껌둥이 흰둥이 공동으로 드나드는 태평양 시궁창이냐? 이 썅!”
 강욱철의 진노가 계속 되었다.
 그럴수록 한숙이의 앓는 소리가 비명으로 고조했다.
 강욱철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강욱철의 공격동작은 점점 폭력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래도 그녀는 계속해서 격랑하는 엉덩짝을 그대로 강욱철에게 내어주고 있었다.
 “흰둥이 누린내는 껌둥이보다 더 해!
 그것들 냄새가 니 뼛속까지 쩔었어. 구역질 나...”
 한숙이는 숨이 막혔다. 차오르는 고통을 참느라 제 몸을 비틀며 버르적거리고 있었다.
 “이 한숙이, 이 나쁜 가시내! 이짓도 마지막이야...”
 강욱철이 뱉었다.
 한숙이는 어억, 억, 울음을 토해 내고 있었다. 그녀는 주먹으로 땅바닥을 치며 버르적 거렸다.
 “쫘악 벌려!”
 강욱철은 이성(理性)을 잃어가고 있었다.
 아니었다. 그가 뱉는 말이나 행동이 야비해질수록 그 자신의 이성은 매우 냉철해지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의 이성은 한숙이를 증오해야 한다고 소리치지만 그럴수록 한숙이가 불쌍하고 측은한 생각이 치솟아 올랐다. 강욱철 자신도 깜짝깜짝 놀라고 있었다.
 강욱철은 분을 못이겨 어억, 어억, 다 죽어가는 한숙이를 들어서 바로 눕혔다.
 한숙이의 두 다리를 양쪽으로 크게 벌려 기둥처럼 높이 세웠다. 그리곤 허벅지 안쪽으로 손을 넣어 한숙이의 엉덩이를 위로 들어올렸다. 그녀의 젖무덤 두 개가 출렁거렸다. 한숙이의 엉덩이가 들어 올려져 공중에 붕 떠 있는 모양이 되었다.
 “야, 이한숙!
 강욱철 꺼 많이 먹어!”
 그 정신에도 무슨 생각에선지, 한숙이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한숙아 많이 먹어!”
 한숙이의 젖은 얼굴이 이뻐지고 있었다.
 “한숙아!”
 강욱철은 새로 힘이 솟는 것 같았다. 한숙이가 반응을 보였다. 그를 곱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우욱, 욱철아...”
 한숙이의 얼굴이 많이 이뻐지고 있었다.
 “우윽, 욱철아...”
 “많이 먹어 한숙아, 순 조선놈 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