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노동자대회 성사한 민주노총… ‘자주통일, 평등세상’ 결의
15일, 보신각 네거리서 코로나 뚫고 2천 노동자 참가 ‘8.15노동자대회’ 성사 “남북합의 이행! 한미워킹그룹 해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촉구
민주노총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8.15대회 집회금지를 통보한 정부와 서울시의 방해를 뚫고 8.15노동자대회를 성사했다.
민주노총은 15일 오후, 종각역 사거리를 가득 채운 조합원들과 8.15노동자대회를 지지, 응원하는 각계 단체 회원들과 함께 “자주평화, 평등세상을 향한 투쟁을 중단없이 벌여나갈 것”을 결의했다.
민주노총은 애초 8.15민족자주대회에 앞서 이날 오후 안국역 특설무대에서 8.15노동자대회를 열 예정이었다. 코로나 감염 확산 예방에 동참하기 위해 예년과 달리 대규모 전국집중 대회 대신 참석 인원을 축소하고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등 서울시와 경찰에 사전협의까지 마친 상태였지만, 대회를 이틀 앞두고 서울시는 집회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경찰은 안국역을 원천봉쇄했다.
그러나 8.15를 앞두고 지난 여름 “남북합의 이행! 한미워킹그룹 해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촉구해 온 노동자들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남북관계 위기극복과 남북합의 이행을 바라는 노동자 민중의 목소리, 자주와 평화, 통일의 염원을 알리기 위해” 2천여 명의 조합원이 보신각과 종각역 네거리에 모여 8.15노동자대회 기자회견을 열었다.
보신각 앞을 기자회견 무대로 삼아 그 뒤엔 민주노총 21기 중앙통일선봉대가 섰고, 종각역 사거리 종로타워, SC제일은행, 영풍문고 앞 인도를 조합원을 비롯해 각계각층 회원들이 채웠다.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회 여는 말에서 “75년 전 오늘, 일제로부터 해방됐지만 지금 이 나라가 진정한 주권을 가진 자주적인 나라라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 한다”면서 “미국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주한미군, 한미워킹 그룹, 세균전 부대, 사드 등을 배치하고 한미합동군사훈련을 강행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북관계 위기 상황을 두고 “2년 전 문재인 정권은 4.27 판문점 그리고 평양에서 온겨레와 세계 앞에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의 봄을 약속했지만, 미국은 우리 민족이 힘을 합치는 것을 방해했고 문 정권은 미국의 압력에 굴복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분단과 불평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 땅 노동자에게 ‘자주’와 ‘평등’을 위한 투쟁은 수레의 두 바퀴와 같다. 자주와 평화, 통일과 평등세상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면서 “우리 노동자가 이 땅의 자주와 평화통일의 주역으로 나서 투쟁하는 오늘, 하반기 민주노총 전 조합원의 힘으로 ‘전태일 3법’ 쟁취 투쟁도 힘있게 나설 것을 결의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8.15노동자대회를 성사한 민주노총을 지지 응원하는 각계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8.15민족자주대회에 참가하는 대표단들도 대회에 앞서 노동자대회를 찾았다.
이창복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은 먼저 “비를 무릎 쓰고 코로나 감염 예방에 철저하게 대처하면서 8.15노동자대회를 개최한 민주노총에 축하의 인사를 보낸다”고 전했다. 그는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를 성사하고 통일을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해온 민주노총의 8.15는 우리 역사에 길이 빛내온 행동이었다”고 격려하곤, “진정한 광복은 통일을 통해 완성된다”면서 “8천만 민족의 단결된 힘으로 자주통일을 이룰때까지 민주노총이 앞장 서달라”고 당부했다.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도 “8.15대회를 성사한 민주노총이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고 인사하곤 “정전협정을 빌미로 우리 고혈을 짜 먹는 미국을 몰아내는 길이 민족이 사는 길”이라며 “한미동맹을 파기하고 자주통일의 길에 끝까지 함께 투쟁하겠다”고 힘을 보탰다.
대회가 열리는 종각역 사거리는 “남북합의 이행! 한미워킹그룹 해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등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줄을 이었다. 남북관계 위기극복을 위해 지난달 전국 각지, 각계각층에서 비상시국선언에 동참한 참가자들의 목소리가 담겨진 현수막이다.
이날 오전 민주노총 21기 중앙통일선봉대(통선대)가 노동자대회에 앞서 곳곳에 현수막을 게시했다.
중앙통선대는 11일부터 시작한 4박5일 자주통일 투쟁을 마무리하는 해단식을 마치고 노동자대회에 참가했다.
변희영 통선대 총대장은 마이크를 잡고 통선대 활동을 보고했다. “7월 지역통선대, 8월 중앙통선대까지 민주노총은 세균전 부대, 소성리 사드 기지, 미군기지를 방문해 한미워킹그룹 해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남북합의 이행 투쟁을 전개해왔다”면서 “현장으로 돌아가서도 자주통일 운동을 끊임없이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제주를 시작으로 오는 27일 청와대까지 한 달간의 여정으로 ‘해고자 원직복직 전국대장정’을 벌이는 공무원노조 전호일 위원장도 마이크를 잡았다.
전 위원장은 “올해 안에 해직자 원직복직에 총력을 다해 투쟁하겠다”는 결심을 밝힌데 이어 “원직복직 대장정을 벌이며 부산 8부두 미군 세균전 부대 규탄, 주한미군 철거 투쟁도 함께 전개했다”면서 “온 국민의 봉사자로서, 경찰청, 국정원 등 대한민국 국민에게 봉사하지 않고 미국에게 충성하는 친미사대 세력 척결 투쟁에 나설 것”이며, “자주 없이는 진정한 평화도 없고 노동해방도 없다. 공무원노조부터, 공직사회부터 민족자주의 관점을 세워나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대회가 마무리될 무렵, 사거리에선 “한미워킹그룹 해체하라”,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하라”, “남북합의 이행하라”, “노동자가 앞장서서 자주통일 이룩하자”는 구호가 파도쳤다.
참가자들은 ‘8.15노동자대회 민족자주선언문’을 낭독하고 대회를 마무리했다.
아래는 민족자주선언문 전문.
올해는 광복 75주년이자 분단 75년이 되는 해이다.
싸우지 않고 지켜지는 ‘존엄’은 없으며 되찾을 수 있는 ‘자주’란 없다.
저항과 투쟁, 이것이 선배 노동자들과 역사가 우리에게 남겨준 가장 큰 교훈이다.
해방과 동시에 찾아 온 분단은 민족상잔의 비극을 낳았고 외국 군대가 이 땅에 주둔하며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이제 이 오욕의 역사를 끝내야 한다. 이것이 8.15 투쟁의 진정한 이유이다.
시대가 변했다. 이 땅의 노동자 민중들이 차디찬 겨울 바람을 이기며 촛불을 들었던 그날로부터 자주와 평화, 통일로 향한 한반도 대전환의 정세가 시작되었다.
시대와 노동자 민중은 ‘누가 이 땅의 주인인가’라고 물었고 우리는 ‘우리가 주인이다’라고 행동으로 답했다.
그러나 반동의 역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자주와 평화, 통일로 향한 우리 민족의 새로운 여정을 가로막고 노골적인 내정간섭을 서슴치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의 명령을 거부하고 반평화, 반통일, 반노동의 길인 반동의 길로 역주행을 하고 있다.
우리 노동자는 예속과 분단으로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으며 자주와 통일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큰 힘도 바로 우리 노동자에게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광복 75돌을 맞아 새로운 각오로 우리 민족과 이 땅 모든 민중들 앞에 엄숙히 결의한다.
하나. 우리는 자주와 평화, 통일을 가로막는 미국의 노골적인 내정간섭을 반대한다.
남북합의 이행을 가로막는 한미워킹그룹을 해체하고, 한반도의 전쟁의 불씨가 될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완전 중단시키기 위한 투쟁을 힘차게 전개할 것이다.
하나. 우리는 사회대개혁 핵심과제인 노동존중, 차별철폐, 적폐세력과 그 제도를 완전히 청산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그 길에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민중들과 더 굳게 연대하고 단결하여 투쟁해 나갈 것이다.
하나. 우리는 코로나19 감염확산을 방지하고 노동자 민중들의 생존권과 건강, 안전을 지키기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갈 것이다.
아울러 코로나19와 경제위기를 빌미로 그 책임을 노동자 민중에 전가하고 차별과 배제정책을 단호히 거부하며 자주평화, 평등세상으로 향한 투쟁을 중단없이 전개해 나갈 것이다.
2020년 8월 15일
민주노총 8.15 노동자대회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