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오토텍이 민주노총이다!”

갑을오토텍지회, ‘불법하도급, 위장용 직장폐쇄’ 사측 노동부에 고발

2016-08-06     강호석 기자
▲ 갑을오토텍은 노조는 7월8일부터 파업을 하고, 사측은 7월26일부터 직장폐쇄를 했다.[사진출처 민주노총]

“갑을이 민주노총이고, 민주노총이 갑을입니다. 갑을오토텍지회가 깨지면 금속노조도 깨지고 민주노총도 깨집니다. 휴가중인 민주노총이 오늘 갑을오토텍에 모인 이유입니다.”

총연맹 상근자는 물론 지역·산별·산하조직이 이름하여 ‘총휴가’ 중인 5일 오후. 충남 아산시에 있는 현대자동차 부품업체인 갑을오토텍 정문 앞에 36℃의 폭염을 뚫고 ‘불법적 직장폐쇄 철회와 노조파괴 중단’을 촉구하는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열렸다.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진행한 결의대회는 갑을오토텍지회와 민주노총이 운명공동체임을 강조하는 것으로 포문을 열었다.

“신입사원을 뽑는데 아빠 나이쯤 되는 험상굳은 ‘깍두기’같은 50대 아저씨들이 면접을 보러 왔더라.” 2014년 10월 갑을오토텍에 입사면접을 보고 온 박종국 갑을오토텍 부지회장의 아들이 전한 말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를 겨냥한 노조파괴 공작은 이렇게 시작됐다.

2014년 주간연속 2교대를 합의한 뒤 갑을오토텍지회가 제시한 25명 신규 고용 요구를 거부하던 사측이 갑자기 60명을 신규 채용한다. 당시 지회는 “왜 하필 전직 비리경찰과 용역깡패 출신을, 그것도 나이가 50이나 된 사람들로 뽑느냐”고 의문을 제시했다. 이에 사측은 “근속 10년이 넘으면 복지 포상을 지급해야 한다. 50대를 뽑으면 정년까지 10년이 안 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 가운데 52명이 갑을오토텍 내 복수노조(위원장 성강용)에 가입하면서 이들의 입사 목적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일명 ‘4.30사건, 6.17만행’

지난해 4월30일 금속노조의 갑을오토텍지회 방문 계획이 잡힌 출근 상황. 신규 채용된 52명이 공장 정문을 닫고 민주노총 금속노조 간부들의 지회 방문을 막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발생한다. 이후 기숙사와 식당에서 복수노조에 가입한 신규 52명과 기존 지회 노조원 사이에 마찰이 계속 일어난다. “식당에서 일부러 커피를 몸에다 뿌리질 않나, 기숙사 샤워장에서 문신한 몸으로 툭툭 밀지 않나.” 지회 소속인 이모(48) 노조원은 당시를 떠올리며 어이없어 했다.

크고 작은 폭력이 계속되더니 이윽고 6월17일 공장 내 ‘에바라인’에 집단폭행 사건, 일명 ‘6.17만행’이 벌어진다. 당시 지회 대의원이었던 박종국 부지회장의 전언이다. “52명이 떼로 몰려와서 일하고 있는 조합원에게 박스와 선풍기를 집어던지면서 폭행을 가했다. 자기들이 에바라인에서 일하겠다며, 일하고 있던 우리 조합원들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한 것이다. 40여명이 다치고, 10여명이 병원에 호송되었다. 경찰이 출동했지만 현행범을 눈앞에 두고도 잡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 민주노총은 휴가중인 5일 갑을오토텍 정문에서 투쟁결의대회와 문화제를 개최했다.[사진출처 민주노총]

6.23합의와 8.10재합의

‘6.17만행’이 있은 지 엿새 뒤인 23일 사측은 52명을 내보내겠다고 지회와 합의를 한다. 하지만 이 합의는 2개월 뒤 8월10일 ‘임금동결’ 약속과 함께 2차 합의를 통해 실행된다. 이렇게 복수노조를 악용한 폭력사태가 마무리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8.10합의’ 직후인 같은달 22일 회사에 박당희 대표가 취임하면서 사태는 다시 악화됐다. 박 대표가 “노사합의를 인정할수 없다. 금속노조와는 대화하지 않겠다”며 그동안의 합의에 대해 사실상 ‘무효’를 선언한 것. 지회도 9월 선거를 통해 9기 집행부를 세웠다. 임단협은 결렬되고 정상화를 위한 조치는 지지부진해진다.

경비 외주화로 또 격돌

그러던 중 회사측은 갑자기 지난해 말 경비 4명을 외주화하겠다는 발표를 한다. 지회가 경비 외주화는 단체협약 위반이라고 항의하자, 이들을 전환배치한다. 그리고 올해 1월 경비외주화를 강행한다. 갑을오토텍은 현재 잡마스타 용역직원 152명이 회사경비를 맡고 있다.

7.8파업 vs 7.26직장폐쇄

올해 들어 노조는 릴레이 파업 등 연속적인 쟁의행위를 계속했지만 사측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사측이 노조 파업을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체생산’과 ‘대체인력’이 확보돼 있었기 때문이다. 사측은 7개 협력업체에 생산라인을 분산해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 중단을 대체할 하도급체계를 구축해 놓은 것이다. 이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지회는 지난달 8일 전면파업에 들어갔고, 사측은 같은달 26일 직장을 폐쇄해 맞서고 있는 상태다. 한편, 지회는 하도급의 불법 여부와 직장폐쇄가 위장용인지를 가리려고 사측을 고용노동부에 고발한 상태다. 

박 부지회장은 “사측의 모든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창조컨설팅의 지휘 아래 ‘노무법인 예지’가 제출한 Q-P보고서에 그대로 담겨있다”고 말했다. 복수노조를 악용한 폭력사태는 물론, 협력업체를 앞세운 대체생산 체계 가동 등이 민주노조를 파괴할 목적으로 이미 짜여져 있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