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과 특권 사이’ 국회의원 월급 이야기

의원회관 745호실 이야기(13) - 국회의원의 권한과 특권 사이①

2019-12-20     이희종 김종훈의원 수석보좌관

국민들은 가장 신뢰하지 않는 기관, 청렴하지 않는 기관 1위로 ‘국회’를 꼽는다. 20대 국회는 촛불국민의 개혁 요구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애물단지가 되었다. 국회를 향한 국민의 분노는 임계치에 와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국민들의 비난을 아는 국회도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이런저런 대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 내용도, 실천도 국민들의 성에 차지 않는다. 무엇이 국민들을 분노하게 하는가?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국회의원의 월급 이야기다.

국회의원은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월급을 받고 있다. 2019년 국회의원의 연봉은 1억 5천176만 원이다. 이 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각종 수당 872만 원(일반수당 675만 원, 관리업무수당 60만 원, 정근수당 56만 원, 명절휴가비 67만 원, 급식비 13만 원)과 활동비 392만 원(입법활동비 313만 원, 특별활동비 78만 원)으로 월 1264만 원 정도의 월급(세전)을 받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스위스, 스웨덴 등의 나라에서는 국회의원 봉급이 GDP 대비 3배 수준인 반면, 우리나라는 일본 등과 함께 5배가 넘는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는 셈이다.

월급 항목 중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국회의원들에게만 있는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다. 국회의원이 당연히 해야 하는 입법활동에 따로 활동비를 지급하는 것도 문제지만, 과세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 항목은 상대적으로 장·차관보다 낮은 국회의원들의 급여 수준을 높이기 위해 임의로 만들어진 항목이라고 한다.

최근 심상정 의원은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통해 국회의원의 보수를 최저임금의 5배를 넘지 못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는데 내용을 보면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를 폐지해 국회의원들의 월급을 낮추자는 것이다. 사실 파격적 안이라기보다 다분히 현실적인 안이다.

급여 외에도 의원들에게는 의원활동에 필요한 사무실 운영비, 차량 유지비, 출장비 등이 주어진다. 또한, 한해 1억 5천만 원의 정치자금 후원금을 모아 활동에 사용할 수 있고, 9명의 보좌진을 둘 수 있다. 따로 정책개발비 등을 지원받기도 한다.

시민사회단체의 감시와 문제 제기 덕분에 국회의원들의 경비 사용이나 정책개발비 사용은 더욱 엄격해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부실한 정책자료와, 지출내역 중 증빙을 필요로 하지 않는 항목도 있어 여전히 문제가 남아 있다.

이런 기형적인 월급이 만들어진 이유는 국회의원 월급을 국회의원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영국은 국회의원의 봉급을 결정하고 지출을 감시하는 별도의 독립기구를 두고 있고, 독일은 의원들의 급여가 연방 최고법원 판사 급여에 따라 정해진다. 프랑스 등 대부분의 나라들이 비슷한 공무원들과 연동해서 급여가 책정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만 유독 국회의원의 월급을 국회가 결정한다. 그래서 ‘셀프 인상’이라는 비판을 받곤 한다. 올해는 비난 여론을 감안해 의원 세비가 ‘셀프 동결’되었다.

‘국회의원들에게 적절한 월급을 주고 제대로 감시해야 한다’, ‘우리나라 고위공직자들의 높은 급여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의견도 있지만 지금 국회의 모습을 보면 ‘무급으로 일하라’, ‘무노동 무임금 적용하라’는 분노하는 민심을 피해 갈 수 없을 것 같다. 국회의원들에 대해 ‘무노동 무임금’을 외치는 국민들의 분노를 조직하면서도, 정치혐오가 아닌 국민들이 정치의 주인으로 나설 수 있게 하는 진보진영의 군중 운동이 필요한 이유다.

진보정치도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

오래전 민주노동당은 처음 의회에 진출하면서 의미 있는 시도를 했다. 민주노동당은 의원과 공직자들이 도시 노동자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의원들과 보좌진의 급여를 정했다. 당시 의원들은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전문직 출신 보좌진을 구하기도 힘들었고, 지역구 의원들은 지역구 관리에 장애도 있었다. 현실과 이상에 모순이 존재하니 당사자들에겐 여러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민주노동당 당원들에겐 이것이 가장 큰 자랑거리였다. 앞서간다는 것은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이기도 하다.

국회 밖에 있을 때 보다 국회 안에서 들여다보니 사실 현실적인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된다. 기업가 출신 의원들이나 공천만으로 당선되는 의원들은 오히려 자유롭다. 지금도 일부 의원들 중엔 세비의 일부는 기부하거나, 정치자금 후원금을 거두지 않는 경우, 보좌진을 줄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우리 의원실이 그런 페널티를 가지고 재선을 준비하라고 하면 ‘글쎄요?’다.

구의원이 무급인 시절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외치면서도, 노동자 후보를 내기 어려웠다. 현대자동차 출신 윤종오 의원은 국회의원의 재취업 제한 규정 때문에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높은 기준이 진보정치의 일선에 있는 공직자들의 활동을 제약하는 부메랑이 되지 않기 위해서 진보정치 내에서 국회의원들의 세비 제한 이야기와 함께 ‘선거공영제’, ‘지역구 의원들에 대한 활동비 보장’ 등 현실적 대안이 함께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