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전태일이다”

11월 9일, 서울 여의도 마포대교 남단에서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 진행

2019-11-10     선현희 기자

“70년 청계천의 불꽃, 전태일이 피워 올린 불꽃, 우리들 가슴 속에 살아 숨 쉰다”

▲양팔에 붉은색 삼각 천을 두르고, 고(故) 전태일 열사를 기리는 ‘전태일의 꿈’에 맞춰 몸짓공연하고 있다

1970년 11월 13일, 청계천 평화시장에서 전태일 열사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외치고 불꽃으로 사라졌다.
49년이 지난 우리 사회는 주 최대 40시간 노동을 최소 노동시간으로 강요하다 못해 근로기준법을 개악하고, 기계가 아니라는 노동자를 설비가 대신한다며 ‘없어질 직업’이라고 악담하며, 노동자를 시간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혹사해야 4차 산업혁명이자 혁신이라는 사회로 변질돼가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지난 9일, “이것이 전태일 열사 49주기를 맞는 우리 사회의 최선인가?”라는 의문을 가진 10만여 명(주최 추산)의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청계천의 불꽃을 안고 서울 여의도 마포대교 남단을 꽉 채웠다.

▲발언하는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은 무대에 올라 문재인 정부가 ‘촛불혁명’의 정신을 이을 것이라며 출범 직후 제시한 100대 국정과제 중 ‘노동존중 사회’, ‘차별 없는 좋은 일터’를 꼬집어 말하며 “정부가 노동개악 운을 띄우면 국회가 더 많은 개악을 요구하는 ‘노동절망 사회’이자, 대법원판결도 무시한 채 비정규직 자회사 강요와 질 것이 뻔한 소송으로 시간과 돈을 허비해 차별을 고착화하고 있다”며 “국정과제 중 실제 완수한 과제가 몇 가지나 되냐”고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얼마 전 국회에서 발표한 ‘혁신’과 ‘포용’에 ‘공정’까지 담은 예산 정책 기조에 대해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어쭙잖은 권고문이 ‘혁신’입니까.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에 절반도 가입 못하는 비정규직 양산이 ‘포용’입니까. 주40시간 노동과 노조법에 구멍 내기가 ‘공정’입니까”라고 질타하며, “노동이 없는, 노동을 희생하는 정부는 포용과 공정을 얘기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민주노총은 정부와 자본이 탄력근로제 개악과 노조법 개악으로 우리 100만 조합원과 2천만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짓밟는다면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총파업 투쟁으로 반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발언하는 전국농민회총연맹 박행덕 의장

전국농민회총연맹 박행덕 의장은 “여의도 일대를 점령한 노동자 동지들은 말 그대로 100만의 전태일이다”고 말문을 열곤, “문재인 정부의 노동개악 저지시키고,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당장 철회하게 만들자”며 “노동자·농민·빈민이 같이 어깨 걸고 한판 싸움을 준비하자.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11월 30일, 민중대회로 모이자“고 강조했다.

발언이 끝나고, ‘전태일이 말한다’ 극 공연이 시작됐다.
노동조합 조끼를 입은 조합원이 한명한명 무대에 올라 “우리는 1년은 쓰고 버려도 되는 비정규 기계가 아니라 인간으로 존중받기를 원한다”, “맞잡을 손 하나 없었던 시절을 지나, 하나가 백만이 됐다”, “더 낮은 곳에서 더 많은 노동자들과 함께해야죠”, “백만이 하나가 되면 못 할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투쟁하는 노동자가 이깁니다. 단결한 노동자가 승리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단결한 노동자는 패배하지 않는다’는 노래에 맞춰 몸짓공연을 이어갔다.

대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은 여의대로에서 여의서로를 거쳐 국회앞으로 행진했다.